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고로
옛말에 친구를 사귀려면 세 가지를 해 보라고 하였다.
그 첫번째가 술이다. 보통 때는 다분히 정상적이다가도 술만 들어가면 완전히 맛이 가는 놈들이 있다. 이런 놈들은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얼굴은 웃는 낯짜긴데 속은 항상 씨발씨발거리고 있는 놈이다. 앞에서는 헤헤거리다가도 뒤돌아서면 언제 뒤통수를 후려갈길지 모르는 놈들이 바로 이런 놈들이다.
두 번째는 여행이다. 이솝우화를 읽어 본 적이 있는가? 거기 보면 이런 애기가 나온다.
같은 마을에 사는 두 친구가 배낭여행을 하느라 산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검은색 곰이 짠- 하고 등장한다. 가슴 정 중앙에 흰색 나이키 로고가 그려진......
친구A : 앗! 나이키다!
친구B : 앗! 반달곰이다!
나이키든 반달곰이든, 어쨌든 위험하다고 판단한 둘은 도망을 친다.
친구B는 나무를 탈 줄 알았기 때문에 잽싸게 나무 위로 올라가고, 친구A는 나무도 탈 줄도 모르고 100m달리기도 30초에 골인하는 놈이기에 죽은 척하고 바닥에 앞드린다. 곰은 어슬렁어슬렁 친구A에게 다가가고, 친구A는 매정하게 나무 위로 튀어 버린 친구B를 원망한다. 곰은 엎어져 있는 친구A를 스윽 쳐다보더니, 몸을 숙여 귀에다 대고 뭐라고 말을 한다.
나이키 잠바 입은 곰 : 크르릉, 크르르르릉, 크릉 (안 잡아먹어 씹새야. 짜식이 괜히 죽은 척하고 있어.)
곰은 친구A를 한번 야려본 다음 퇴장하고, 곰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친구B는 나무에서 내려온다. 그리고 친구A에게 묻는다.
친구B : 야! 아까 그 나이키가 뭐래?
자신을 혼자 두고 튀었다는 사실에 열받은 친구A가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친구A : 위험할때 친구 두고 혼자 도망가는 너 같은 새끼랑은 생까라던데.
이 말을 들은 친구B가 화를 내며 말한다.
친구B : 뭐? 이 새끼 이제 보니 순 구라쟁이 아냐. 곰이 어떻게 말을해? 뭐 이런 놈이 다 있냐.
친구A : (앗차! 곰은 말을 못 하지.)
친구A는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지만, 친구B는 이미 저 멀리 떠나가고 있었다. 후에 친구A가 마을에 돌아와 보니, 이미 친구B가 그가 구라쟁이라는 소문을 파다하게 퍼뜨린 뒤였다.
마을사람1 : 글쎄, 저 사람이 곰이 말을 한다고 그랬대.
마을사람2 : 말도 안되는 소리. 어떻게 곰이 말을 해?
마을사람3 : 구라였대.
마을사람4 : 그거 참 몹쓸 사람이구먼. 앞으로 저 사람과는 상종을 하지 말아야겠어.
동네 아줌마1 : 글쎄, 입만 열면 구라가 쏟아져 나온다지 멉니까.
동네 아줌마2 : 가죽이 얼마나 두꺼운지, 구라를 까면서도 얼굴빛하나 변하지 않는다면서요?
당황한 친구A는 해명에 나선다.
친구A : 그러니까, 그게 여차저차 해서 그래서 제가 비꼬느라고 그렇게 말한 거거든요.
상당히 설득력 있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구라쟁이라는 선입견이 박혀 있는 터라 사람들은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A는 마을에서 초특급 하이퍼 슈퍼 울트라 메가톤 왕따가 되었고, 죽을 때까지 친구 하나 없이 살아야만 했다. 그가 죽었을 때, 그의 장례식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묘비에는,
구라쟁이 이곳에 잠들다
라고 새겨졌다.
이 우화의 주제는 '구라를 까더라도 말이 되는 구라를 까자'이다.
