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허가 기능성 화장품 판친다
당국의 심사를 거치지 않은 기능성 화장품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
다. 관련 규제가 느슨하고 판매업자는 단속관청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정기감시 대상이
아니라는 법의 사각지대를 노린 것이다. 무허가 화장품을 사용하고 부작용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 화장품 단속 무풍지대, 인터넷
#사례1.직장인 임희선(30)씨는 지난 5월 인터넷 사이트에서 모공축소 기능성 화장품을
구입해 사용했다.
얼굴이 따갑기는 했지만 제품 설명서에도 산성 성분이 첨가됐다고 돼 있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흘이 지나자 얼굴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얼굴
피부가 벗겨져 벌겋게 변색되고 곳곳에서 진물까지 나왔다. 바깥 출입을 엄두도 못 낼 만
큼 상태가 심각해진 임씨는 회사에 일주일 휴가를 내고 치료를 해야만 했다. 석 달이 지
났지만 지금도 임씨 얼굴에는 거뭇거뭇한 화장품 부작용 흔적이 남아 있다.
#사례2.40대 오모씨는 올 1월 아내를 위해 인터넷 사이트에서 미백기능성 화장품(3종
세트)을 구입했다. 그러나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내의 얼굴에 좁쌀 같은 뾰루지가
생기고 눈주위가 붓는 부작용이 생겼다. 제품을 회수해 환불을 해주겠다던 업체측은 아직
까지 감감무소식이다.
● 인터넷 사이트 절반이 사전검사 안받아
서울신문이 기능성 화장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 45곳을 조사, 분석해 본 결과 총 22
곳에서 식약청의 사전 심사를 받지 않은 무허가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
다. 보통 일반 화장품은 식약청의 사후 감독을 받지만 ▲미백 ▲주름 제거 ▲자외선 차
단 등 세 종류의 제품은 기능성 화장품으로 분류돼 식약청의 사전 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 등에서는 느슨한 법망을 틈타 불법적인 판매 행위가 활개를 치고 있다. 외
국에서 원료를 공급받아 제조하거나 해외에서 직수입한 화장품을 그대로 판매하기도 한
다. 일반 화장품을 기능성 화장품이라고 허위광고를 하는 곳도 있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하나만 심사를 받은 뒤 다른 것은 심사를 받은 것처럼 끼워 파는
경우도 많다.”면서 “일부 회사는 식품회사로 등록해 놓고 화장품을 만들기도 한다.”고 말
했다. 그는 또 “이런 화장품은 인터넷 이외에도 일부 피부 관리실 등을 이용해 유통된
다.”고 말했다.
● 식품회사로 등록해 화장품 제조도
소비자들의 부작용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올 한해 접수된 화장품
부작용에 관한 상담 건수는 올 7월까지 251건에 이른다. 지난 한 해 동안 305건의 상
담이 접수된 것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반면 판매업자에 대한 관리 감독은 부실하다. 식약청은 한 해에 한번 화장품 제조업
소와 수입자만을 대상으로 유해물질 포함 여부와 품질관리 실태를 조사한다. 신고가 들어
오지 않는 한 실제 판매업자에 대한 단속은 없다. 화장품 판매는 자유업이기 때문이
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화장품 단속팀이 따로 없어 의약품 단속과 같이 진
행한다.”면서 “한정된 인원으로 수백 개가 넘는 인터넷 사이트를 일일이 다 확인하는 것
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