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종교 배려좀 해줬으면...
이승명
|2007.10.09 05:48
조회 91 |추천 5
전 사람들이 저에게 종교가 뭐냐고 하면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족들은 전부 불교를 믿는데, 전 그냥 무교예요." 왜냐하면 개신교 사람들이 교회를 가듯, 천주교 사람들이 성당을 가듯, 절에 다니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무슨 불경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었구요. 당연히 무교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그게 아니란걸 깨달았습니다. 불교란 종교가 어떠한 것인지는 몰라도, 그것이 저의 삶과 일상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걸 종종 느끼곤 합니다. 손에 휴지조각이 있고 길거리에 휴지통이 없으면 한시간 동안이라도 그걸 그대로 들고 집에 들어와 휴지통에 버리는 저입니다. 이렇게까지 행동하는 이유를 곰곰히 따져보면 결코 '법'때문은 아닙니다. (위험한 생각이긴 합니다만) 전 제 판단에 잘못된 법이라면 지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왜 그렇게 '나쁜 짓'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걸까, 하고 고민해봤더니 결국 종교적 믿음이 나오더군요. 나쁜짓을 하면 그것은 반드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저도 몰랐는데 이 말에 대한 저의 믿음은 정말 확고하더군요. (이건 꼭 불교의 가르침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집안의 영향때문에 이 믿음을 가지게 되었으니 불교의 가르침안에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나쁜짓을 해서 받는 벌은 살아가면서 받게 될지, 지옥에 가서 받게 될지 아니면 내세에서 받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전 틀림없이 언젠가 대가가 있긴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이 생각은 증명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모두에게 해당하는 진리가 아니라 제 개인적인 믿음이기 때문이죠.(믿는 사람에게는 물론 진리입니다) 결국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개인의 깊숙한 내면속 믿음이 결국 일상생활 하나하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겁니다. 기독교 사람들은 죽은 후 천국에 가기 위해서, 착한일을 하고자 합니다. 저와 똑같은 겁니다. 물론 저의 믿음보다는 기독교인들에게 구체적인 믿음의 대상(예수, 혹은 성모)이 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더 드러나기는 합니다만 결국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모두들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을 뿐입니다. 제가 '나쁜 짓을 하면 결국 벌을 받게 된다'라고 말할 때 절대 그렇지 않다고 우기는 사람이 있으면 전 화를 낼것까지는 없겠지만 상대방에게 저의 믿음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특히 상대방이 제가 아끼는 사람이라면, 더욱 열심이겠죠. 제가 아끼는 사람이 나중에 벌받을 것도 모르고 나쁜 짓을 일삼는다면 저 역시 슬퍼질 테니까요. 반대로 다른 사람이 저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절 설득하려 한다 해도 저의 믿음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겁니다. 당연합니다. 저라는 인격체는 사실 그 종교적 믿음이라는 지지대 위에 쌓인 탑과도 같으니까요. 전에 어디서 읽은 건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누군가 이렇게 말했죠. 인간은 자신의 행동이 논리적이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해 엄청난 공포를 가지고 있다, 라고 말이죠. 그만큼 인간은 모든 사고를 논리적으로 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단 말인데, 결국 인간들의 모든 행동의 논리회로를 위로 거슬러올라가다보면 뭔가 절대명제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바로 종교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걸 바꾸라는 것은 결국 너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라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그게 쉽겠습니까? 기독교인들도 저와 마찬가지겠지요. 독실한 기독교인일수록 그 믿음은 확고하고 그 믿음이 자기 자신을 만듭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기독교는 무조건적으로 나쁘다라고 하면 그 사람들이 흥분하지 않겠습니까? 특히 그 비판하는 사람들이 기독교가 뭔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그들이 왜 기독교를 믿는 건지도 모르면서 비난만 한다면, 기독교인들도 화가 날 수밖에 없겠죠. 반대로 기독교인들이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선교를 하려 하면 그 대상들도 기분이 나쁠 수 있습니다. 그 대상들이 다른 종교를 가졌으면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무교일지라도 기독교의 교리와는 전혀 다른 색의 자신만의 믿음이나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화가 나지 않겠습니까. 마구 생각나는대로 글을 쓰다보니까 방향이 없는 글이 되어버렸군요. 제가 처음에 하고자 했던 말은 '상대방의 종교를 비판하기 전에 그게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이나 해보고 하자'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종교인들끼리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배려'지요. 교리상의 차이 때문에 '화합'까지는 못해도 상대방의 믿음을 배려해줄수는 있지 않을까요? 자신의 믿음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안다면, 다른 사람들의 믿음이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해 줄수도 있습니다. 선교가 기독교인들의 믿음에서 가장 추구해야할 것중 하나라고 할지라도, 상대방의 믿음 역시 배려한 선교가 되었으면 하고, 선교활동만을 무조건 비난함으로써 기독교인들의 믿음 자체를 욕되게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