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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데미 스기노

남정석 |2007.09.26 13:02
조회 233 |추천 3

 

 히데미 스기노. 이 사람의 책은 이전에 서점에서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사람의 명성이나 맛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 여기를 다녀온 친한 친구의 말에 의하면 여기가 일본 최고의 케잌집이라고 주저없이 말을 했었다. 일본을 다녀오기 전 내가 알고 있는 이데미 스기노는 그냥 조그만 케잌집, 화려하지도 않고, 심플한 몇 가지의 케잌... 그리고 콧수염을 기른 백발이 듬성듬성난 빠띠시에... 그 정도가 다였다.  일본 친구와 함께 이 곳을 찾아갔었다. 그 친구도 이곳에 대해서 찾아보고, 위치를 인터넷으로 프린트 해왔는데도 쉽게 찾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전화해서 위치를 물어보고 찾을수가 있었다. 처음엔 하도 구석진 곳으로 가길래 이런곳에 그렇게 유명한 케잌집이 있을까하고 의심도 했었다. 결국 찾아낸 곳은 인터넷에서 많이 봤던 그 익숙한 가게의 전경이 나타났다. 역시나 화려하지도 않고, 소박한 조그만 케잌집이었다. 하지만 문을 들어서는 순간 기대감 때문이었는지 왠지 모를 강한 포스가 느껴졌다. 조용하다 못해 왠지 엄숙한 분위기에 말없이 케잌을 고르는 손님들, 그리고 여느 일본 가게의 시끄럽게 손님을 맞이하는 분위기와도 사뭇 다르다. 매장을 둘러보니 정말 몇가지의 케잌과 잼류, 티 종류 등이 다였다. 친구가 사다줬던 프랄린도 보인다. 한참을 둘러본 후 우리는 두가지 종류의 케잌을 골랐다. 케잌을 고르고, 또 다시 준비되는 동안 잠시 기다려야했다. 나중에 자리로 안내 받은 후 케잌을 먹을수가 있었다.        


 이 사람이 바로 이 케잌집의 주인이자 맛을 책임지고 있는 빠띠시에 스기노 히데미다.(간판은 영문식으로 써놓은거라고 함) 주요 약력으로는 1991년에 리옹 발로나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에도 몇 번 소개된 적이 있고, 디저트 책도 여러권 썼다. 상당히 보수적인 편이라 인터넷에서 이 사람의 사진이 달랑 이거 한장밖에 찾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매장에서 사진을 못 찍게 한다. 아예 메뉴판에 사진을 못 찍는다고 기재해놓았다. 친절하게도(?) 일본어를 모르는 분을 위해서 영문과 사진촬영금지 표시까지 해놓았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찍었다.

개인적으로 만나서 이 사람의 마인드를 듣고 싶었지만 기회가 아닌거 같아서 그냥 케잌만 먹고 왔다. 다음에 다시 일본을 방문한다면 꼭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때까지 일본어를 먼저 마스터해야겠지만..^^


 

 

케잌 쇼케이스다. 여느 케잌집의 여러가지 종류의 케잌을 전시해놓은 것과는 달리 깔끔하게 긴 철판 케이스 위에 대 여섯개의 케잌들이 전시되어있다. 대부분이 둥근 모양의 무스 케잌이 많았다. 네임택 뒤로 비어있는 케잌들은 다 팔린거고, 시간대별로 새로운 케잌이 나온다. 새로운 케잌이 나오면 직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새 케잌이 나왔다고 알려준다.


 

 

급하게 몰래 찍느라 클로즈업을 못했다.


 

 


 

 

케잌을 고르고 있는 손님들.


 

 

매장 전체 분위기. 매장이 좀 어둡다. 그래서 쇼케이스의 케잌들이 더욱 더 환하게 보인다. 그런것을 염두해 둔 조명인거 같다.


 

 

젤리류...


 

 

잼류...


 

 

우리가 시킨 첫번째 접시. Ananas HAWAI 라고 표기되어있었다. 이거 한마디로 말하면 정말 맛있었다. 우리가 먹었던 세가지 케잌 중 단연 최고. 이 곳을 다녀온 친구가 이런 말을 했었다. 여기 케잌은 느끼하지 않아서 아침에도 세개 정도는 먹을 수가 있다고 했었다. 나도 그럴수 있을거 같다. 아니 다섯개라도... 우선 여기 케잌의 특징은 달지 않고, 라이트하다. 유럽풍의 디저트들이 달면서 무거운 반면에 여긴 정말 라이트하다. 그래서 느끼하지 않다고 말한다.


 

 

케잌 시식을 자주 다니다보니 이젠 이렇게 반으로 해부하는게 정말 즐겁다. 그리고 어떻게 잘라야 잘 잘리는지도 알게되었다. 자른 단면을 보면 맨위가 크림(그냥 크림같은데 모양과 맛도 상당히 좋았다..어떻게 저렇게 아이스크림처럼 모양을 냈는지..그것도 기포 하나 없이 예술이다)

그 밑에가 파인애플 콤포트..골든 파인애플로 맛과 향을 잘 살렸다. 맨 밑에 있는것이 파인애플 타트 혹은 숏브레드 정도인거 같다. 파인애플은 익혔을때 향이 많이 죽는데 이건 상큼하면서 달콤한 파인애플향이 잘 살아있었다. 그리고 타트까지도 차가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케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것이 맛있는 온도를 살려내는것이다. 크림이 들어간 것은 특히 -4도 정도의 냉장고에서 보관하는것이 좋다. 딱 맛있는 온도로 내왔다. 이것이 테크닉이자 히데미 스기노의 내공이 아닐까 싶다. 전체적인 색감도 밑에 타트 갈색과 파인애플 노랑색, 그리고 하얀색 크림, 그 위에 붉은색 라즈베리, 라즈베리 위에 포인트로 라임 제스트까지... 세심한 배려와 색의 조화가 잘 맞다.


