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대장부의삶

박재현 |2007.09.16 01:10
조회 39 |추천 0


*운명의 수레는 잠시도 쉬지 않는다

 (정약용이 아들 학유에게 쓴 편지)

 

용(勇)은 지(智), 인(仁)과 함께 겸비해야 하는 주요 덕목 중 하나다. 성인께서 만물의도리를 깨우쳐 일을 이루고 천지를 다스러신 것은 모두 '용'으로 이룬 것이다.

 

"순(舜) 임금이 누구인가. 순 임금처럼 행하면 그와 같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용감하다.

 

세상을 경영하고 백성을 구제하기 위해 학문을 하고자 한다면 "주공(周公)은 누구인가. 주공처럼 행하면 그와 같이 될 수 있다고" 마음먹어야 한다.

 

훌륭한 문장가가 되고자 한다면"유향(劉向)이나 한유(韓愈)는 누구인가. 그들처럼 행하면 누구나 유향이 되고 한유가 될 수있다"고 다짐해야 한다.

 

명필이 되고자 한다면 "왕희지(王羲之), 왕헌지(王獻之)는 누구인가"라고, 부자가 되고자 한다면 "도주(陶朱)와 의돈(毅頓)은 누구인가" 라고 유념해야한다.

 

 

이처럼 소원이 하나 있으면 귀감이 될 만한 한 사람을 골라 반드시 그와 같아진 다음에야 그만두리라고 결심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용맹한 덕성이다.

 

 

한 끼를 배불리 먹으면 살이 찌고, 한 끼를 굶으면 마르는 것은 천한

짐승에게나 어울린다.시야가 좁은 사람은 오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당장 눈물을 줄줄 흘리고, 다음날 일이 뜻대로 되면 금세 아이처럼 표정이 밝아진다.

근심과 즐거움, 기쁨과 슬픔, 감동과 분노, 사랑과 증오 등 온갖 감정들이 아침저녁으로 변하니, 달관한 사람들에게는 그 모습이 얼마나  한심하게 보이겠느냐.

 

그러나 소동파(蘇東坡)는 "세속의 안목은 너무 비천하고, 하늘의

안목은 너무 고상하다"고 말했다. 오래 사는 것과 일찍 죽는 것이 다를 바 없고, 삶과 죽음이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그것 또 지나치게 고상한 게 아니겠느냐.

 

아침에 햇빛을 받는 쪽은 저녁에 그늘이 빨리 들고, 일찍 핀 꽃은

먼저 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여라. 운명의 수레는 재빨리 구르며 잠시

도 쉬지 않는다. 그 점을 기억하고 세상에 뜻이 있다면 잠시의 재난

을 이기지 못해 청운의 뜻까지 꺽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장부는

언제나 가을 매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기상을 가슴에 품고 있어

천지가 좁아 보이고 우주도 내 손 안에 있는 듯 가벼이 여겨야 한다.

 

 

#

 

다산이 귀양 가 있는 동안 둘째아들 학유(丁學游, 1786~1855)가 8년만에 찾아왔다.두고 떠나올 때 열여섯 살이던 아들이 그사이 스물

네 살의 어엿한 성인이 되어 나타났으니 아비로서 느끼는 감회가

어떠했겠는가.

 

다산은 잠시 머물고 떠나는 아들에게 노자 대신 편지를 손에 쥐

어준다. 편지에는 순 임금이나 주공,유향,한유 등을 거울 삼아 부

단히 노력하라는 간곡한 훈계를 담았다. 뜻을 세우면서 귀감이 될

만한 인물을 정하고 그와 같이 되고자 매진하면 가장 빨리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일러주고 있다. 최고를 찾아 그처럼 되고자

결심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안 될 일이 없다고 말해주고 싶은

것이다. 평소에 아들을 곁에 두고 하나씩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럴 수 있는 처지가 못 되어 아들에게 자꾸만 미안했

을 것이다.

 

고대 이타케 섬의 오디세우스 왕은 트로이 전쟁에 출전하면서

절친한 친구인 멘토에게 아들 텔레마코스를 부탁했다.이후 10년

동안 멘토는 훗날 텔레마코스가 훌륭한 왕이 될 수 있도록 교육하

면서 때로는 인생 상담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아버지의 역할까

지 도맡아 했다.

 

갑자기 귀양길에 올라 어린 자식들을 두고 떠나야 했던 정약용

도 멘토 같은 친구가 절실히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현실은 냉

혹했다. 아무도 폐족이 된 그의 집안을 보살펴주지 않았다.그러니

아들들에게 너희 스스로 자신의 삶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거듭 당

부하는 수밖에 없다.

 

한 끼 배부르게 먹으면 포만감에 흐뭇해하고, 한 끼만 굶으면

허기를 견디지 못해 울상을 짓는다면 동물이나 매한가지다. 무릇

사람으로서 일희일비(一喜一悲)하고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다산은 엄청난 재난을 당하고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 절망하고 있을

아들에게, 지금 겪고 있는 재난은 잠시 후면 다 사라질 테니 결코

절망하거나 학문을 포기해서는 안 되며 높은 기상을 지녀야 한다

고 타이르고 있다.

 

인간은 희망 없이는 살 수 없다. 다산도 벼슬을 향한 희망은 끊

겼으나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희망, 학문을 완성하고자 하는

희망까지 접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만약 그가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했다면 그 많은 저술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