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 헤루데펠 공원. 저녁 6시.
카헤버 : 이런 공원이 언제 생겨났지?
*카헤버는 점심부터 계속 굶은 상태로 공원 벤츠에 누웠다.
그는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다시 기억한다.
[]덴마크 오르후스. 1973년 7월. (약11년 전)
페이컨 : 카헤버, '메디세'는 덴마크 여자대표야. 체스를 못하는
남자하고는 절대 안 사귄다고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어.
넌 방법도 알기 싫어 할 정도로 체스는 인연이 없잖아.
카헤버 : 그래, 너 만큼 잘해야만 되겠지.
페이컨 : 하지만 쉬운 방법을 가르쳐 줄게.
카헤버 : ?
페이컨 : 내일 점심 때 사무실로 찾아와.
*다음날. 카헤버는 페이컨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페이컨 : 어서와 카헤버. 리마네셀, 퇴근해.
비서(여) : 지금요?
페이컨 : 지금.
비서(여) : 네, 고마워요.
*비서를 일찍 보내고 나서 페이컨은 카헤버와 비밀 작업을 계획
한다. 페이컨이 이어폰과 반지, 손목시계를 꺼낸다.
페이컨 : 일단 앉아봐.
카헤버 : ?
페이컨 : 너, 머리를 3주만 더 길러.
카헤버 : 그 다음엔?
페이컨 : 이어폰과 반지, 손목시계를 착용해.
카헤버 : 혹시..
페이컨 : 우선 이어폰부터 껴봐. 내가 사무실에서 마이크로 말하면
넌 들을 수 있어. 손목시계는 그 여자가 하는 말을 내가 들을 수
있기 위해서야.
카헤버 : 손목시계에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어?
페이컨 : 그래. 체스에 대해서 대화가 시작되면 그때부터는 내가
지시하는 데로 넌 말하기만 하면 되.
카헤버 : 반지는?
페이컨 :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
카헤버 : !
페이컨 : 그녀와 체스를 두게 된다면 내 실력으로 니가 두는 것처럼
폼만 잡아.
카헤버 : 그럴 때마다 넌 사무실에서 컴퓨터 모니터로 볼 거야?
페이컨 : 그 대신 내가 퇴근한 시간에는 그녀와 체스를 두거나 체스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해.
카헤버 : 이건 사기치는 거나 똑같아. 결국 들통날 거야.
페이컨 : 그녀를 좋아 한다면서.
카헤버 : 하지만 이 방법은..
페이컨 : 카헤버. 너 자신을 인정해. 그녀의 체스 실력은 덴마크에서
여자대표야.
카헤버 : ..
페이컨 : 성공하면 나한테 근사하게 보답해.
카헤버 : 부탁해.
*덴마크 오르후스. 1973년 8월. (페이컨과 카헤버가 계획을 꾸민지
3주 후)
카헤버 : 저를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메디세 : 네, 알죠.
카헤버 : 다음 주 월요일, 스웨덴에서 '두레깁슨'이 첫 상대죠.
메디세 : 네, 그래요. 저에 대해서 잘 아시네요.
그날 오전에 출발 할 거에요.
카헤버 : 두레깁슨도 쉬운상대는 아닐텐데. 제가 연습 상대가 되어 줘요?
메디세 : 아이스크림 좋아해요?
카헤버 : 네.
메디세 : 아이스크림 먹고 정신 차리세요, 따라와요.
카헤버 : 제가 사죠.
*테이블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기다리는 두 사람은 체스 이야기를
시작하자 카헤버는 긴장하기 시작한다.
메디세 : 두레깁슨에 대해서도 잘 알아요?
카헤버 : 네, 자세히 알죠.
(페이컨) : 니 멋대로 그런 말 하면 어떡해! 난 두레깁슨을 자세히
모른다구.
메디세 : 두레깁슨은 시작부터 거세게 나온다던데..
카헤버 : (페이컨, 뭐라 말 좀 해봐.)
