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이 도시가 미치도록 좋고, 또 미치도록 싫다.
요즘 이 도시에서 유행하는 '사랑의 행로'란 이런 것이다.
낭만적인 법석을 떨며 술을 퍼마시다가
남자와 여자는 잠깐 사랑에 빠진다.
그리곤 키스를 하고 섹스를 한다.
사내들은 주먹다짐을 하기도 하고,
여자들은 자기 연민에 찬 목소리로 울기도 하지만
곧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러고는 부질없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모두들 노예처럼 일한다.
그 때문인지 시청 앞 삼성플라자 건너편 빌딩 위에 세워진
거대한 '박카스' 선전탑을 바라보면
가끔 통곡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도시는 폐허처럼 쓸쓸
하다.
그래서 해가 지면 사람들은
술집으로, 클럽으로, 쇼핑센터로,
영화관으로, TV 속으로, 인터넷 싸이월드로 달려간다.
자기도 알지 못하는 외로움에 찌들어 뭔가 털어보고자
저녁이 되면 누구나 다 그렇게 바쁘다.
하지만 그렇다고 외롭지 않은 건 아니다.
나 아닌 다른 것에 의지해 잠깐 도망칠 수 있을 뿐이다.
가끔은 혼자가 아니라는 그런 바쁜
몸부림들이
나 자신을 더욱 외롭게 만드는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파스칼의 말을 포스트잇에 큼지막하게 써서
침실벽에 붙여놨다.
"세상의 모든 불행은 단 하나의 이유,
방 안에서 조용히 휴식 할 줄 모르는 데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