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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신조어 소동과 더 멍청한 사람들..

남도현 |2007.10.18 13:44
조회 56 |추천 0

최근 놈현스럽다라는 신조어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들곤 한다. 

분명 '놈현스럽다'라는 신조어는 유쾌한 풍자를 기반으로 탄생한 신조어지만 그 형용사가 내포하는 뜻이라고는 오로지 씁쓸함 뿐이다.

국가 원수 모독이라는 청와대 발언에 아직 왕정(王政)근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민중주의(?)국가에 대한 씁쓸함. 더불어 뭘 해도 막판까지 국민에게 신임을 못받는 대통령의 안타까운 행보.

 

그래도 나는 애써 웃을 수 있다. 정치나 경제, 국민정서라는 것이 나쁘다가도 발전되고 좋아지리라 라고 긍정적으로 마음먹고자 애쓴다면 위의 신조어가 내포하는 의미쯤이야 너털웃음으로 흘려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저딴 멍청한 형용사를 신조어로 버젓이 공개한 이 나라의 언어문화는 앞으로 어떻게 정착할 것인가.

 

물론 신조어가 표준국어사전에 전부 등재되는 것은 아니다. 위의 저 형용사를 비롯해서 이와 동일한 시기에 발표 되었던 많은 신조어들 또한 당연히 사전등록에는 탈락할 것이다.

 

언젠가 스타골든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봤는데 표준어 사전에 '금도끼'는 기재되어 있으나 '은도끼'는 없다.

왜냐.  그 채택기반이 '다수가 사용하는' 이란다. 

신조어 채택기반 또한 이와 같다는 뉴스를 접했다. 물론 합리적이다. 다수가 비슷한 뜻으로 이해를 하는 단어들이 풍부한 언어문화를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왜 그 풍부한 언어문화를 위해 '조낸'이나 '낚시' 같은 멍청한 단어들이 후보에 올라야 되는지 모르겠다.

 

다 알지 않는가. '조낸'은 '좆나'라는 비어(욕)의 웹상 필터링을 비껴가기 위해 탄생한 감탄사 내지는 부사(이게 품절에 넣어야 하는 것도 우습다.)고 '낚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단순한 '거짓말' 이나 '과장된 정보'로 알려져 있으나 이또한  엄청나게 왜곡되어 있다.

이 '낚시'같은 경우는 원래 뜻 조차 제대로 파악되고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 (인터넷용어) 낚시 : (발생)웹상에 제목과 내용이 분리되어 있는 컨텐츠를 이용할 때, 제목과 내용의 논리적인 결합은 있으나, 제목의 뉘앙스를 보고 단순히 일반적인 것을 예상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내용을 봤지만, 예상과는 다른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것을 기대하고 쓴. (낚시글, 낚았다. 낚였다) 그러나 용어가 발생한지 얼마 안되, 의미조차 파악하지 못한 멍청한 사람들이 유행의 뒤지는 것을 우려했는지 단순히 '거짓말'을 하는 것, 혹은 '과장된 정보'를 유출해서 듣는 사람들을 속이거나 놀라게 하는 행위로 변태적인 사용이 남발되고 있음    (1달전에 본인 개인 사전에 써놨던 것)

 

발생당시 원조 '낚시질' 이 쓰인 예     

제목 :  어제 밤에 섹시한 옆집 누나가 떡을...

내용 : 나눠 주셨습니다. 이사를 왔다고 따끈한 시루떡을 주문하셨다네요. 참 맛있었어요.

 

뭐 대충 이런 것이 원조 '낚시글'인데 이 멍청한 국립국어원 사람들은 '[명사]<통신> 인터넷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사실과 다르거나 엉뚱한 내용을 내용과는 관계없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올리는 글. ' 이라고 해석하고 있으니 제대로 알지도 않고 신어라고 등재한 것 자체가 부끄러울 뿐이다.  -

 

더욱이 한심한것은 이런 신어가 문화와 문명이 발전하면서 우리가 미쳐 지정하지 못한 물체나 행위에 대해 자연스럽게 발생된 것이 아닌 단순히 '통신어'로써 '축약을 한다는 의미'로 발생했고 사용되는 곳 또한 가벼운 인터넷 컨텐츠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웃고 떠들기에만 유용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왕 할거면 확실하게 축약된 'ㅋㅋ' 'ㅎㅎ' 'ㅄ'ㅈㄹ'ㅁㅊㄴ'이런 것은 왜 신어등록을 안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따위 신어들이 발생하기에는 애초에 적절한 단어들이 충분히 있지 않은가. ..

 

무조건 다수가 사용한다고 언어가 될 수 있는가?

 

쇼팬하우어가 1800년 후반 독일의 문학과 언어에 대해서 실날하게 비판한 글이 있다. (문장론 -쇼펜하우어) 독일어를 몰라서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요점은 당시 글쟁이 들이 프랑스어나 영어적인 표현을 무분별하게 차용한다거나,  전통독일어를 스타일이랍답시고 말도 안되게 잘라먹고 (압축해서) 사용 한다는 것이다. 마치 최근 발생한 신어들 처럼 말이다. (엄친아? 딸친아? 이 뭐 병...)

예를 들자면 central은 중앙이라는 뜻인데 al을 쓰기 귀찮았는지 아니면 그대로 쓰기에는 '짜세'가 안나왔는지 centro 라고 al을 o 로 치환해서 쓴다고 한다.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당시에는 그게 또 유행이었고 많은 글쟁이들이 그런식으로 단어잘라먹어 사용하기를 남발했다고 한다. 그런 행태를 글중에서 그는 '개량주의자들은 모국어와 문화와 민족을 죽이는 살인자'라고 까지 표현했다.

 

한심하고 안타깝다. 몇년전에 읽었던 그의 문장론을 보면서 그저 웃긴 다른나라 얘기인 줄만 알았는데 이제는 내 나라의 얘기가 되버렸다. 

의사소통쯤은 될지 모르지만, 행여나 조만간 어설프게 한국어를 배운 외국인들이 '아~ 대한뮌쿡 조낸 아룸다워효~'  이지랄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나의 우려를 그의 글로부터 인용하자면 '이들은 질서, 규칙, 법칙을 독일어에서 추방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을 일컬어 그들은 '정의'라고 부르는데, 그 정의감 덕분에 언젠가 독일인은 이 세계에서 가장 우매하고, 질서를 증오하는 무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남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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