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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짓말 - 정이현.

김윤경 |2007.11.11 09:47
조회 146 |추천 1


정이현..

요즘 젊은 여자들에게 가장 어필하는 작가가 아닐지.

낭만적 사랑과 사회도 그렇고 달콤한 나의 도시도 그렇고.

내용도 현대 도시 여성들에 대한 것이고 문체도 예쁘장하다.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을때는 약간 실망한 점도 없지않아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왠지 만족스러운 느낌이.

큰 기대를 안하고 책을 펼치기는 했다. 그래서였나? 상대적으로 더 만족감이 느껴진 건지도.

 

타인의 고독

스물한 살에 만난 여자와 스물여덟 살에 결혼해서 스물아홉 살에 헤어졌다.

이혼 후 재혼 시장에 발을 내딛은 싱글 남성.

조건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그리고 전처는 새 남자친구가 싫어한다고 강아지를 데려가라고 한다. 안 데려가자 막무가내로 버리다시피하여 떠넘기고.. 아마 강아지는 아이를 의미하는 거겠지? 무미건조한 시각으로 객관적으로 적어내려가서 그런지 더 인간미없어 보이는 상황.. 그러면서도 무덤덤하고.. 전형적인 현대의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느낌도 들고 씁쓸하다...

일요일 저녁을 혼자 먹고 싶지 않아, 사람들은 연애를 하고 가족을 만들고 돈을 벌고 세금을 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렇다면 그것은 이 세상의 질서를 유지시키는 참으로 위대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재혼.

재혼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결혼한 이력때문에 가치?가 확 떨어져 버린다.. 결혼했던 경험이 큰 데미지?가 되는 이유는 뭘까? 어짜피 요즘 사람들은 사귀기만 해도 결혼 내지는 동거처럼 붙어살면서 지내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결론은 아마도 다른 이유가 아니라 누군가를 평생을 함께 하기로 결정할 만큼 좋아했다는 것 자체가 아닐지... 그러니 좀 이해가 가기도 한다. 사실 누군가는 결혼했던 이력이 있다는 비아냥을 들을 때면 그거랑 누군가와 오래 사귀었다 헤어진 거랑 뭐가 그리 크게 다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난 사실 오랜 연인이 있던 사람에게도 이혼 경력과 사뭇 유사한 느낌을 받는다. 나쁜 사고방식이겠지...

 

삼풍백화점

R에게 왜 혼자 사느냐고 묻지는 않았다. 내 기준에서는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R은 그걸 섭섭하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 마음과 마음 사이 알맞은 거리를 측정하는 일은 그때나 지금이나 내겐 몹시 어렵기만 하다.

강남에 사는 주인공 여자... 취업에 실패하고 할 일이 없이 졸업 후 무료하게 보내다가 우연히 삼풍백화점에서 매장 직원으로 일하는 고등학교 동창생을 만난다. 그녀는 강북이 집이다. 전혀 친한 사이가 아니었으나 둘은 그럭저럭 친해진다. 친해지긴 했는데 안 친한거 같기도 하고 친한거 같기도 하고, 애매해.

오래된 친구보다 주인공은 오히려 이 친구와 더 자주 보고 급기야 나중에는 그녀의 일을 돕기도 한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친구는 낮에 갈 곳이 없으면 자신의 집에 있어도 된다고 열쇠를 주려고 하기까지 한다. 둘은 서로에게 혹 불쾌감을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는 질문은 아예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런 관계가 진정한 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지 않나? 친하다면서도 은근히 이것 저것 비교하고 우월감이나 혹은 열등감에 빠지고.. 남의 약점을 공연히 건드려 보기도 하고... 그리고 어릴 때 엄마께서 공부 안하고 친구랑 놀면 으레 하시던 말씀. 이것도 요즘 시대에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 아닐까? 아닌가? 아니 옛날부터 많이 맞는 말이 아니었을지... 흠.

한 때 가까웠던 누군가와 멀어지게 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어른이 된 다음에는 특히 그렇다.

