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낡은 시집 속의 간이역 여행- 시인 서예일
증산역 플랫폼에서
-나의 유년의 하루
서예일
1
증산역 플랫폼에서
정선선 기차를 기다리며
눈물 훔치는
새
손수건을 들어
닦아줘야 할 부위까지
상처를 짜내며 서서 온 나날
아침 공간
푸르름에 떨며
일어서려
입술 문 해가 된다
2
단 하루라도
불러주지 않으면
잃어버렸던
가난한 어머니의 이름을
증산역 플랫폼은
기억하고 있었다
언제나 우리들의 찬란한 아침을 짓기 위해
생선 두어 마리에 나물보자기를 들고
정선선 기차를 기다리는
어머니
서로 등비비고 살아야 할
부부의 사랑 방정식을 깨고
이날의 자식들과
세월을 등비비며
부디 잘 되라고
손발 부르터 온 세월
장작 굴뚝보다
더 안아야 따스 할
플랫폼 전철주에 기대서서
몇 번이고 탔다가 버린 차표 한 장
익숙해져 가는
길을 걸으며
뚫어지도록 쨍쨍한
무거운 하늘만 안고 돌아왔다.
3
저녁이면
섬이지도록 컴컴한 뒷 방
빈방을 지키며
나를 위한 시를 쓴다
생각나는
축쳐진 엄니의 뒷 모습과
집없이 떠도는
나의 시들을 벽 빨랫줄에 걸며
우리의 매달린 인생을 건너 볼 때
기차 문 밖,
철다리 건너 어둑한 우리 집
누군가 전깃불을 켜고 있다.
-서예일의 시집 '푸른 고등어' 중에서
syi23@paran.com
*증산역은 중앙선과 정선선의 교차역으로 탄광이 한창이던 시절, 황지여인들의 고등어 장수와 정선 별어곡 여인들의 산나물 물물교환이 이루어 졌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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