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생각하면 행복하지만 그의 식구들을 생각하면 겁이 난다? 예비 신부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결혼의 두려움 중 하나가 바로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 맺기다. 게다가 시금치도 먹기 싫을 만큼 시댁 식구와 갈등을 겪는 사례를 누누이 들어오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마냥 움츠러들어 처신할 수 없다. 시댁 식구라는 ‘특수성’ 이전에 인간 관계라는 ‘보편성’을 생각하면서 구성원들을 천천히 살펴보자.
같은 뿌리에서 난 가지들이지만 시댁 식구들은 각자 세대가 다르고 개성이 다른 여러 타입의 인물들이다. 조금씩 다른 채널을 가진 그들과 새롭게 ‘사귀어본다’는 마음을 가지고 다가서보자. 물론 당신의 채널 역시 다양한 주파수가 필요하다.
1.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인 시아버지- 배려와 애교
집안에서 가장 어려운 분일 수도 있고 어쩌면 제일 큰 우군이 될 수도 있는 시아버지. 때때로 시어머니보다 더 다정다감한 분들도 있지만 대개는 가정 안에서 약간의 보수성을 동반한 집안 어른이라는 입지를 고수할 때가 많다. 젊고 개성 있는 예비 며느리(바로 당신!)의 입장에서 보면 이데올로기적으로 가장 편차가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시아버지와 가까워지는 데는 두 가지의 걸림돌이 있다. 시아버지는 ‘남자’에 ‘어른’이다. 그러니 성이 다른 데서 오는 차이, 세대에서 오는 차이를 조금씩 좁혀나가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다.
‘어른들은 일단 공손하고 예의 바른 자세에 호감을 느낀다’고 생각하고 극존칭에 극도로 깍듯한 태도를 갖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모범 답안은 아니다. 그렇게 모시다 보면 어른 입장에서도 격식을 갖춘 고상한 시아버지 역할밖에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예의’라는 말을 문자 그대로 딱딱하게 적용하려 하지 말고 ‘배려’라는 좀 편한 단어로 풀어보면 어떨까. ‘예를 다한다’는 생각보다는 ‘편하게 살펴드린다’는 관점으로 가자는 말이다.
이렇게 초석을 다졌으면 그 다음엔 다가가는 방법이다. ‘남자 어른’이라는 대척점은 ‘취향’이라는 공통 분모로 해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시아버지의 취미에 관심을 보이라는 것이다. 시사에 관심이 남다른 분이라면 적당한 정치적 화제에 개입해보는 식으로. 정치 토론을 벌이라는 것이 아니라 시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시사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는 정도로 어필하라는 것! 요컨대 시아버지의 기호를 파악해서 그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 드리면 훨씬 우호적인 입장이 될 것이다.
한 가지 더. 아마도 애교에 가장 약한 분이 시아버지일 것이다. 젊어 보이신다는 애교를 적당하고 맛깔스럽게 첨가한다면 아무리 무서운 시아버지라도 어른으로서의 애정을 보여주실 것이다.
2. 나이 많은 손아래 시누이 - 정보와 지혜를 빌리는 태도
나보다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은 손아래 시누이. 분명 위치상 내가 어른이긴 해도 애매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나도 괴롭지만 나이 어린 올케에게 ‘언니’라고 불러야 하는 시누이도 피차 거북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을 상기하자. 이름하여 동병상련.
시누이의 입장에서 올케를 보면, 옛날부터 쭉 같이 자라온 자기의 형제를 뺏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무의식중에 자기 가족이라는 영토(?)에 들어온 침입자라고 간주할 수도 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진부한 표현은 마마린에게 당하는 은예영 같은 드라마 속 인물로 구체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시누이와 올케 관계가 그렇게 적대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랫동안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해온 부부들은 대체로 ‘그 시누이에 그 올케’라고 입을 모은다. 못 잡아먹어 앙숙인 경우도 있지만 친자매같이 다정하게 지내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때로는 형제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지내며 갑갑한 결혼 생활에 숨통을 트여주는 말상대가 되어준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이상적인 상태에 도달했을까?
아마도 시누이란 존재는 나를 가장 냉철하게 모니터(?)하는 사람일 것이다. 사람 마음이 다 그렇듯이 자기는 불효를 했더라도 새로 들어온 며느리가 잘못하는 것은 보아 넘기기 힘들고, 지나치게 잘하려고 애교를 떤다거나 하는 것도 통하기 힘들고, 같은 세대인 만큼 장단점도 더 잘 파악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가식적인 친절로 절대 오버하지 말고 솔직하고 담백한 태도를 취하는 게 낫다. 우선 같은 세대의 여성으로서 소통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누이의 정보와 지혜를 빌리는 태도를 갖자.
‘아버님 선물을 사려고 하는데 어떤 것이 좋은지’, ‘어머님이 특별히 좋아하시는 음식은 무엇인지’ 등 부모님과 관련해 의견을 구하는 것은 정보도 얻고 시누이와도 친해지는 첩경이다. 한 가지 더. 시누이를 두고 절대로 뒷공론을 하지 말자.
3. 가끔 만나 예절을 따지는 시할머니 - 호칭 선택 명심
집안의 가장 웃어른이며 예절을 꼬장꼬장 따지는 시할머니가 계실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호칭이다. 딴에는 깍듯이 예의를 차린답시고 “영호 씨는 방금 나가셨는데요”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당신의 주가는 50포인트 아래로 하락한다. 남편을 ‘∼씨’나 ‘오빠’라고 부른다거나 윗사람에게 그보다 아랫사람을 지칭하면서 존칭을 써서는 안 되기 때문. ‘그이’, 혹은 ‘그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하고 아이가 생기면 ‘아범’, ‘아비’라고 해야 한다. 시할머니가 시어머니를 찾을 때는 “어머니 방금 시장 갔어요”라고 한다.
