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온 송이를 보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준 선물이 북한 칠보산 송이 4?이었다. 청와대는 이를 국내 인사 3800여명에게 나눠 주었다. 대부분은 별 생각 없이 그 송이를 맛봤을 것이지만, 엊그제 한 신문에 탈북자 출신 기자가 쓴 北북에서의 송이 채취 경험담은 선물로 받은 그 송이에도 어김없이 북한 주민들의 고난과 눈물이 배어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그는 2000년 8월 북한 직장에서 ‘충성의 외화벌이조’로 칠보산 송이 채취에 동원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계곡에서 잠을 자고 새벽이면 송이를 찾아 우르르 흩어지는 피난민 같은 생활을 했다. 그도 하루 열 시간 이상 일주일 동안 산을 탔지만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고 자기 돈으로 메웠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2000년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 뒤 추석 때 남한에 선물로 보낸 송이 3?은 아마 그때 캔 송이일 것이라고 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직전 평양 시민들은 평양 길을 물걸레로 닦아야 했다. 우리 대표단이 지나갔던 깨끗한 길은 그런 길이었다. 노 대통령은 아리랑 집단체조 공연장에서 코트를 입었다. 비 온 뒤 날씨는 그만큼 쌀쌀했다. 그래도 매스게임에 동원된 어린 학생들은 “수령님 고맙습니다”고 함성을 지르며 발을 굴렀다. 그 아이들은 한겨울 야외에서 회초리를 맞고 옷 입은 채로 소변을 보며 하루 10여 시간의 훈련을 받고 매스게임 기계로 만들어졌다. 그래도 영양부족으로 쓰러지는 아이들이 속출하는 여름 훈련보다는 겨울이 낫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귀로에 들른 개성 공업단지도 그 이면에는 북한 주민들의 눈물이 흐르는 곳이다. 이곳의 북한 근로자들이 받는 월급은 57달러다. 그나마 黨당이 중간에서 절반 이상을 떼어 간다. 나머지도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도 이곳에 오려고 북한 주민들은 뒷돈을 쓰고 ‘빽’을 동원한다.
노 대통령은 그 개성공단에서 “개성공단은 북을 개혁·개방시키는 곳이 아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그 말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즉각 부처 홈페이지 개성공단 부분에서 개혁·개방이란 말을 없앴다. 상대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통일부 사람들이 그들이 보고 또 밟고 온 북녘 땅의 뒤에 주민들의 어떤 눈물이 흐르고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이렇게 재빠르지는 못할 것이다. 무슨 용어를 쓰고 없애더라도 북한 주민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우리의 목표만큼은 절대로 흔들릴 수 없다.
조선일보 10월 12일자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