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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얼티메이텀 (The Bourne Ultimatum, 2007)]

허인 |2007.09.19 12:03
조회 11 |추천 0

 CGI 기술의 축복 속에서 창궐한 판타지, 어드벤처, Sci-Fi 등의 전성시대를 반영하듯 최근의 이런 다양한 장르들의 속편들 속에서, 과거 정통 액션 장르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등장하여 여러 추종작들이 따르게 되어 그 영화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되게 했던, 그래서 많은 영화팬들을 고대하며 기다리게 했던 [Die Hard (다이하드, 1988)]의 네 번째 시리즈도 공개되었다. 이전 시리즈들로부터 약간의 생경스러움을 느꼈던 전작 [Die Hard: With a Vengeance (다이하드 3, 1995)]이후, 다시 시리즈 본래의 설정으로의 회귀를 보여주는 듯 해, 나름의 만족감과 함께 무척이나 반가웠던 [Live Free or Die Hard (다이하드 4.0, 2007)]였다. 하지만 이 다분히 보수적이고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성향의 캐릭터를 가진 소시민(?)적 영웅의 이야기에서 조차도, 역시나 20여년을 끌어온 주목받는 블록버스터 시리즈로써의, 그리고 지난 시리즈가 나온 지 10년이 넘은 시점에서의 관객들의 기대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듯, 물량공세에 대한 강박관념의 산물인 듯한 디지털 이미지에 의지한 클라이막스 부분의 여러 액션 시퀀스들로 인해서(몇 몇 순간에는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하기도 했다), 영화 자체의 평가와는 상관없이 한편으로는 약간의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던 터였다.

 

 

 몇 년 전, 헐리웃에서 지성파로 분류되는 맷 데이먼에게 흥미로운 커리어가 될 한 작품이 등장해 나의 관심을 끌었다. 와우. 맷 데이먼이 주인공인 액션영화라니. [The Bourne Identity (본 아이덴티티, 2002)]. 스파이물 만의 독특한 스릴과 긴장감에, 온 몸으로 부딪히는 터프한 액션과 비밀을 파헤쳐가는 플롯의 매력까지. 말 그대로 꽤 매력이 있는 영화였다. 그리고 새로운 감독이 연출한 속편 [The Bourne Supremacy (본 슈프리머시, 2004)]에서는, 전작의 매력에다 좀 더 템포는 빨라지고 스타일이 더해졌다. 그리고 이 새로운 시퀄인 [The Bourne Ultimatum (본 얼티메이텀, 2007)]에서는 역시 이전 시리즈의 매력은 이어받은 데다가, 이야기 전개의 설정 상의 군더더기는 간결해지고, 스타일은 더욱 화려해지고, 템포는 더욱 빨라져, 결과적으로 더욱 진화하여 이 시리즈만의 오리지널리티의 완성을 이루어 내기에 이르렀다.

 

 그래, 나는 아무래도 이런 것을 그리워하고 있었던 거다.
 CGI의 발달로, 더 이상 구현이 불가능한 장면이 없어 보이는 듯 느껴지는 지금,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들은 수퍼 히어로물과 '매트릭스'류로 대표되는 판타지와 Sci-Fi 등과 결합된 작품들이 양산되어 장르를 장악해가고 있고 정통 액션 스릴러 장르의 영화들조차도 그 액션 씬들이 점점 디지털에 의존해가는 그러한 양상 속에서, 디지털에 그다지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식상하거나 진부하지 않은, 그리고 액션에 충실해 신나게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이면서도 매력적인, 그런 재기발랄한 액션 영화를 말이다.
 그러한 갈증과 욕구를, 바로 이 [The Bourne Ultimatum]이 충분히 만족시켜주고 있었다.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요소인 시종일관 극도의 긴장감과 흥분을 유지시킨 것은 핸드헬드와 주밍, 컷과 편집 등, 영화 제작방식에 있어서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기술들을 적절하게 이용한 방법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몇몇 명장면들을 만들어내며 대성공을 보여주었다.

 

 

