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사람을 사랑할 때
주위 의견에 persuaded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곧 전쟁터로 나갈 무일푼의 해군과의 첫사랑에서
'전 제 마음을 정했어요'라고 말할 수 없었던 주인공의 심정에 공감.
"난 남들의 말에 쉽게 설득되지 않아요"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8년 후 재정적으로도 성공한 해군 대령이 된 그를 자신있게 유혹할 수 있는 젊고 어린 아가씨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현실적인 조건을 따지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흔들리게 되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인게다. 그들 역시 나를 사랑하고, 내가 행복해지기를 원해 이야기하는 것일테니.
현실적인 이유로 머뭇거리고, 주위 의견을 신경쓰게 되고
그러다가 결국 사람을 떠나보내고 우유부단함을 후회하곤 한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좀더 성숙해질 무렵이면,
그렇게 고통스러웠던 불타는 열정과 피흘리는 듯한 아픔들 위에
후회조차 무의미할 만큼 먼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이지만
그렇다고 그 사랑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진실했다면,
언제나 마음 속 깊은곳 어디에선가 조용히 숨쉬고 있는 좀더 차분해지고 참을성 있어진 그런 사랑이 있다. "Persuation"의 해피 엔딩이 현실이라고,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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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만과 편견' 이후 '노생거 사원'이나 '엠마'를 읽고 실망한 나머지, 제인 오스틴은 어쩔 수 없이 한계에 부딪힌 작가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persuation'을 읽고 그녀가 단순한 로맨티스트가 아니라, 나름의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린, 평생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집중한 작가였다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
덕분에 2007년 BBC판 영화까지 찾아서 봤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화면으로 옮기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BBC인만큼 영화 자체도 정말 좋았다. 감정선을 따라 움직이는 화면과 음악 모두. 덕분에 "Eternal sunshine with spotless mind" 이후로 이런 영화를 보면서 또 눈물을 흘렸다. (사족이지만, 워킹타이틀에서 만든 영화는 뭐랄까, 너무 '예쁘게'만 만드는 것 같아 BBC쪽 해석이 더 제인 오스틴의 원작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