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부짖는 연기를 잘하면 연기 잘한다는 소리를 들은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이런 인식이 약간은 남아 있다. 사실 과잉된 오열.절규 연기는 안쓰러움과 불편함을 남길 수 있다. 이른바 연기의 전형성이다. 하지만 양동근은 전형적인 캐릭터가 주어져도 항상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모든 캐릭터를 ‘양동근화’시켜버린다.
양동근이 KBS 월.화극 ‘아이엠 샘’에서 교사 역을 맡는다고 했을 때 어떻게 소화할지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닥터 깽’처럼 조폭의 껄렁한 연기를 많이 해서인지 몰라도 어수룩한 교사 역에는 안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소심하지만 학생들을 배려하는 교사 장이산 역을 너무 훌륭하고, 재미있게 소화하고 있다. 극 초반 양동근의 능글맞은 표정과 몸짓만 봐도 그가 펼쳐나갈 파란만장한 교육일기를 잔뜩 기대하게 해주었다.
양동근의 힘 들어가지 않은 ‘설렁설렁 연기’는 행동 반경을 넓혀준다. 어수룩하고, 능청맞고, 코믹한 모습이 자유자재로 구사된다. 자신의 반 학생이자 조폭의 외동딸 은별(박민영 분)의 뺨을 때리면서 얼굴이 빨개진 그의 진지함도 잘 전달되고, 부임 환영식에서 꿈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싶다”고 뜬금없는 소리를 해도 자연스럽다.
이 드라마의 정성효 프로듀서는 “연기자에게 ‘아이엠 샘’ 장이상 역의 대본을 주면 100% 시트콤 스타일의 연기를 하게 돼 있다”면서 “하지만 양동근은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기 것을 만든다. 어리바리한 선생 역은 과장되면 거부감이 들 수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양동근은 남이 안 보여주는 자기 방식의 연기를 한다”면서 “너무 앞서가는 연기일 수도 있다”고 양동근의 연기를 평한다.
물론 양동근의 흐물흐물하고 느릿느릿한 연기를 답답해하고 낯설게 여기는 시청자도 꽤 있다. 하지만 극 중반부터는 말하는 속도가 제법 빨라지는 등 시청자와 호흡을 맞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
양동근의 연기에 대한 선후배들의 칭찬도 자자하다. ‘내 멋대로 해라’에서 양동근의 엄마로 나온 윤여정은 한 인터뷰에서 “내가 아주 결정적인 신에서 딱 내가 얘(양동근)보다 연기를 못하는구나를 알았어”라고 양동근의 연기를 극찬한 적이 있다.
“감히 상상도 못할 연기를 아주 자연스럽게 한다”(정진영),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뭔가 다른 느낌을 주거든요”(구혜선), “내가 젊어진다면 나는 양동근을 한 번 사귀어 보고 싶다”(양희은), “90년 한창 ‘서울 뚝배기’를 하는데 저 놈은 어린 것이 나보다도 더 연기를 잘하네 싶어”(오지명)
사람들의 입을 빌려 양동근의 연기를 규정하면 이렇다. 전혀 다른 스타일로 연기하는데도 ‘진짜’ 같아 시청자를 놀라게 하는 배우~. 그런 양동근의 연기력이 ‘아이엠 샘’을 유쾌.코믹하면서도 진지함과 감동(사제간의 정)을 전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하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