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어 44초만에 인터넷 매진을 일으키고 이명세와 강동원이 두번째 만나 작업을 한 것만으로 큰 이슈를 몰고왔던 영화이 16일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사실 영화적 이슈에는 이명세감독의 연출인 부분도 어느정도 있었지만 강동원의 출연여부에 대한 작품이 궁금한 이유가 가장 큰 것도 사실이다.
이명세 감독은 에 이어 2년 만에 '빛과 어둠'이라는 키워드로 돌아왔다. 데뷔작부터 진정한 영화적 언어를 새롭고 독특한 방식으로 구사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명세 감독이 새롭게 준비하고 촬영정보에 대한 부분이 알려지지 않은 점까지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만들었다. 에서는 색과 역동성을 강조했다면 이번 은 빛과 어둠에 대한 강조를 보여주는 영화인것이다. 명멸하는 빛과 그것을 잡아먹는 어둠, 불온한 현실과 그 현실을 뛰어넘는 꿈. 이 모든 이미지들을 한데 조합한 듯한 영화가 바로 이번 이명세감독의 신작이다.
하지만 과거 이명세 감독의 영화에서도 그렇듯이 영상미에 대한 극찬과 칭찬은 끝이 없지만 스토리의 논란은 늘 따라 다녔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 스토리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증폭된것도 사실이다. 사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44초만에 매진되었다는 소식은 기자들마저도 영화를 볼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고 기자회견장은 말그대로 몰려든 취재진과 작은 회견장 때문에 아수라장이 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은 영화이다.
영화 제목 은 'Mystery', 'Memory', 'Misty', 'dreaM', 'Muse'등의 M을 따와 만든 제목으로 주인공의 이름도 민우를 나타내기도 한다. 즉, 정확한 어떤 의미로 쓰이기 보다는 여러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어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을 대변하는 제목이다. 이명세 감독은 이 영화로 "우리가 꾸는 '꿈'은 산자와 죽은 자의 소통의 통로이며, 자기 자신을 만나는 공간이다."라는 말을 전한다.
영화은 베스트셀러 소설가 민우(강동원)와 그의 현재 약혼녀 은혜(공효진), 그리고 민우의 기억 속 첫사랑의 연인 미미(이연희) 세 사람 사이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다.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의 화려한 이력과 외모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천재 베스트셀러 소설가 한민우는 부유하고 매력적인 약혼녀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완벽한 남자이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보이는 것처럼 완벽하지 않고 무언가 불안해 보인다. 최근 새롭게 집필을 시작한 소설은 잘 풀리지 않는데다 잦은 불면에 시달리고 있어 신경은 예민해져 간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자신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하고 어디를 가던, 누군가와 있던, 무엇을 하던 그 시선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 시선이 누구인지 혼란스럽고 그 시선이 자신의 첫사랑인 미미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민우는 혼란에 빠진다. 자신이 잊고 지냈던 첫사랑이 나타나고 자신의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는 민우는 꿈과 현실의 혼돈에 빠지기 시작하고 결혼 약속을 한 은혜와의 관계도 삐꺽 거린다. 자신의 첫사랑의 기억에 빠질 수록 그녀와의 추억속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꿈과 현실속에서 애매한 경계를 알아채지 못하는 민우에게 더이상 혼란의 연속이 계속되며 영화는 모호해진다.
추리소설의 주인공 루팡을 간판으로 내건 술집, 그리고 그 술집이 있는 어둡고 좁은 골목길. 계속해서 보여주는 거울속에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들.. 계속해서 보여지는 안개속과 어둡고 탁한 공간속에서의 꿈같은 영상들.. 민우의 악몽에 초청 받은 듯한 느낌의 쫒고 쫒기는 스토리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처럼 영화 은 시놉을 논하기에는 관객역시 혼란에 빠지게 되어 정답을 내릴 수 없는 영화이다.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기억에 관한 영화라고 설명하듯이 어렴풋이 이해는 되지만 정확하게 스토리를 정의 내리기에 힘든 영화임은 확실하다. 이는 보는 관객마다 다각면에서 해석이 가능한 영화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이명세 감독은 "백일몽을 꾸듯 느끼면 좋겠다. 영화 초반에는 견디기 힘들겠지만 그걸 이겨내면 좋은 꿈을 꿨다는 생각이 들 것" 이라고 관람포인트를 설명한다. 하지만 영화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스토리의 개연성을 찾기란 힘들다. 주인공 민우가 느끼는 혼란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주는 이 영화가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상업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 혼란을 줄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할수 있을 것같다.
