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 거리 점령하다
호랑이·얼룩말·젖소·달마시안…단정한 단화에 무릎 라인 스커트를 즐겨 입는 김현희씨도, 목까지 단추를 꼭꼭 채워 입는 양성아씨도, 옷장에 무채색 옷들만 가득한 조미리씨도 다투어 애니멀 프린트 장만에 나섰다. 그동안 애니멀 프린트라면 이맛살을 찌푸렸던 남성들은 올 하반기만큼은 ‘패션감각 없음’ 딱지를 갖게 될지 모른다. 호피, 지브라 등 야생동물 프린트가 거리를 물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 온몸 전체 치장하면 부담
지난 여름부터 움직임이 예상됐던 애니멀 프린트는 급격한 기온 저하와 계절적 요인과 맞물려 재빠르게 패션 시장을 점령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의 경우 ‘호피’로 검색되는 상품이 무려 4100여 건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상품군도 증가했다.
미니멀리즘의 패션 경향과 블랙, 그레이 등 어두운 컬러의 꾸준한 인기가 한편으로는 애니멀 프린트붐을 부추긴 탓이다.
G마켓 여성의류팀 김다혜 팀장은 “애니멀 프린트 특유의 강렬함이 이번 시즌엔 한층 부드러워져 야성과 섹시함만을 고집하던 기존 스타일뿐 아니라 귀엽고 낭만적인 스타일도 연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올가을 베스트 아이템으로 손꼽히는 재킷과 카디건 등의 외투에는 애니멀 프린트의 소품과 이너웨어가 제격이다. 주의할 점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애니멀 프린트로 무장할 경우 동물의 왕국에서 막 튀어나온 듯 부담스럽기 그지없다는 것. 프린트 자체가 도발적이기 때문에 한번에 두 개 이상의 아이템을 매치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 호피 무늬 대세
G마켓, 인터파크 등 온라인 쇼핑몰을 비롯해 국내 여성복 브랜드들이 베스트셀러 아이템으로 호피 무늬 블라우스를 꼽았다. 이 제품은 정장과 캐주얼 룩에 모두 잘 어울리기 때문에 구매 만족도가 가장 높다.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하루 7000건 이상 팔리고 있으며 백화점 매장에서도 가장 빨리 품절되는 아이템이다.
“하늘하늘 속이 비치는 시폰 소재에 블랙 브래지어를 받쳐 입으면 도발적인 매력을 뽐내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이 정장파 김현희씨의 설명이다. 스키니 진과 매치할 때에는 커다란 벨트를 매 허리라인을 살려주는 것이 포인트다.
현란한 프린트가 부담스럽다면 핑크, 블루 등 파스텔 톤으로 숨을 죽인 아이템이 좋다. 뒤에 후드가 달려 귀여움을 더하는 후드 카디건의 경우 말괄량이 느낌과 소녀의 이미지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다. 애니멀 프린트와 가장 잘 어울리는 컬러는 블랙, 소재는 데님과 실크다. 블랙 미니스커트와 데님 재킷에 애니멀 프린트의 레깅스를 매치하면 개성 있는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
빈티지 룩을 선호하는 조미리씨는 의상보다 액세서리 쪽에 눈을 돌렸다. 낡은 듯한 재킷과 블랙 카고 팬츠에 애니멀 프린트가 가미된 빅 백을 메거나 스카프를 둘러 세련된 패션 연출에 도전 중이다.
패션홍보대행사 예컴의 이숙진 대표는 “노출패션으로 시선을 끌기 어려운 추운 날씨에 호피로 시선을 끌고 싶은 여심이 반영된 것”이라며 “올해도 겨울까지 애니멀 프린트 열풍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