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한다는 건, 마음을 빼앗기는 것.
나는 참 잘 반하지 않는다. 사람이건 사물이건 간에 한 눈에, 혹은 익숙했지만 한 순간에 와우 하고 반하는 일이 참으로 드물다.
그건, 마음을 잘 빼앗기지 않는 것이다. 내 마음은 네가 함부로 가질 수도, 가지고 놀 수도, 가지고 놀다가 버릴 수도 혹은 돌려줄 수도 없는 오로지 내 의지에 한해서만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건너갈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단언한 적 없지만 내가 사유를 한 뒤부터 이 생각이 내 몸 속 어디엔가 자리 잡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왠만한 물건도 마음에 쏙 드는 건 흔하지가 않고, 왠만한(;) 사람도 한 번 반해볼라치면 단점은 어디 없나 하고 돋보기를 대고 들여다 보게 되니 할 말 다 했다.
혹시나 내 마음을 꺼내어 주는 동안 흠집이 생기지는 않을까, 기껏 꺼냈더니 상대가 반사! 혹은 패스! 하며 비수가 되어 돌아오거나 나도 알지 못하는 저기 어딘가로 숨어버리지는 않을까, 그런 어엿븐 생각을 해온 것이었나 싶다.
불현듯, 정말 누군가의 '반해버렸다'라는 말 한마디에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 써놓고 보니, 마음은 주는 게 아니라 빼앗기는 건데. 빼앗긴다는 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쪽으로 넘어가는 건데. 나는 그걸 내가 줘야 하는 존재로, 내 마음의 주인은 오직 나 자신 뿐이라고 굳게 믿어왔으니, 잘 반하지 않는 게 당연지사였던 것이다!
어디까지나 마음의 주인은 마음 저 자신이며, 나는 그 마음이 그저 조금 덜 다치도록, 이미 다쳤으면 잘 어르고 달래는 역할 밖엔 할 수 없는 주제라는 걸 이제 알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나는 지금까지 마음단속을 참 잘 해온 거다. 그러면 누가 칭찬해 줄 거라 생각했는지. 잘 반하는 친구를 보면, 그게 아주 일시적이더라도, 부러운 생각이 들다가도, 나는 단속을 잘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을 겪고 보니 말이다. 단속을 참 잘 했는데도 후회가 되고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 마음을 꺼냈을 때 못지 않게 제자리에 두었는데도 마치 심하게 한 번 찔린 것 처럼 아플 때가 있다. 내가 바보였구나. 마음의 주인인 마음 저 자신이 나가겠다고 발버둥치는 걸 못나가게 막으니 아픈 게 당연한 걸. 그냥 마음이 가겠다는대로 두는 그 친구가 차라리 더 나은거였구나. 참 바보였구나.
날씨가 덥거나 어쩌거나, 밤이 깊어지면 참 별 생각을 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