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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you..

김수경 |2007.10.22 14:24
조회 38 |추천 0


 

I love you, 이사카 코타로 외

 

아이들 책을 사러 갔다가 오랫만에 일본 작가들 단편을 모아 놓은 단편집이 보이길래 냉큼 구입했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작가들의 글들을 접하는 걸 참 좋아하는데, 이렇게 읽다가 괜찮은 소설이 발견되면 그 소설의 작가를 찾아보고, 이력을 찾아보고, 그러다가 장편 소설을 하나 구해서 읽어보고, 그러다 맘에 들면 그 작가의 작품을 줄줄이 읽곤 한다..

 

그렇게 알음알음으로 알게 된 작가들이 꽤 여럿 된다..

(이사카 코타로도 그러했으며, 가네시로 가즈키, 요시다 슈이치가 그러했었다..  ^^)

 

솔직히 이 소설집을 읽기로 한건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이 첫번째로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명랑한 갱' 시리즈를 막 읽었던 참이었고, 그의 '범상치 않은 주인공'들의 사랑은 어떠한지 너무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 보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이 쏙쏙 눈에 들어온다..

(이런 식의 '발견'은 참 기분이 좋다..  히히- )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

때로는 이제 막 시작한 사랑을, 때로는 조금은 권태로워진 사랑을,

때로는 그 권태로움을 지나 마지막 종지부를 찍으려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각각의 작가에 따라 각각의 독특한 색을 띄고 있는데, 그 느낌이 참 남다르고 그래서 더욱 좋다.. ^^

 

 

 

투명한 북극곰 - 이사카 코타로

마법의 버튼 - 이시다 이라

졸업 사진 - 이치카와 다쿠지

모모세, 나를 봐 - 나카타 에이이치

뚫고 나가자 - 나카무라 고우

Sidewalk Talk - 혼다 다카요시

 

 

첫번째 단편인 '투명한 북극곰'의 이사카 코타로 말고는 모두 처음 들어보는 작가들이다..

개중에는 소설을 쓰는 작가로 시작했다가 방송작가로 전향(?)한 작가도 있었는데 역시 그런 작가(나카타 에이이치)의 작품은 역시 조금더 탐탄한 스토리며 드라마 같은 느낌이 확-든다.. ^^

 

 

소설을 옮긴 신유희씨도 그러했지만 나 역시 '모모세, 나를 봐'가 가장 맘에 든다..

현재와 과거를 오고가며 약간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사연들하며 남녀 주인공 4명의 이야기가 나름대로 짜임새 있게 이어진다..

마치 '베스트 극장' 한편을 본 듯한 느낌이랄까??  ^-^

 

 

'모모세, 나를 봐'는 개인적으로 스토리 구성이나 내용면에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와 과거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그때그때의 보이지 않는 감정과 광경들을 이해하기 쉽게 그려내고 있다.

인간 레벨이라는 설정도 재미있지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사랑에 기뻐하기 앞서 절망하고 한탄하는 대목에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결론은 역시 해피엔딩이었다.

특히 마지막은 스톱 모션과도 같이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짧은 단편이지만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작은 사랑이야기들..

마지막 sidewalk talk는 이혼을 앞둔 젊은 부부의 이야기인데, 마지막 부분에서는 살짝 에쿠니 가오리가 생각났다는.. ^^

모두 남성 작가들이 써내려간 사랑에 관한 단편인데도 가끔은 이렇게 독특한 느낌의 소설들이 있다..

음...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혼다 다카요시의 작품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

 

 

 

 

인상깊은 구절

 

 

- 아주 오래전부터

 '우주인이 존재한다면. 어째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라는 논의가 있었데..

- 별난 이야기네.

- 그래서 몇십 년 쯤 전에 미국의 어느 천문학자가 이렇게 말했대.

- 뭐라고?

- 지구는 우주인의 동물원이기 때문에

 우주인이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거라고 말야.

 

 

 

 

나는 지금도 모든 사람에게 마법의 버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투명인간이 되고, 왼쪽 버튼을 누르면 돌이 되는...

도쿄에서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바쁘게 움직인다.

서로 버튼을 눌러 사라지기도 하고 돌이 되기도 한다면 좋을 텐데.

투명인간이 될 수 있다면 실연의 슬픔도 투과되어 가벼워지고,

혼자 우는 모습을 남들에게 들킬 일도 없겠지.

돌이 되면 가만히 굳은 채로 슬픔을 결정화시켜

마음 깊숙이 가라앉힐 수 있으련만.

 

 

 

 

사각사각.

머리카락이 조금씩 깎여 나갈수록 머리가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졸음이 밀려와 하품을 했다.

기분좋은 휘파람.

가벼워지는 머리.

눈을 감으면 내 몸이 하늘로 둥실 떠오를 것만 같았다.

몸 구석구석까지 따뜻한 물로 채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연인이 있다는 게 바로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녀에게 남자가 생긴 것도 아니다.

내가 막대한 빚을 떠안게 된 것도 아니다.

단지, 예전에는 확실히 있었던 둘 사이의 무언가가 변질되고 퇴색되어 버렸다.

그녀가 너무 바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무신경했는지도 모른다. 알수없다.

누군가에게 상담하면 웃어넘길지도 모른다.

결혼생활이란 그런 것이다.

어른이 돼라, 하는 설교를 들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와도 의논하지 않았다.

이미 할 수가 없다.

그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만큼, 움직일 수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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