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 침공, 침략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해서 모든 인간들을 자기들과 같은 종족으로
변이 시킨다는 설정은 SF영화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 흐르는 서양 문화의 기반을 이루는 bible context.
외계생명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감정이 없어지고 아직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감염시키려고 한다.
감염된 사람이 감염되지 않은 사람보다 많아 지면서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비정상처럼 되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평소 잘알던 사람들은 모두가 변했는데 혼자서 별 수 있느냐는 식으로 캐롤을 회유한다. 하지만 캐롤(니콜 키드먼)은 자신의 아들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분투하고 승리한다.
니콜 키드먼 같이 생긴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스토리나 플롯이 뻔한 영화였음에도 눈을 떼지 않고 볼 수 있었다.
니콜 키드먼 같은 타입이 좋은 이유는 차갑고 좀 사악해 보이는 외모의 사람이 따뜻한 피를 가진 인간이라는 면모가 살짝살짝 보여질 때 느껴지는 의외성 때문이라고할까? 여하튼 나는 엉뚱하게도 이 영화를 보며 결혼제도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캐롤이 지켜내려 애쓴 아들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나온 아이였다.
캐롤은 미국의 법대로 일주일은 자신이 아들을 데리고 있다가 일주일이 지나면 전남편에게 아들을 건내주어 일주일간 데리고 있을 수 있게끔 하는 것 같았는데, 전 남편을 불신하지만 법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맡기는 것 처럼 보였다.
한국의 이혼률이 그리 높지 않았던 시절엔 미국의 높은 이혼률을
보며 미국이란 나라가 참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이혼률이 미국의 이혼률을 앞질러 버린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성경에서는 둘이 합쳐 하나를 이룬 즉 사람이 나누지 못한다고 하였다. 미국은 성경에 손을 얹고 세운 나라인데도 이혼에 있어 선구자 격이다. 그렇다고 이혼률이 낮은 동양의 국가들이나 낮았었던 한국의 부부들이 미국의 부부들보다 행복해서 안헤어지고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참고 사는 사람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결혼제도라는 것은 인간의 수명이 30세를 조금 넘던 시대에
생겨났다고 한다. 결혼을 빨리해서 10대 후반에 한다고 해도 길어야 15년 정도 살면 더 살고 싶어도 못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수명이 보통 8,90이다. 지금 젊은 세대는 100살 이상 살게 될 것이다. 어찌보면 20대라는 철없는 시기에 60년 이상을 같이 살 배우자를 선택하라는 강요는 이제 가혹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보고 최고의 조건을 가진 사람과 결혼하면 60여년이 흐르는 사이 싫어지지 않을 것 같은가?
한 사람을 만나서 이 사람이 내 운명이다 라고 믿으며 무조건 사랑해야 하는데.... 매스미디어의 왜곡된 이미지의 홍수를 맞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내 옆의 그 사람은 드라마속의 그 사람에 비해 너무 초라해 보이거든. 미디어의 이미지가 현실이 아니란 것을 알지만, 이미 무의식은 미디어에서 쏟아내는 이미지에 익숙해져 있다. 결혼제도를 개개인의 도덕률에 호소해서 지켜낼 수 없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이 영화에서 언뜻 보여지는 가능성은 모계사회로의 회귀이다. 암컷이 여러 수컷들을 거느리며 새끼는 직접 양육하는 시스템. 그 동안 남자들이 주로 경제력을 쥐고 있었지만 그 경제력이 여성들에게 많이 넘어왔고 많은 일들이 소프트해지면서 앞으로 사회에서 여성들의 위치나 경제력이 남성들을 앞지를 가능성 마져 보이는 현재 흐름을 볼 때, 여성이 양육권을 쥐고 여러 남자들을 거느리는 방식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하면서 기분이 씁쓸해지는 이유는 내가 수컷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