주제가 무엇이 됬던 간에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같이 여행을 하다 보면 그 사람의 여러 가지를 알 수 있다는 거다. 밥은 제때 처 먹는가? 잘 때 발은 씻고 자는가? 속옷은 몇 개월 만에 갈아입는가?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 구라 빈도는 어느 정도인가? 등등
이런 사실들은 그 사람이 자신에게 알마나 필요한 사람인지, 그 사람에게 자신은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럼으로써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개발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도박이다. 술은 그 사람이 감추고 있던 속마음을 알 수 있게 하고 여행은 그 사람의 장단점을 알 수 있게 한다면, 도박은 그 사람의 성깔과 인간성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런 것들은 돈을 따고 있을 때도 나타나지만, 아무래도 따고 있을 떄보다는 꼴아박고 있을 때 더욱 강력하게 나타난다.
우선 돈을 꼴아박고 있을 때에 나타나는 현상을 살펴 보기로 하자.
1. 엄청 흥분한다.
2. 패를 빨리 돌리라고 재촉한다.
3. 자꾸 뭐라고 궁시렁거린다.
4. 패가 안 좋다고 씨발씨발거리며, 괜히 선(先)에게 패 좀 잘 섞으라고 짜증을 낸다.
5. 계속 꼬는 주제에 판돈을 올리려고 한다.
6. 시간 되어서 일어나려고 하면, 내가 꼴은 돈 다시 따기 저네는 못 간다고 억지로 붙잡는다.
위의 보기 중에서 상대방이 나타낼 경우 위험한 것은 4번과 6번이고, 자신이 나타낼 경우 위험한 것은 1, 2, 5번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 우리는 '특히' 6번을 나타내는 놈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앞의 문장에서 '특히'가 괜히 두 번이나 들어간 게 아니다. 6번과 같은 케이스에는 아무리 조심을 강조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이런 놈한테 대처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호소책이고 두 번째는 회유책이며, 세 번째는 강경책이다.
호소책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상대방한테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이러해서 지금 반드시 가야 하니, 이해를 좀 해라. 다음 번에 기회를 만들어서 또 치자.' 등의 말을 해서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는 방법이다.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통해 이루어 지기 때문에 많이 애용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의 단점은 자칫하면 '따고 배짱' , '먹고 튀는 놈' 이라는 등의 욕을 얻어먹을 수도 있고, 결정적으로 효과를 별로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놈들은 돈을 잃어 눈깔이 뒤집힌 상태이기 때문에 남의 사정을 생각해줄 만큼의 이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돈을 도로 따야 한다는 생각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래도 가려고 하면 이들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며 이렇게 말한다.
"딴 돈 도로 내놓기 전에는 못 가! 따고 배짱이 어딨어!?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그리하여 나온 것이 바로 회유책이다. 회유책이라는 것은 자신이 딴 돈의 50% 이상을 개평으로 던져주는 방법이다. 어차피 계속 친다 해도 딴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왠만한 놈들은 이 정도 주면 먹고 떨어지기 마련이다. 지갑에 약간 타격이 오긴 하지만 이것 역시 자율적인 분의기 속에서 평화롭게 해결되기 때문에 가끔씩 이용된다.
이 방법의 장접은 자신이 개평을 후하게 주는 후덕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낼 수 있고, 후에 그 친구를 만났을 떄도 별로 서먹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기회에 한판 붙어서 꼴았을 경우 당당하게 개평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 강경책은 정말 최후의 상황에서만 쓰는 방책이다. 이 방법의 파장은 가히 엄청나서, 심한 욕설은 기본이고 친구를 잃게 되거나 심각한 경우에는 유혈사태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강경책이란 말 그대로 강경하게 나가는 것이다. 약속이고 뭐고 떄려치우고 상대방이 돈을 꼴 때까지 계속 치는 것이다.
어차피 상대는 흥분해 있다. 흥분한 상태에서는 정상적이 사고를 하지 못하고,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서 패를 내게 된다. 이런 놈들 돈 따먹는 건 일도 아니다. 아무튼 이렇게 하다보면 친구를 잃는 것은 기본이고 잘못하면 칼부림 난다. 이 방법은 최악의 상황까지 몰렸을 때도 웬만하면 쓰지 않기를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