또한 너무 소탈하고 애교 있는 모습보다는 조심스럽고 신중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하자. 가장 쉬운 방법은 말수를 아끼는 것이다.
4. 먼저 시집온 손아래 동서 - 동서는 형님 하기 나름
동서지간이란 사이가 좋으려면 엄청 좋고 사이가 나쁘면 한없이 나쁜 묘한 관계다. 아마도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일종의 경쟁 상대가 될 수도 있어서일 것이다. 게다가 먼저 시집을 와서 나보다 시어른에 대해서도 더 잘 알고 있는 케이스라면 자연스레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나보다 더 잘하면 시어른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꼽고, 또 못하면 나만 힘든 것 같고, 이 알쏭달쏭한 마음에 집착하다 보면 결코 가까워질 수가 없다.
그러니 마음을 비우고, 경쟁자라기보다 동반자로 초기 설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 나름이겠지만 먼저 시집온 동서는 그동안 혼자 짊어지던 짐을 홀가분하게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뒤늦게 합류해 윗사람이 된 형님이 우습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니 솔직하게 조언을 구할 건 구하고 또 같이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좋다. 같은 ‘며느리 연대’를 구축한다는 입장에서 말이다. 질투와 가식만 떨쳐버린다면 가장 가까운 관계가 될 수도 있는 동서를 꼭 내 편으로 만들자.‘동서는 형님 하기 나름’이라는 말을 새겨보면서 말이다.
5.‘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당숙모 - 긴말 말고 거리 유지
가깝지는 않지만 가족 행사 때마다 얼굴을 마주치는 친척들이 있다. 촌수를 따지면 꽤 복잡해서 호칭부터 어려운 어른들, 예컨대 시아버지 사촌 형제의 부인 되시는 당숙모 같은 분들 말이다.
한 가족을 모아놓으면 같은 뿌리에서 나왔지만 참 성격이 다양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있다. 구색 맞추기처럼 한 집안에 한 명쯤 뭔가 카리스마가 넘치면서 성격이 세고 좌중을 휘어잡는 어른이 계시게 마련이다. 촌수는 까마득히 멀지만 만날 때마다 시시콜콜 집안일에 참견하며 훈수를 두는 당숙모가 계시다고 치자. 이런 어른들께는 하시는 말씀에 적당히 동의해드리고 긴말을 하지 않는 것이 상책. 약간 거리를 두는 편이 편하다. 주의할 점은 절대로 감정적으로 꼬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 만약 이런 어른께 맞서기라도 한다면 삽시간에 소문이 돌고 평판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6. 말썽꾸러기 조카들 - 작지만 세심한 선물
나이 어린 조카들은 귀여울 때는 한없이 귀엽지만 일단 떼로 몰려다니며 말썽을 부릴 때는 꼬마 사탄이 따로 없다. 어려운 자리에 얌전 빼며 있다가 이 꼬마들의 술수에 말려 본색을 드러내고 마는 비극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확실히 휘어잡아 둘 필요가 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마치 좋은 어머니가 될 자질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지나치게 잘해주다가는 꼬마들에게 질질 끌려다니거나 애보기 도우미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다정하게 대하면서도 은근히 군기도 잡을 줄 아는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당근 중의 하나, 조카들에게 선물을 할 때는 연령에 맞추어 센스 있는 품목을 고른다. 다섯 살짜리 여자 조카에게는 예쁜 옷을, 네 살짜리 여자 조카에게는 인형을, 열살짜리 남자 조카에게는 게임 CD나 장난감을 사주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누군 주고 누군 안 주고 하다가 그 부모 되는 사람에게 찍히지 말고 형평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7. 장가 안 간 시숙 - 친하지만 독립적인 영역으로
신랑보다 연배인데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형이 있다면 피차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원래 시댁 식구들이란 잘해주든 잘해주지 못하든 어렵고 불편한 법이다. 조금씩 자주 만나면서 어색함을 없애는 방법 외에는 별 뾰족한 수가 없다.
다만 싱글인 형이 너무 눈치 없이 둘의 영역에 드나든다거나 하면 곤란할 테니 장차 독립해서 새로운 가정을 이룰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너무 야박하게 굴어 남편이 확 변했다는 식의 인상을 받게 해서는 안 된다. 또한 다소 못마땅한 점이 있더라도 남편 될 사람에게 절대로 티를 내지 말자. 여자친구 앞에서 자기 부모 형제 욕하는 남자도 은근히 자기 가족을 많이 챙겨주기 바라기 때문이다.
8. 남편과 터울이 많이 지는 시동생 - 잘 챙겨주면 두고두고 든든한 내 편
아직 학생이면서 남편과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 어린 시동생을 윗사람도 아니고 까다롭게 굴지도 않기 때문에 다소 소홀하게 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동생과의 관계를 잘 맺어놓으면 두고두고 편하다.
남편 때문에 가끔 속상한 일이 생기면 시동생과 함께 소주를 마실 정도로 시동생과 남다른 친분을 유지한 어떤 주부는 “시동생이 나를 끔찍하게 위하니까 시어머니도 내게 함부로 하지 못하고 동서 될 사람도 나를 극진하게 생각한다”고 자랑한다. 무뚝뚝한 형이 잘 하지 못하는 세심함을 발휘해서 다정한 누나처럼 잘 챙겨주고, 결혼 후에도 종종 불러내 맛있는 음식도 함께 먹는 등 친분을 두텁게 하자. 형수를 고맙게 생각하는 시동생이야말로 가장 믿음직한 우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