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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

송상희 |2007.09.14 00:34
조회 46 |추천 0

나는 록밴드가 나오는 영화를 좋아한다. 인생 최고의 영화를 딱 한편만 꼽으라면 주저없이 밴드가 주인공인 영화 Blues Brothers를 꼽고 열편 정도 고른다 그중 적어도 다섯편은 밴드가 나오는 영화다. 불행히도 그중 한국영화는 아직 없었다.

 

음악을 좋아하고 없는 시간 쪼개 허접하나마 직장인 밴드 같은거 하면서 파블로프의 개마냥 '밴드영화'라면 침부터 흘리는 사람에게 이준익감독은 참 고마운 사람이다. 영화 보는 내내 영화 자체의 재미도 재미지만 밴드를 해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 때문에 몇번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을 수 있었다.

(ex : 초짜들이 처음 밴드를 결성하고 가장 빈번히 벌어지는 갈등이 '누가 베이스를 칠 것인가'인데 다들 주목받는 포지션을 선호하는 탓에 너도나도 리드기타를 고집하고 그중 가장 손가락이 안돌아가는 친구가 베이스를 치게 된다. 유명한 베이시스트들의 인터뷰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멘트가 "원래는 기타를 치고 싶었는데 나보다 더 잘 치는 친구가 있어서 밀려서 베이스를 잡았다가 베이스의 매력에 푹 빠졌다."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활화산 밴드 멤버 모두 영화를 위해 처음 악기를 잡았다고 하는데 합주나 공연 장면에서 나오는 연주는 세션맨의 녹음이지만 배우들의 연주가 나오는 몇몇 장면만 봐도 꽤나 열심히 연습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드러머 역을 맡은 김상호는 연주실력과 연기 모두 가장 돋보이는 솜씨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세명의 40대 가장 캐릭터중 가장 안타까운 사연을 연기하며 마음을 울린다. 아픔을 억누르고 나선 공연에서 이마에 띠를 두르고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장면에선 정말이지 (영화 속 대사처럼)존 보냄의 모습이 언뜻 보이...나? -_-;;; ㅋㅋㅋ 넷중 장근석의 연주모습이 가장 야매에 가까웠지만 이동통신 광고에서 처음 봤을 때 그 앳된 이미지는 완전히 벗어버린듯 반항적이면서도 제법 속깊은 젊은 록커를 멋지게 소화해냈다.

 

전작 라디오스타에 이어 주류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스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담백한 연출과 방준석의 음악은 찰떡궁합을 이룬다. '비와 당신'에 이어 80년대 록밴드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 '터질거야'가 장근석의 성대를 통해 그런지풍으로 새 생명을 얻는 장면은 짜릿하기 이를데 없고 마지막 장면에서 울려퍼지는 '즐거운 인생'은 감동적이다.

 

라디오스타에서도 최곤이 방송중에 레드제플린, 핑크플로이드, 도어스, 너바나를 언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즐거운 인생 역시 혁수가 아들과 통화하면서 레드제플린, 핑크플로이드, 딥퍼플, 너바나, 신중현, 산울림, 시나위, 부활 등을 열거하는 장면을 보면 이준익 감독은 록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듯 하다. 작년 겨울 신중현 형님 마지막 공연 때 이준익 감독이 2시간 내내 웃으며 공연을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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