 

어금니

아들이 교통사고를 냈다. 옆좌석의 사람은 죽었는데 옆에는 미성년자인 여자아이가 타고 있었다. 전형적인 강남 사람인 주인공 여자... 합의를 순조롭게 하고 별 일 없다는 듯이 와인잔을 부딪히는 가족. 다소 아니 좀 많이 역겨움이 느껴졌다.

 

오늘의 거짓말

인터넷 쇼핑몰에 남의 인적사항을 이용하여 거짓으로 사용후기를 남기는 일을 하는 주인공 여자, 어느 날 아파트 윗 층에서 나는 소음 때문에 찾아올라간 곳에서 그녀는 전대통령 중 검정 선글라스를 즐겨 낀 사람과 꼭 닮은 할아버지와 마주친다.

당신, 도대체 누구야? 나는 왜, 당신이 아직도 여기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지? 왜.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걸까? 작가는..

그냥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그는 죽어 사라졌지만 여전히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느꼈다. 그가 살았던 그 시기의 분위기.

사회적으로 당연하게 느껴지는 그 생각의 틀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 그걸 빨리 알아채야 하는데... 불완전한 거짓말, 진짜 비밀의 공포에 관하여.

 

그 남자의 리허설

성공한 여자 그리고 상대적으로 전혀 성공하지 못한 남자.

부부관계인 그들. 여자의 능력으로 주상복합아파트에 거주하는데 담배피러 나온 남자는 인식카드를 망각하고 그냥 나왔다가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워낙 철통경비를 하기에 그 자신도 들어가지 못하고 여자는 전화 통화도 불가능하다. 결국 여자의 오페라리허설 현장까지 찾아가서는 키를 받아든다. 리허설 중인 오페라는 오델로 남자가 자신의 신분에 열등의식이 있어서 순결한 부인을 의심하고 제 손으로 찔러 죽이는 그 오페라 맞지?..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한 것은? 그냥 표면적으로 드러난 그 이야기... 여자보다 사회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는 남자의 열등의식만이 느껴졌다. 요즘 이런 일이 많은가? 으으음.. 사실 내가 보기에는 요즘 남자들의 문제는 자신보다 지위 높은 여자를 부담스러워하기 보다는 오히려 의지할 여자를 찾아 헤매는 것 같은데... 아닌가? 물론 뭐든지 사람나름이겠지만.

 

비밀과외

과외가 금지였던 시기에 주인공 소녀는 비밀과외를 한다. 처음 과외선생님은 데모를 하다가 잡혀가고 다시 또 다른 과외선생님. 엄마는 밀수 물건들을 팔러 다니고 가정 형편은 그럭저럭 좋은 편? 그러다가 부모님은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고 엄마는 가출, 과외선생님은 밀린 과외비를 달라고 전화를 하고 주인공 소녀는 자신의 돼지 배를 갈라 돈을 지불한다. 소녀의 석차는 40등으로 떨어진다. 뭘까? 그냥 사회적으로 복잡하고 겉으론 부유하나  속으로는 곪아터진 1980년대의 가정 모습이 보여서 씁쓸할 뿐.

 

빛의 제국

정확히 내용이 기억이 안난다. 내용이...

비원여고라는 소년원 아니 소녀원이라고 해야하나?

겉으로는 매우 좋은 교화(?)기관이나 속으로는,,??

모든 사생활을 무시하며 24시간 감시카메라 속에서 생활을 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생활하던 한 소녀가 자살을 한다. 자살 연구를 위해 그 곳에 대해 조사하는 그런 내용인데... 선전용으로 운영되는 각종 국가기관의 비인간적인 속내를 들추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보이는 것과 실상이 다른 것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일단 나만 봐도-_-

 

위험한 독신녀

본격적으로 맞선 시장에 진출한 건 서른두번째 생일이 지나면서부터였다. 끝이 나지 않는 지루한 게임은 벌써 몇 해 동안 쉼없이 이어져오고 있었다. 그날의 맞선남이 연락을 해왔다. 남자는 본격적인 탐색모드를 가동하기 시작한 눈치였다. 오호 그럼 저금액이 상당하시겠군요. 다른 형제가 없으시니 당연히 현주씨 앞으로 이전되는 건가요? 끝이 두려워지는 문답이었다.

