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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For Vendetta - "발레리"의 편지

김효영 |2007.11.23 13:39
조회 386 |추천 0


 

V For Vendetta

제임스 맥테이그, 2005

 

 

난 1985년 노팅엄에서 태어났어요.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비가 참 많이 왔고, 할머니는 빗속에 신이 있다고 늘 말씀하셨죠.

11살에 여자중학교에 입학했고, 거기서 첫 여자친구 사라를 만났어요.

그녀의 손목에 끌렸죠. 참 예뻤거든요.

나는 우리가 영원히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요.

선생님은 사춘기가 지나면 그런 생각이 안 들거라 말했고,

사라는 그랬어요. 난 아니었지만.

 

2002년 크리스티나와 사랑에 빠져서 부모님께 솔직히 고백했어요. 크리스티나가 손을 꼭 잡아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아빠는 노발대발하며 부녀관계를 끊자하셨고, 엄마는 말이 없이 우셨죠.

진실을 밝힌건데 그게 잘못인가요?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 정직이란 고귀한 거잖아요.

 

자신에게 솔직해지면 자유로워져요.

 

배우가 꿈이었고 2015년 '솔트플랫'이란 영화로 데뷔했어요.

잊지 못할 작품이죠.

그때 루스를 만났거든요.

루스와 첫키스하는 순간, 다시는 다른 입술에는 입 맞추고 싶지 않을 거란 걸 알았죠.

우린 함께 런던으로 이사했고 그녀는 날 위해 주홍장미를 길렀어요. 항상 장미향기가 그윽했죠.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미국이 일으킨 3차 대전이 런더에도 마수를 뻗쳤죠.

집안의 장미는 사라졌어요.

모두가 낙담했죠.

단어의 의미가 어떻게 바뀌기 시작했는지가 기억나요.

'안보'나 '송환'같은 단어들이 무서워지고 '사상' '충성의 헌장' 같은 단어들이 힘을 얻었죠.

그들과 다르다는 건 위험을 뜻했어요.

루스는 가게에 갔다가 잡혀갔어요.

그렇게 많이 울어보긴 처음이예요.

머잖아 나도 이 곳으로 잡혀왔죠.

 

이런 끔찍한 데서 죽다니 기분이 묘해요.

하지만 난 3년동안 장미를 가졌고,

이건, 누구에게도 용서를 구할 만한 일이 아니예요.

난 여기서 죽어요.

내가 지닌 가치도 사라지겠죠,

하나만 빼구요.

 

'고결함'

작고 약하지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본질.

 

그걸 포기하거나 저들에게 빼앗겨선 안되요, 당신이 누구든

도망치길 바래요. 세상이 옛날처럼 다시 살기 좋아지길 바라고,

무엇보다 당신이 내 말을 이해해주길 바래요.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만나거나, 함께 울고 웃고,

키스할 수는 없지만

당신을 사랑합니다.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해요

 

- 발레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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