(페이컨) : 대충 유머로 넘겨버려. 두레깁슨은 대학시절에 화장품 카달로그 모델 경험이 있어. 내가 아는 건 그게 다야.
카헤버 : 제가 두레깁슨에 대해서 아는 건, 다만 대학시절에 화장품
카달로그 모델로 활동했다는 화려한 경력..
메디세 : 카헤버씨!
카헤버 : 안 웃겨요?
메디세 : 아이스크림 먹고 체스 한판 둬요.
카헤버 : !
(페이컨) : 자신있게 대답해. 메디세하고 한번 해 보고 싶었거든.
메디세 : 싫어요?
카헤버 : 아니, 사실은 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말을.. 원하는 바였어요. (갑자기 무서워진다..)
(페이컨) : 빨리 체스를 둬야겠다.
메디세 : 저희집에서 해요, 어머니 계시거든요.
카헤버 : 네.
*메디세와 카헤버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메디세의 집으로 갔다.
메디세 : 어머니, 손님도 같이 왔어요.
어머니 : 어서오렴.
카헤버 : 처음 뵙겠습니다.
메디세 : '카헤버'씨라고 해요.
어머니 : 저녁은 집에서 먹을 거니?
메디세 : 카헤버씨, 저희집에서 저녁 드실 거죠?
카헤버 : 그러면 더 좋고요.
(페이컨) : 이봐, 나 그때는 퇴근하고 없을거야!
카헤버 : 그 전에 승부를 내면 되잖아.
메디세 : !
어머니 : 체스 말하는 거니?
카헤버 : 아, 그게..
메디세 : 카헤버씨의 관심은 제가 아니라 승부였군요.
카헤버 : 둘 다에요.
(페이컨) : 이제 정신이 돌아왔나.
메디세 : 정원으로 안내할 게요.
어머니 : 커피 드릴까요?
카헤버 : 네, 감사합니다.
메디세 : 어머니, 저도~
*메디세의 집에는 정원도 있었다. 카헤버는 테이블과 체스도구들을
보면서 식은 땀을 흘린다.
메디세 : 정원이 아름답지 않나요?
카헤버 : 아름다워요.
메디세 : 저는 저녁 먹기 전에 이 시간이면 테이블에 앉아서 책도 보
고 체스도 즐겨요.
카헤버 : 어떤 책을 좋아하세요?
메디세 : 유럽에 대한 역사를 주로 읽어요.
(페이컨) : 너하고는 절대 친해질 수 없는 여자로군.
메디세 : 최근에는 아시아 역사에도 관심 있어요. 혹시 삼국지
아세요? 중국역사요.
(페이컨) : 무조건 내가 하는 말 따라해. 유비, 조조, 손권..
카헤버 : 유비, 조조, 선권?
메디세 : 카헤버씨도 아시네요~ '손권'은 오나라인데 제가 좋아하는 인물 중에 한 사람이기도 해요.
(페이컨) : 난 '조조'를 높이 평가한다. 손권은 순 겁쟁이야.
카헤버 : 제 친구는 조조를 높이 평가 하더군요.
메디세 : 카헤버씨는요? 삼국지 인물 중에..
카헤버 : 저는 '징기스칸'을 좋아합니다.
(페이컨) : 안 되겠다, 체스나 빨리 하자.
메디세 : 카헤버씨, 징키스칸을 좋아하세요? 몽골에 영웅
테무친-징기스칸도 아주 멋있어요. 카리스마가 넘치고요.
카헤버 : 테무친은 또 누구죠?
메디세 : 하,하,하,하~
(페이컨) : 너 지금 일부러 개그하는 거야, 역사 이야기는 할 수록
너 한테 이미지만 나빠진다니까! 빨리 체스나 두고 나 퇴근 할란다.
메디세 : 카헤버씨 너무 재미있어요.
(페이컨) : 똑똑하면서 이해심도 많은 여자군.
메디세 : 앉으세요~
카헤버 : (페이컨 부탁한다.)
(페이컨) : 메디세. 넌 나한테 못 이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