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도 반복적인 그 하루가 또 시작이다.
내일도. 그리고 또 내일도. 오늘아침도 어김없이.
태양은 잔인하게 모습을 드러내 세상을 비춘다.
학교가기 싫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섬과 함께 또 시작이다.
일순간 흐르는 정적과 함께 들려오는 끊임없는 술렁거림.
내 자리로 걸어가 엎드려 눈을 감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의식속에서 귀를 닫아 버렸다.
매일 똑같은 얘기. 상처 낸 곳을 또다시 베어내는 저 얘기.
'난 쟤가 싫어.'
늘 반복적인 이야기, 끊임없이 듣는 이야기, 으레 하는 이야기.
다 알면서도, 무덤덤해졌다고 생각해 왔으면서도.
오늘따라 왜이리 견디기가 힘들었을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매일 모여서 쫑알쫑알, 의미도 주제도 대책도 없는 얘기들을 텅 빈 머리를 굴려가며 얘기하고, 우르르 몰려서 화장실 가고, 밥먹고.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어.
고개를 틀어 창문을 바라다 본다.
햇살이 시리다. 눈물이 날 정도로.
우는 내가 싫다.
매일 다시 찾아오는 아침에 대한 두려움도, 그들의 수군거림도.
단지 한 차례의 충동이라 해도, 그저 감정의 폭발이라 해도 좋다.
아무렇게나 종이를 찢어 아무렇게나 글씨를 쓴다.
말 그대로 남기는 글 -유서.
엄마. 미안해.
세상에서 아름다운 마지막은 없다.
꽃의 순결한 죽음도,연인과의 이별도,어느 성직자의 숭고한 순교도.
세상을 구하고자 한 예수의 죽음도,그 어떤 악질의 죽음도.
사실은 이 세상의 누군가 한사람쯤은 슬퍼할 죽음이었듯이.
나의 죽음도 누군가에게로 가서 눈물덩어리가 되고야 말까.
투신자살을 할 때 보통은 뛰어내림과 동시에 심장마비로 죽는다고한다.
그와 비슷한 번지점프와는 다르다.
사실 그들은 살 수도 있었는데 죽겠다 마음을 먹어 심장이 멈춰 버리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의지에 밀려 심장을 멈춰 버리고 만다.
나는 이제 조금씩 그 호흡을 조절한다.
심장은 느리고 노곤하게 숨을 죽이고 나를 관찰한다.
나는 경계에 섰다.
삶과 죽음, 그 경계 위 허공에 발끝을 두고 주춤거리며 망설인다.
세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조금은 미련을 가져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찔하게 먼 바닥은 너무나도 강한 인력으로 나를 끌어 당겨 휘청이게 한다.
자연스럽게 그 힘에 저항하게 된다.
숨을 조금더 깊게 쉬어 본다.
미지근 하고 탁한 이 지상의 공기가 나의 폐를 두르리며 밀려든다.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먼 곳의 불빛들을 본다.
나에게 아무것도 남긴 것이 없는 세상이 갑자기 모든 아름다운으로 다가온다.
미련이란 것이 심장위로 먹먹하게 드리운다.
눈물이 가득 차올라 그 쓸데없는 잔상을 희미하게 지워낸다.
입술을 깨물며 울지 않겠다 다짐을 한다.
세상과 서 있는 것과 수직으로,
내 몸의 중심이 중력방향으로 기운다.
내 몸을 안간힘을 써 올려붙이는 공기의 무게를 이겨 내고
나는 어디론가로의 추락을 시도한다.
심장의 마지막 발악처럼 심박출량의 증가가 무겁게 느껴진다.
나는 좀 더 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