분명 이명세 감독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번 영화에서 영상미에 매우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한 씬 한 컷을 보더라도 이명세 감독만의 빛과 색감의 마술쇼를 보듯이 신경을 쓰고 만들었다는 점은 확연하게 눈에 보인다. 영상미를 보다보면 그 영상의 의미를 유추하려고 하면 영화를 선택한 관객에게는 실패를 안겨 줄수도 있다. 한낮에도 빛과 어둠의 대비를 주고 흔하지 않지만 가끔씩 등장하는 거리나 일식집, 민우가 살고 있는 집의 공간은 이명세 감독만의 영상미를 충분히 보여준다. 영화에서 화려한 색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영화에서 흑백이 주도하는 화면을 선보이고 영화속 인물의 대사 중 "역시 화면은 흑백이야"라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건 마치 영화 전체를 통해 감독이 하려고 하는 말중 하나로 받아들여질 만큼 그 솜씨를 뽐낸다.
자신을 쫒아다니는 미미가 첫사랑이였음을 알고 주인공 민우는 미미에게 "그때 내가 너무 늦게 연락했지? 네 맘 어떠리란 걸 생각 못하고"라는 민우의 대사를 대하자면 세상의 모든 상처받고 잊혀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 혹은 본인도 모르게 무심했던 순간, 그래서 상대에게 상처를 입혔던 순간에 대한 회한으로도 보여지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순간과 존재에 대한 안타까움으로도 보여지며 반면 그래서 현실에 충실하자는 것으로도 보인다.
인상적인 건 미미를 통해 보여지는 첫사랑. 영화를 보며 아마도 감독은 굉장한 첫사랑의 기억이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난데없는 생각을 하게 된 건 미미를 보며 감독의 1993년작 '첫사랑'의 주인공 김혜수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머뭇거리고 망설이면서도 용감하게 상대를 향해 다가가는 귀여운 소녀의 인상을 지닌 첫사랑. 미미의 표정은 당시의 김혜수를 옮겨온 듯 했다. 물론 이명세 감독만의 여주인공에 대한 고정적 캐릭터를 그대로 그려낸것으로 볼수도 있다.
영화 은 줄거리나 영화의 의미보다 계속 보여지는 거울, 그리고 그 거울에 투영되는 인물들, 한껏 높았다 가끔 침묵하는 소리, 그리고 쏟아지는 빛과 빛을 등진 어두움, 흔들리는 네온 사인의 불빛 등 강한 이미지를 남긴다.
느낌에만 충실하자면 그 차가운 흑백의 대비에도 불구하고 괜시리 따스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이미지로 말하는 영화라기엔 내레이션이 많다 싶기도 하고 중반이 조금 늘어진 듯 한 아쉬움도 함께한다. 또한 시작은 거창하게 혼란을 주지만 결론으로 다가 갈수록 한낮 꿈에 지나지 않았다는 결론은 관객으로 하여금 너무 평이한 결론을 내어준다. 즉 자신을 쫒아다니는 미미는 죽은 첫사랑이란 설정과 아픈 기억을 불현듯 꺼내들고 방황하는 민우의 갈등은 미스테리와 멜로라는 장르적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 애절한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관객으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민우의 방황과 혼란이 첫사랑에 대한 아픈 기억에 대한 애절함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영화 은 분명 영상이 먼저냐? 스토리가 먼저냐?에 대한 결론을 관객이 낼 수밖에 없다. 영화의 영상미에 최절정을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이명세 감독의 작품을 강추하고 싶다. 하지만 스토리에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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