 전작에서 이미 제이슨 본의 목표는 명확해졌다. 1편에서는 결국 숨어살며 평범한 삶을 살기로 했지만, 2편에서는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자신은 숨어서 진실을 피해서 살 수는 없으며, 기억을 되찾아내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해야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래서 2편의 끝에서 바로 연결되며 시작하는 이 3편 [The Bourne Ultimatum]에서는, 상황설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거나 다른 사건에 의한 피동적인 요인 덕분에 행동을 시작하던 전작들과는 달리, 주인공 제이슨 본은 이미 확실한 목표가 설정된 상태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따라서 내러티브 전개에 대한 낭비와 부담은 줄어들고, 영화는 좀 더 관객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제이슨 본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 과정에 좀 더 집중하게 되면서, 주변 캐릭터의 활약이 좀 더 핵심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등과 같이 좀 더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줄 수도 있게 되었다. 그래서 스토리상으로도 훨씬 더 흐트러지지 않고 컴팩트하면서도 재미있는 플롯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제이슨 본 시리즈는, 주인공이 항상 추적과 추격을 당하고 있는 기본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Enemy of the State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1998)]에서 (약간은 과장된 시스템이긴 했지만)등장했던, 그 위력(?)이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생활 침해의 인권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렸던 그러한 추적 기술이, 좀 더 현실적인 모습으로 이 영화에서도 내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데, 범세계적인 정보망이 구축된 이 시스템에 의해, 주인공 제이슨 본은 문명화된 곳이라면 세계 어느 도시에 있던, 움직임이 포착되기만 하면 그를 쫓는 CIA에 의해 항상 실시간으로 추적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제이슨 본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항상 이 쫓기는 문제 또한 늘 함께 해결해 나가면서 움직여야만 한다. 그리고 그를 쫓는 이들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트레이닝된 암살요원들이라, 이들과의 집요하고 무지막지한 대결은 제이슨 본이 세계 어디를 가든 곳곳에서 일어나게 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이동이든, 누구를 만나든,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단계이든,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해 내야하기 때문에 관객에게 긴장감을 시종일관 유지하게 하는 하나의 장치가 되기도 한다.


 시리즈 전 편을 걸쳐 등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이 추적과 추격 장면은, 이 [The Bourne Ultimatum]에서 (당연히) 더욱 진화하는데, 자신이 만나야 하는 사람을 추적으로부터 따돌리기 위한 방법을 지시하여 따르게 하는 기발하고 감탄을 유발하는 장면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급기야는 '주인공이 경찰에게 쫓기면서 자신의 동료를 쫓는 암살자를 쯫는', 이러한 복잡한 쫓고 쫓기는 관계가 하나의 씬에 나오는 상황까지도 등장하기에 이른다. (아주 방대하고 복잡한 배경들 속에서 복잡한 장면구성을 가지고 있어, 시나리오 상에 가능한 문자로의 묘사의 한계로, 분명 현장에서의 엄청나게 치밀한 씬 구성에 대한 계산의 노력이 필요했을 모로코에서의 바로 이 추격과 대결 장면은, 특별히 명장면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백미이다!)

 


 그런데, [The Bourne Ultimatum]는 그 플롯의 매력과 진화된 쫓고 쫓기는 급박한 설정 상의 매력만이 관객의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요소의 전부는 아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이 핸드헬드로 촬영된 프레임은 정신없이 춤을 추어 대는데, 이는 사실 전작 [The Bourne Supremacy]의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긴 하지만, 주밍과 점프 프레임 등의 기교는 훨씬 더 과감해졌다. 특히 더군다나 2시간 여의 러닝타임 동안 거의 모든 컷이 불과 3초 내외이며, 그 어마어마하게 많은 컷들 중에서 심지어 5초를 넘어가는 컷이 거의 없을 정도(제길, 숨 좀 쉬자구!)로 빠르고 많은 컷들이,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 핸드헬드의 프레임과 함께 융화되어 잠시도 늦출 수 없는 긴장과 흥분 속에 숨가쁘게 몰아넣으며 관객의 진을 빼놓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스타일'은, 제이슨 본 시리즈의 이 세 번째 작품 [The Bourne Ultimatum]이 아주 흥미진진한 작품이 되게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Good Will Hunting (굿윌헌팅, 1997)]의 그 훌륭한 시나리오를 써 오스카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헐리웃에서도 지성인의 부류에 속하는 맷 데이먼은(그의 이력서에는 무려 ‘하버드대학’이 들어있다. 12학점만 더 이수하면 학위를 받게 되는 상태에서 자신의 영화 일을 위해 중퇴했다고 한다), 때로는 잃어버린 기억으로 인한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과 혼란스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적과 온 몸으로 맞부딪혀 폭발적인 액션을 보여주어야 하고, 한편으로는 CIA와 암살자들과의 두뇌게임을 홀로 대적해야하는 지적인 면을 보여주어야 하고, 그리고 항상 냉철한 긴장감을 잃지 않아야 하는, 이 제이슨 본 역할에 어울릴 만한 다른 사람을 쉽사리 떠올리기 힘들만큼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독립영화의 드라마와, 블록버스터 액션스타를 넘나들 수 있는 배우로써의 자질의 확인은 그의 연기의 범위를 더욱 폭 넓혀준 계기가 된 의미있는 작품이 되었다.

 

 

 한마디로 반가웠다. [The Bourne Ultimatum]. 아주 오랜만에 만나게 된, 정말 매력적인 액션 블록버스터.

 

 

 마지막으로, 저 많은 컷들을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서 핸드헬드로 찍느라 무척이나 고생했을 카메라감독과, 저 엄청난 분량의 컷의 필름들 속에서 비명을 질러댔을 편집감독에게 경의의 박수를.

 

 

 

- Deep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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