
- 로랑 그라프
그러고 보면 나한테도 이따금씩 약간 과격하고 극단적인 면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금방 보다 합리적이고 확실한 현실로 돌아올 줄도
안다. 나로 말하자면 금리 5퍼센트인 계좌에 다달이 500유로씩 적금을 붓는 사람이다
나는 아직 완전히 떠날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다.
비록 지나가는 하루만큼 내가 출발에 하루만큼 가까이 가는
것이라도, 그래도 나는 아직 얌전 하고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하루를 벌었다. 때때로 나는 겁에 질린다.
두렵기도 하다. 하루를 잃어버렸다.
떠난다는 것이 이제 습관이 되었다. 다시 말해서 그것 자체가 사는 한 형태가 되었다. 아무 곳에도 가지 않으면서, 목적지도 없고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떠나기. 잠깐 스치고 지나가듯 항상 떠나는 상태에 있기.
우리는 모두 인생을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들이다.
떠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나는 많이 죽었다.
그아이의 눈에는 내가 가엽고, 딱하고 약간 망상이 심하고, 전형적인 비혈실적 꿈만 꾸고 사는 나이든 아이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아마도 나는 그 아이로부터 존중을 받는 것이 나한테는 중요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대체로 나는 남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그 아이와, 그아이의 젊음과, 그 아이가 지닌 반항하는 인간에 대한 신뢰감, 그리고 그에 따른 귀결로 나에 대한 경멸심이 나와 가깝다고 느꼈다. 나는 그 아이에게 나도 같은편이라고, 나도 통로를 찾는다고, 미소의 나라. 아무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어떤 곳. 이곳과는 다른 어떤 곳을 찾는다고, 가방은 벌써 다 준비 되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나한테 자주 내가 곰 같다고 말하곤 했다.
곰중에서도, 다 가올 봄날을 예비해서 모든 기능을 최대로
약화시킨 채 겨울잠을 자는 중인 곰이라고 했다.
딱히 멋진말. 이라기 보다는 뭔가 보면서 공감되는 말들을 빼놓은것
뭐랄까, 여기 나오는 주인공의 여행준비를 보는데 왠지 이 자잘한 용의주도함에 웃음이 나왔다. (여행행선지를 정하지 않아 5대양 6대주 여행에 필요한 모든 예방주사를 다 맞는다던지-_-)
왠지 끝에서 결국 떠나지 않을꺼 같다는 생각을 했다만은,
정작 떠나지 않고 프랑스어로 희망'이란 뜻인 에스페랑스 호텔 11호에서 죽은, 떠난, 그리고 달나라에 재가 뿌려진 그.
뭔가 실제로 보면 참, 재밌겠다- 라는 생각을 해버렸다 (부끄렁)
여행을 떠나자. 라는 생각을 언제나 해본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여행은 특별한 곳으로 떠난다기 보다는,
뭐, 오래 세월 칩거하는 아파트를 떠나 가방을 들고 길거리를 나서는 것과 똑같은 여행이고, 기나긴 세월동안 몸 담았던 직장을 떠나는 것도 일종의 여행이고, 가까운 사람이나, 누구나 잘 아는 유명인사들의 죽음도 여행 연습의 일환이라고 할수 있다고 한다.
떠남이란 반드시 먼 나라로, 세상 끝으로 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는 것, 변하는 것을 의미하니까,
프랑스어 원작의 제목을 문자 그대로 옮기면 ' 여행, 여행들' 이라고 한다. 태어나서 죽음을 향해 가는 여정인 대문자 여행에서부터 살아서 숨쉬는 순간 순간 마다 겪는 소문자 여행들에 이르기 까지, 얼굴을 달리하는 모든 여행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재미없어 보이는 삶 속에 반드시 뭔가가 있을 것 같다고,
그러니 그걸 찾아보라고,
그걸 찾기 위해 떠나보라고 말해주는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