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별(別) : 헤어져 떨어져 있다.
비가 오거나
아님 너무나 예쁜 노을을 보았을 때,
혹은 어떤 음악이 귓속으로 흘러 들어올 때 등
왠지 sentimental한 분위기에 젖어들 때면
가슴 한켠을 스며드는 아픔 같은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것은 대부분 '別'에 대한 기억 내지 추억일 경우가 많다.
누구나 한 번쯤은 어떤 형태이든 '別'을 경험할 테니까...
모든 '別'에는 저마다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다.
하지만 이 사연들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모두
위에 서술한 '別'의 정의에서와 같이 두가지 사연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그것은
헤.어.져.야.만.했.던.사.연.과
떨.어.져.있.어.야.만.했.던.사.연.이다.
즉, 모든 '別'은 다음 두가지로 나누어질 수 있다.
떨어져 있어야 하기 때문에 헤어지는 경우.
헤어져야만 하기 때문에 떨어져 있는 경우.
보편적인 예를 하나씩 들어보자면,
전쟁터에 나가는 남편과의 '別'은 전자의 경우요,
사랑하다가 헤어진 연인과의 '別'은 후자의 경우다.
그리고 이 두 경우를 구분하는 결정적인 차이점은
바로
'재회' 에 대한 차이점이다.
전자는 '반드시 다시 만남'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는 '別'이며,
후자는 '절대 다시 만나지 않음'에 대한 의지를 품고 있는'別'인 것이다.
물론 '반드시 다시 만남이 예정'된 '別', 즉, 유학간 친구내지, 출장간 남편 같은 경우도 있지만
이 글의 예로는 제외한다.
이 '별'들은 적어도 비가 온다고 아프거나 하지는 않을테니까..
어떤 '別'이든지
헤어지는 순간의 그 아쉬움이나 아픔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상대적으로 전자의 경우보다는 후자의 경우가
헤어지는 순간의 강렬함이 더 크다.
이는 '다시는 만날 수 없다' 내지 '다시 만나서는 안된다'라는
비극적 결말이 미리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훗날 결과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얘기지만
'희망'이 존재하는 것과 '희망'이 전혀 없다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떨어져 있는 순간의 안타까움과 그리움은 대체로 전자쪽이 훨씬 강렬하다.
'희망'은 품고 있되 '기약'이 없다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또 있을까.
사실 위의 이야기는 상당히 도식적인 이야기이다.
전자라고 헤어지는 것이 강렬하지 않을 턱이 없고,
후자라고 떨어져 있는 순간이 덜 안타까울 턱은 없는 것이니까...
중요한 것은
헤어지는 순간은 곧 잊혀지지만,
떨어져야 있어야 하는 기간은 '다시 만나지 않는한' 영원하다는 것이다.
즉,
'別'의 모든 아픔은 사실 '떨어져 있음'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근원은 '다시 만나고 싶다'라는 간절함이다.
전자든 후자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재회'에 대한 간절함이 없는 경우라면,
그냥 물리적으로 헤어져 떨어져 있을 뿐, 거기서 오는 어떤 아픔도 없다.
다시 만나기를 너무도 바라지만, 다시 만날 희망을 품고 있지만,
기약없이 떨어져 있을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기다림의 나날들...
다시 만나기를 너무도 바라지만, 다시는 만나서는 안된다는,
후회와 닿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가득한 미련의 나날들...
그리고,
잘 살펴보면 여기에는 중요한 한 요소가 있다.
'가능성'.
그렇다. '다시 만날 수 있음'에 대한 가능성...
비록 그 가능성이라는 것이 아무리 희박할 지라도...
그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바로
우리를 휘감는 감성의 소용돌이를 만드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후자의 경우도
다시 만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연히라도...
언젠가...
같은 하늘 어디선가...
이런 가슴 속 유.리.조.각.들에 의해 계속 상처가 아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난 말도 안되게도 '사별'이야말로
''別' 중에서 가장 행복한 '別'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헤어지는 순간의 그 아픔만으로도 사실 가장 슬픈 '別'임은 틀림없지만,
그 슬픔이야 결국은 서서히 잊혀져 갈 것이고,
남은 사람들은 또 살아가기 마련인 것이다.
그 떨어져 살아가는 동안에도 '다시 만남'에 대한 간절함이 왜 없겠냐만은,
재회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적어도...
가슴 속 상처를 아물지 못하게 하는 유리조각은 심어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 수록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축복'임을 알게 될 것이다.
문득
그 옛날, 그 무시무시했던,
인간이 어찌 그리 매정한 말을 할 수 있냐라고 했던,
"그냥 내가 죽었다고 생각해 주렴." 이라는 한 마디가
사실은 얼마나 지혜로운,
이별하며 하는 최고의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