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노랑.
주황.
연한 갈색.
연두.
그리고 이 모든 게 적당히 어우러진 색.
단풍이 곱다.
정말 곱다.
가로수 이파리들이 그렇게 하나하나 색이 입혀지는 게
신비롭다.....
그런 단풍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 게 있다.
진료실에서 남대천을 바라보노라면 감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두 그루.
남동쪽으로 난 창이라 항상 햇살이 가득한 곳이다.
그 감나무에 옅은 주황색 단풍(?)이 주렁주렁하다.
여름 내내 푸른 이파리 그늘에 숨어 알음알음 영글던 감이
이웃들이 화려한 옷으로 치장하는 동안
수확의 손길을 바라고 익어가고 있다.
꽤 많은 감들이 열렸는데도 감나무의 가느다란 가지는 휘지 않는다.
생명을 잉태한 엄마의 위대함 같은 가지의 유연함이다.
굳이 만져보지 않아도 그 가지엔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자만이 가진 의연함과 긴장감이 넘치리라.
마지막 수확의 시간까지
주렁주렁 매달린 생명들을 붙잡고 영양분을 공급해야 하는,
임산부의 위대함,
그건 가히 존경스러울 뿐이다.
누가 그 생명을 소유하게 될까?
눈으로야 나도 벌써 수십 개의 생명을 가져왔다.
감나무 스스로 그 생명들을 내려놓기 전에 인간이 손을 안 댔으면
좋겠다.
인간의 판단은 항상 자연보다는 무디다.
욕심 때문에.
우리에게 허락된 생명, 자식들.
그들을 향하는 우리의 마음에, 시선에, 사랑에
제발
욕심이 먼지처럼 달라붙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