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낡은 시집 속의 간이역 여행

서정욱 |2007.10.22 12:36
조회 82 |추천 1


낡은 시집 속의 간이역 여행- 시인 서예일


 


    증산역 플랫폼에서


       -나의 유년의 하루


            


                       서예일


 


 1


 증산역 플랫폼에서


 정선선 기차를 기다리며


 눈물 훔치는


 새


 


 손수건을 들어


 닦아줘야 할 부위까지


 상처를 짜내며 서서 온 나날


 


 아침 공간


 푸르름에 떨며


 일어서려


 입술 문 해가 된다


 


 2


 단 하루라도


 불러주지 않으면


 잃어버렸던


 가난한 어머니의 이름을


 증산역 플랫폼은


 기억하고 있었다


 언제나 우리들의 찬란한 아침을 짓기 위해


 생선 두어 마리에 나물보자기를 들고


 정선선 기차를 기다리는


 어머니


 


 서로 등비비고 살아야 할


 부부의 사랑 방정식을 깨고


 이날의 자식들과


 세월을 등비비며


 부디 잘 되라고


 손발 부르터 온 세월


 


 장작 굴뚝보다


 더 안아야 따스 할


 플랫폼 전철주에 기대서서


 몇 번이고 탔다가 버린 차표 한 장


 


 익숙해져 가는


 길을 걸으며


 뚫어지도록 쨍쨍한


 무거운 하늘만 안고 돌아왔다.


 


 3


 저녁이면


 섬이지도록 컴컴한 뒷 방


 빈방을 지키며


 나를 위한 시를 쓴다


 생각나는


 축쳐진 엄니의 뒷 모습과


 집없이 떠도는


 나의 시들을 벽 빨랫줄에 걸며


 우리의 매달린 인생을 건너 볼 때


 기차 문 밖,


 철다리 건너 어둑한 우리 집


 누군가 전깃불을 켜고 있다.


 


    -서예일의 시집 '푸른 고등어' 중에서


     syi23@paran.com


 


  *증산역은 중앙선과 정선선의 교차역으로 탄광이 한창이던 시절, 황지여인들의 고등어 장수와 정선 별어곡 여인들의 산나물 물물교환이 이루어 졌던 곳이다.


 


 *


 

추천수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