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의 저주
Gustav Meyrink
파란 탑으로 가는 길 위로 인도의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다. 인도의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다.
사람들은 사원에서 노래를 부르며 부처를 향해 흰꽃을 뿌린다. 그리고 승려들은 장중하게 염불을 읊조린다. 옴 마니 파드메 훔. 옴 마니 파드메 훔.
거리에는 행인이 없어 황량하다. 오늘은 휴일이다.
키가 큰 쿠사 풀들은 파란 탑으로 가는 길 옆 초원 속에 격자울타리를 만들어 놓았다. 파란 탑을 향해 가는 길에. 꽃들은 저기 저편 존경스런 무화과나무의 껍질속에 살고있는 발이 천 개 달린 벌레를 기다리고있었다.
무화과나무는 가장 훌륭한 주거 지역이였다.
"나는 존경받아 마땅한 존재다."
무화과나무는 속으로 말했다.
"내 잎사귀로 사람들은 수영팬티를 만들 수 있다. 수영팬티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돌 위에 앉아 있는 커다란 두꺼비는 무화과나무를 경멸했다. 왜냐하면 무화과나무는 자꾸 키가 자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꺼비는 수영팬티도 별로 신통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리고 발이 천 개 달린 벌레를 두꺼비는 미워했다. 그는 발이 천 개 달린 벌레를 먹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발이 천 개 달린 벌레는 아주 딱딱한 데다가 독이 있는 체액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독이 있는 체액을.
그래서 그는 발이 천 개 달린 벌레를 미워했다. 발이 천 개 달린 벌레를 미워했다.
두꺼비는 발이 천 개 달린 벌레를 결딴내고 불행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밤새 죽은 두꺼비들의 영혼들과 함께 그에 대해서 협의했다.
해가 뜨자 그는 돌 위에 가서 기다리며 때로는 뒷다리를 떨었다. 때로는 뒷다리를 덜었다.
때때로 그는 쿠사 풀을 향해 침을 뱉었다.
모두가 침묵하고 있었다. 나무의 꽃, 투구풍뎅이, 풀꽃들 그리고 풀. 그리고 넓고 넓은 하늘도. 그날은 휴일이었으니까.
다만 웅덩이 속의 무당개구리만이 성스럽지 못한 경박한 노래를 불렀다.
난 연꽃 따위는 신경도 안써,
난 내 인생은 신경도 안써,
난 내 인생은 신경도 안써,
난 내 인생은 신경도 안써……
그 때 무화과나무의 껍질 속에서 무언가 반짝반짝하더니, 검은 진주 사슬 샅은 것이 빛을 발하며 아래쪽으로 흘러내렸다. 앙증맞게 몸을 돌리고 머리를 들면서 부서지는 햇살속에서 춤을 추며 놀았다.
그것은 발이 천 개 달린 벌레였다. 발이 천 개 달린 벌레였다.
무화과나무는 기쁨에 겨워 잎사귀로 마구 박수를 쳤다. 그리고 쿠사 풀은 황홀하게 바스락거렸다. 황홀하게 바스락거렸다.
발이 천 개 달린 벌레는 커다란 돌을 향해 달려갔다. 그곳에 그가 춤추는 장소가 있었다. 모래가 깔린 밝은 곳이었다. 모래가 깔린 밝은 곳이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빙빙 돌았다. 모두들 눈이 부셔서 눈을 감도록. 눈을 감도록.
그때 두꺼비가 신호를 했다. 그러자 돌 뒤에서 두꺼비의 장남이 나와 깊이 허리 굽혀 인사를 하면서 발이 천 개 달린 벌레에게 그 두꺼비가 보낸 편지를 건네주었다. 발이 천 개 달린 벌레는 그것을 서른일곱 번째 발로 받고 쿠사 풀에게 모든게 제대로 소인이 찍혔는지 물어보았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풀이지만, 그것은 알지 못해. 법률이 매년 바뀌거든. 그것은 오직 인도 사람들만이 알아. 인도 사람들만이 알아."
그러자 발이 천 개 달린 벌레는 안경을 쓴 코브라를 불러다가 그에게 편지를 읽도록 하였다.