 

 

두번째 케잌 Provencal. 타트 바닥에 라임 무스를 채우고, 그 위에 라임향의 나빠쥬를 발라줬다.

하얀것은 이탈리안 머랭이다. 원래 방울토마토는 과일이 아닌 야채로 분류되기 때문에 제과에서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다. 방울토마토를 쓰면 자칫 촌스러운 케잌이 될 수도 있는데 초록색의 라임과 대조를 이루면서 잘 어울린다. 그리고 일본 케잌을 보면 야채를 쓰는 경우가 종종있다. 건강식의 디저트 혹은 라이트한 느낌의 디저트를 표현할 때 많이 사용한다. 나도 이런류의 디저트를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허브를 이용한 디저트는 앞으로 많이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

 

얇은 타트 시트에 라임 무스가 얇게 필링되었다. 신맛이 강한편이었는데 이탈리안 머랭과 같이

먹으면 좀더 부드러워진다. 초록색, 흰색, 빨간색의 조화가 식욕을 돋궈주는거 같다.

 

새로운 케잌이 나왔다고 해서 새로 주문한 세번째 케잌. 이름은 Extique. 코코넛 무스에 코코넛 가루가 코트되어있다. 정말 심플해서 주문해봤다. 속에는 뭔가 서프라이즈한 것들이 있을거라 기대하면서... 히데미 스기노의 케잌은 겉모습이 그리 화려하지 않다. 특히 사다하루 아오키에 비하면 더욱 더 그렇다. 아오키는 인위적인 색감을 많이 내면서 화려하다. 하지만 스기노의 케잌은 그에 비해 심플하면서 맛과 온도에 신경을 많이 쓴다.

   잘라진 단면이다. 얼마전에 일본의 유명한 빠띠시에 코이치 이즈미(월드 페스츄리 일본 대표로 나가서 1등을 한 선수)상을 만났는데 그가 요즘 케잌의 추세와 대회에서 원하는 케잌이 어떤것인지를 알려줬었다. 먼저 칼로 단면을 잘랐을때 부드럽게 잘려야한다고 한다. 딱딱한 시트를 쓰거나 딱딱한 재료를 필링하면 잘 잘리지 않는다. 그런것이 감점이라고 한다. 또 하나는 잘랐을때 무스와 시트 층이 일정한 두께로 높이가 맞아야하고, 무스가 흘러내리지 않아야한다. 그런점에서 히데미 스기노는 백점 만점에 90점을 주고 싶다. 10점 부족한것은 기대했던 이상의 숨은 맛이 없었다. 난 심플한 외형과 달리 속에는 뭔가 서프라이즈한 맛이 숨어있을거라 기대했지만 그런건 없었다. 그냥 맛있는 코코넛 무스에 망고 젤리 or 무스가 있을뿐이었다.  


다즐링 티.


 


찾아가는 길은 이 곳으로 나와서 물어보면 쉽게 찾을수 있을지도 모른다..ㅡㅜ 우리가 하도 어렵게 찾아서 가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조그만 케잌집을 하는데 그것도 구석진 곳에 숨어있는 케잌집을 사람들은 어찌알고 찾아간다.

나 역시도 소문에 의해서 대체 어떤곳이길래 그럴까 하는 마음에 가봤다. 역시 실망시키진 않았다. 이곳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프랑스 요리사 중에 '미쉘브라' 라는 사람이 있다. 그의 레스토랑은 정말 지방에 있고, 찾아가기도 무지 어려운데도 수많은 요리사와 미식가들이 그의 레스토랑을 찾아간다. 성공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둘다 맛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거 같다. 그런 명성을 얻기 까지 수없이 가다듬으면서 남보다 더 많은 노력들을 했을것이다. 이 케잌집의 특징은 손님의 절반 이상이 혼자 온다는거였다. 주위를 둘러보면 혼자 앉아서 티와 케잌을 세종류 이상씩 시켜놓고, 정말 음미하면서 먹는 모습을 많이 봤다. 남자 혼자서 케잌 세 접시를 놓고, 한 입 먹고 오물오물 씹으면서 맛을 음미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보기 드문 광경이라고 생각한다. 남자 혼자서 케잌을 먹으러 가는것도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세 조각 이상을 혼자 먹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여기선 가능하다. 나 역시도 혼자 오더라도 세 접시 이상은 먹을 수 있을거 같다. 그리고 잠깐 동안이라도 케잌을 먹으면서 히데미 스기노가 전해주고자 하는 맛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을거 같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맛에 대한 자부심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그런 케잌집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 하나 우리나라에도 작지만 알차고, 맛있는 이런 케잌집이 많이 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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