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한국 시론)
“누가 노무현을 돌았다 하는가? 국민을 억누르는 전략적 고소와 법률가적 사고의 한계”
최 기 덕 (한국의 미래, 대표)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후보인 이명박 등 4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 하자 입 달린 사람들은 다 한마디씩 한다. 원체 노 대통령이 돌출된 행동과 시정배식 표현을 많이 한 관계로 별 놀라는 사람은 없지만, 조금 사리지어 말하는 사람은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라 하고, 한나라당의 대표라는 사람들은 같은 법조인 출신들인데도 “열등의식의 산물”이니 “같은 고시 동기인데 그럴 수 있냐”고 말하는데 그치고 있다. 노 대통령이 하는 짓은 다 보기 싫은 사람들의 의견을 뭉뚱그려 말하면 “노가 돌았다”이다. 과연 노대통령이 임기 말이 되어 돌은 것일까? (여기서 돌았다는 말은 문자 그대로 정신이상이라는 뜻은 아니고, 노 대통령이 즐겨 쓰는 어법상의 어감으로 풀이하면 약간 맛이 갔다거나 유별나다는 뜻 정도이다)
이 시대의 보수 기득권층에 대한 불만과 개혁을 열망하는 세력의 열화 같은 성원에 힘입어 자기 고향인 부산시장 선거에도 떨어진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그는 고졸 출신 변호사로 가히 한국판 링컨이었다. 노 대통령의 솔직한 발언과 소탈한 태도는 한국이 민주주의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파격의 미(美)라 할만 했다. 권력에서 소외된 사회의 지도층이나 식자들에게는 비위에 안 맞을지 모르지만 서민들에겐 신선한 충격이고 카타르시스였다. 노 대통령의 좌충우돌식 행태는 서민들에겐 때때로 한줄기 소나기처럼 시원한 청량제였으니, 정치의 희화(Comedy)를 통해 느끼는 서민들의 ‘대리배설’이 그의 대중적(Populistic) 지지기반이 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사람은 누구든 한번 보기 싫으면 그가 하는 모든 짓이 다 보기 싫은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그의 행위는 냉철한 법률가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므로 이런 각도에서 차분히 분석해 보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가진 ‘코드’로 사물을 보는 것이니 코드란 세상을 보는 창(窓)인 것이다. 노대통령의 이념적 코드에 대한 수많은 논란이 있기에 그 부분은 차치하고, 그의 법률가적 코드로 비추어 보면 지금까지의 일련의 고소행위도 이해가 될 수 있다. 이쯤에서 그와 그의 변호사 동업자였던 문재인 비서실장의 ‘대선후보 고소사건’을 살펴보자.
‘공중(公衆)의 참여를 억제하려는 전략적 고소 (Strategic Lawsuits Against Public Participation (SLAPP)’는 미국의 덴버대학 법학교수들의 연구 결과 밝혀진 일련의 고소행위들을 말하는 것인데, 대기업이나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시민, 환경운동가들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주로 써먹던 수법이다. 이들이 자기회사의 행위를 비난하는 운동가들을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고소를 하게 되면 피고소인은 막대한 소송비용을 감당할 길이 없기에 지레 겁먹고 이들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축 효과 (Chilling Effect)’라 하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정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언론자유 침해를 이유로 미국에서는 이를 금지하는 반(反) SLAPP Motion 법을 대다수의 주에서 채택하고 있다. (이 부분은 이신범 전의원으로부터 얻은 아이디어 임)
우리는 늘 막판에 가면 “법대로 하자”며 싸우는데 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그리고 법이란 정치적 이해와 투쟁의 산물이므로 법이 정치 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최하수의 방책인 것이다. 융통성 없이 법조문에만 함몰되어 편협하게 사회를 보는 법률가적 사고의 한계가 이번 고소사건을 통해 들어나고 있으니, 정치가 실종된 후에 남는 것은 소모적 법률 논쟁뿐인 것이다.
미국의 반 SLAPP Motion 법의 입법취지는 공인들의 무분별한 명예훼손이나 손해배상 소송 행위를 억제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은 헌법의 수호자인데 걸핏하면 고소를 남발하는 것은 법의 근본정신을 모르는 편벽된 행위이다. 그런 수준의 대통령을 뽑은 것도 우리 국민이 감수해야 할 업보이니, 이제 대국적으로 정치를 푸는 비전과 경륜의 정치인을 선출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우리 자유 시민에게 남겨졌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니 좋은 씨를 뿌리고 가꾸어야 할 것이다.
(선진한국 신문, 2007/9/15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