존경하옵는 발이 천개 달린 벌레씨에게!
나는 몸이 축축하고 미끄러운 놈입니다. 이 지상에서 가장 경멸받는 놈이지요. 그리고 내가 낳은 알은 식물과 동물들 사이에서도 보잘것없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리고 반짝이지도 못하고 빛깔을 바꾸지도 못합니다. 나는 발이 네 개밖에 없습니다. 발이 네 개밖에 없습니다. 당신처럼 천 개가 못 됩니다. 당신처럼 천 개가 못 됩니다. 오 존경하옵는 분이시여! 당신을 위해 네메스카, 당신을 위해 네메스카!
"그를 위해 네메스카. 그를 위해 네메스카."
쉬라스산의 야생장미들이 열광하며 그 페르시아식 인사를 합창했다. 페르시아식 인사를.
하지만 내 머리 속에는 지혜과 깊은 지식이 살고 있지요. 나는 수 많은 풀들의 이름을 알고 있어요. 나는 밤하늘의 별의 숫자와 다 자란 무화과나무의 나뭇잎의 숫자를 알고 있어요. 그리고 인도 전체에서 내 기억력을 따라올 두꺼비는 없습니다.
보세요, 그렇지만 나는 사물들이 가만히 서 있을 때에만 그것들을 셀 수가 있어요. 움직일 때에는 세지 못해요. 움직일 때에는 세지 못해요.
내게 말해주세요. 오 존경하옵는 분이시여. 어떻게 당신은 기어 가면서 어떤 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어떤 것이 두 번째 발인지. 그리고 어떤 것이 세 번째인지. 그리고 그 다음에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로는 어떤 것을 움직여야 하는지. 열 번째가 이어서 움직이는지 아니면 백 번째 것이 움직이는지. 그때 두 번째와 일곱 번째 발은 무엇을 하는지, 그냥 멈추어 있는지 아니면 계속 움직이는지. 당신이 구백열일곱 반째 발에 이르려면, 칠백 번째 발을 들고 서른 아홉 번째 발은 내리고, 천 번째 발은 구부리거나 네 번째 발은 쭉 펴야 하는지, 쭉 펴야 하는지 어쩌면 그렇게 잘 알 수 있는가요.
오, 제발, 네 다리밖에 없는 이 불쌍한 축축하고 미끄러운 놈에게 말 좀 해주세요. 네 다리밖에 없는. 당신처럼 천 개를 갖고 있지 못한. 당신처럼 천 개를 갖고 있지 못한. 어떻게 당신은 그렇게 할 수 있는가요, 오 존경하옵는 분이시여!
공손한 마음으로
두꺼비 올림.
"네메스카"
거의 잠이 들었던 작은 장미가 속삭였다. 그리고 쿠사 풀, 꽃들, 풍뎅이들 그리고 무화과나무, 안경을 낀 코브라가 기대에 찬 눈길로 발이 천 개 달린 벌레를 쳐다보았다.
무당개구리까지도 침묵했다. 무당개구리까지도 침묵했다.
그러나 발이 천 개 달린 벌레는 마법에 걸린 듯 뻣뻣이 굳은 채 땅에 붙어 있었다. 그는 어떤 발도 이제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는 어떤 발을 먼저 들어야 하는지 망각했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더욱더 곰곰히 생각하면 할 수록, 그 만큼 더 그는 그것을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그는 그것을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파란 탑으로 가는 길 위로 인도의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다. 인도의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다.
잠못드는 밤, 잠에 들기를 기대하며 읽던 [프란츠 카프카 외 23인의 환상동화]에 의해 잠이 들기는 커녕, 되려 잠이 깨버렸다. 수영팬티를 만들수 있기에 존경받아 마땅하다니................. 무화과나무 네이놈......... 큰웃음 개빵끗.
하지만 수영팬티 부분이 묘하게 웃음짓게 만들뿐이지, 참. 똑똑한 두꺼비다. 읽으면서 느꼈다. '아아, 저런방법으로 사람을 병신만드는 방법도 있었지 참' 하고 말이다.
맘에든다 구스타프 마이링크.
그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졌다.
그런데 정말, 무화과나무 잎사귀로 수영팬티를 만들 수 있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