이 단편은 노처녀가 주인공이다. 식상하고 속보이는 맞선으로 지쳐있는 주인공에게 어느날 고등학교 동창이 연락을 한다. 그 동창은 배경 좋은 집안의 머리 나쁜 딸이었다. 기부입학이라는 소문과 함께 대학에 들어갔고 외국에서 결혼해서 살다가 이혼하고 다시 돌아온 그녀. 처음에는 멀쩡해 보였는데 그녀는 자기 나이를 알지 못하고 20대 초중반으로 착각하고 사는 상태. 그러니까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 외국에서 사는 동안 모종의 상처가 있었을 것이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어쨌든 가슴 아팠다. 멍청해보이긴 하지만 마음이 착하고 여린 사람으로 느껴졌기에. 세상은 마냥 인간적인 사람들이 살기에는 그리 녹록치 않은 모양이다.

유행을 무시하며 살 수는 없을 줄 알았다.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삶은 유행보다 더디게 지나간다.

채린과 나는 얼마나 더 이곳을 견딜 수 있을까.

하지만 위험하지 않은 길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이제 나는 그녀에게 간다.

 

어두워지기 전에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닌데 그냥 조건이 적당해 보여서 주인공 여자는 결혼을 한다. 둘의 관계는 무미건조하다.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다. 둘은 섹스리스 관계이다. 별 불만은 없어 보인다. 남자는 MBA과정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학원을 다니고 나름 성실하게 산다. 여자도 평범하게 가사일을 하고 산다.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특이하구나.. 그러다가 윗집 아이가 독살을 당하고.. 어린 아이들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이 여자는 남자를 의심한다. 그래서 추궁하다가 엉뚱하게도 남자가 학원을 다닌 게 아니라 외도를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러다가 범인이 밝혀지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렇게 부부는 침대 양 끝에서 잠이 든다. 소설에는 이 부부가 연기를 하고 있다고 나온다. 재미있구나.. 그런 부부도 있을 것 같다.

 

익명의 당신에게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의사.. 그는 사실 인간의 특정부위에 집착하는 변태였다. 이게 주 내용이다.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여자친구. 스킨쉽 진도가 안나간다고 자신을 고무인형 취급은 안 한다고 만족하던 여자친구, 근데 사실은 취향의 독특함 때문. 그의 이상스런 취향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고 여자친구는 알리바이를 제공해 주는 방법으로 여자친구는 그냥 남자편을 들어준다. 그리고 문제에 얽힌 자들의 뒷조사를 하여 약점을 잡아낸다. 이 이야기는 뭘까? 자나깨나 변태조심? 고학력자에 변태가 많다?

ㅎㅎ 그런건 아닐거다.

 

 

단편들 하나하나 모두 괜찮은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좀 식상한 소재도 등장하지만.

이를테면 부잣집 딸이 고등학교때 교사의 가정을 깨고.. 뭐 이런 설정은 좀 그렇다. 변태의사라는 소재도 그렇고. 하지만 그런 소재라도 이야기로 잘 풀어갔으니 된거지 뭐.

 

정이현 소설을 읽으면서 느껴진건,

별반 내용이 획기적이고 생각 못 할 것들이 아니라는 것.

살면서 대부분 스치듯이라도 느끼고 지나간 일들이라는 것.

하지만 그런 내용을 이렇게 천박하지 않게 가볍게 풀어나가는 것은 결코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게 능력이겠지.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면 한낱 풍문을 다소 천박하게 떠들어 대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그걸 문학작품으로 말끔하게 포장하는 것을 정이현이 잘 해내는 것 같다.

추천수1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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