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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허전한 가을에는 이런 책을

하지은 |2007.10.29 15:28
조회 67 |추천 1

난 어렸을 때도 그다지 로맨스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다.

 

평범한 여자가 대단히 멋진 남자를 우연히 만나 줄다리기를 하다가 연결되고 끝~!하는 이야기는 식상했다. 그리고 현실과는 너무나 멀기에 공감이 가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TV 드라마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확! 꺼버리기 일 수였다.

 

그래도 나도 가슴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 사람인지라,

인류가 발생한 이래로 노래와 이야기로 반복하는 주제인 사랑에 이렇게 날씨가 서늘해지는 때가 되면 관심이 기울어진다.

 

쉽게 읽히면서도 고루하지 않고 따뜻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아 인터넷을 검색하기 몇 번. “몇 번의 사랑을 실패하고 다시 조심스럽게 시작하려는 30대의 사랑이야기”인 이 책을 찾았다.

 

 

나이 먹어서 사랑하는 게 힘들어지는 건,

남자, 여자라는 정체성이 점점 사라져서 그런 거 같아요.

세상 살면서 같이 경쟁하고 싸우고,

더 이상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본능이

없어져 가는 거 느낄 때가 있어요.

 

사람이 말이디..

제 나이 서른을 넘으면 고쳐서 쓸 수가 없는 거이디

고쳐지디 않아요. 보태서 써야 한다.

내래 저 사람을 보태서 쓴다 이렇게 생각 하라우

저 눔이 못 갖고 있는 부분을 내래 보태줘서리 쓴다 ..

이렇게 말이디

 

 

라디오 방송국 PD이자 시인인 33살의 이건과 라디오 방송 작가인 31살의 공진솔의 만남과 갈등, 사랑이 주 내용이다.

(뭐 솔직히, 이건은 평범하다 하지만 여타 로맨스 소설처럼, 멋진 남자 주인공이긴 하다. 시인에 그 들어가기 어렵다는 방송국의 PD, 대학원도 나오고, 소설의 묘사를 보면, 키도 크고, 단정한 외모-여자들의 로망인 캐쥬얼이 잘 어울리는 남자-)

 

시대는 지금 보다 몇 년 전이지만, 역시 나와 비슷한 나이의 이야기인데다 마포, 광화문, 대학로등 익숙한 지명이 나오다 보니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듣듯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고정 관념, 속설 중에 하나가 “여자가 먼저 고백하면 이뤄지지 않는다, 남자가 쫓아다녀야 이뤄지기 쉽다”이다.

 

그래서 그런 것을 깨뜨리는 평범한 여자의 씩씩한 사랑이야기를 나는 좋아한다. 진헌이가 멋졌지만, 자신의 일에 스페셜리스트 이면서 당당하게 고백하는 삼순이가 좋았고, 온 마음을 다해 예쁘게 사랑하는 드라마 의 세나가 사랑스러웠으며, 드라마 의 진주가 귀여웠다.

 

주변인들이 평가하기에 너무 조용하고, 소심하다고 까지 평가 받는 공진솔이 이건에게 먼저 고백하고, 또 상처받아 괴로워하는 것들이 내 이야기인 것처럼, 내 친구 이야기인 것처럼 같이 안타까워하고, 응원하게 되었다.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예상대로 결론은 주인공들 모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마무리 되어, 맘 편히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사과나무에 핀 꽃이 아닌데

사과 꽃이라 불리는 꽃이 있습니다.

 

붕어도 안 들었는데 붕어빵이라 불리는 풀빵이 있죠?

 

살아가는 게 늘 장밋빛은 아니지만,

장밋빛이라 부를 수는 있어요.

 

오드리 헵번이 그랬던가요?

와인잔을 눈앞에 대고 세상을 바라보라!

그게 바로 장밋빛 인생이다 라구요.

 

 

생각이, 마음이 모든걸 변화 시킨다지만, 와인잔을 눈 앞에 대고 바라보는 것보다, 와인잔 너머의 좋은 사람을 바라보는게 장밋빛 인생일거 같은데…책은 끝나고, 허전함은 남았다.

 

 

이 책을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매우 괜찮을 텐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게 이상하다.

 

우리나라 드라마 특징상, 등장인물들이 다 이렇게 저렇게 얽혀 있고, 그 안에서 3각, 4각 관계되고, 그런 걸로 이게 딱인데 말이다. 주인공을 맡으면 누가 괜찮을란가~

 

이건은 김래원 혹은 키컸으면 조승우, 작고 씩씩하고 평범 스타일의 공진솔은 잘 모르겠다. 애리는 그냥 있어도 눈에 확 들어오는 갸냘프고 긴머리의 여성. 이나영??

 

애라 모르겠다~드라마화 된다면, 배역 따라 또 궁시렁 궁시렁거리지 모.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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