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공익 근무를 할 때
좀 그럴 일이 있어서
혼자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할 것인가?' 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다
혼자 계속 고민해도 답이 안나오길래
친하게 지내던 기혼 공무원들에게
배우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뭘까요?
하고 물어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아저씨들이 입을 모았던 이야기는
외모는 저언혀 중요하지 않다는 거였다
한 2년 마주보고 살다보면 나중에는
이게 이쁜건지 아닌건지 분간도 안간다는 것이다
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재산인가요?
슬프지만 몇몇 사람들은 여기에 동의했다
돈이 많은건 좀 중요하단다 젠장
사실 법원 파산과에 근무할 때 파산자나 개인회생자들의
90%이상이 이혼 상태라는 건 꽤나 충격적이었다
재산 보존을 위한 위장 이혼인 경우도 종종 있겠지만
대부분 무일푼이면 갈라서곤 한다더라
하지만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답변 하나
"그건 니가 어려울 때 옆에서 같이 조용히 지켜봐주고
참아내고 꿋꿋할 수 있는 능력이야"
내가 나중에 뭘 해서 먹고 살지는 모른다
하지만 뭘 하더라도 분명히 힘든 시기가 있을거다
사업을 하다 쫄닥 망할 수도 있을 거고
직장에서 짤릴수도 있을거고
심하게 다칠수도 있을거다
그때 내 옆에 있는 누군가가
너무나 나약한 한떨기 장미같은 여자라면
어려움을 전혀 모르고 살아와 당황하고 화내고 짜증내다
심지어 갈라서 버린다면...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 씨의 아내는
서울대를 두번이나 입학하고 번듯한 직장에 다니던
남편이 '남조선 민족 해방전선' 이라는 '이적 단체' 에서 활동하다
국가보안법에 의해 기소당하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프랑스로 망명하여
빠리 바닥에 떨어져
운전 면허증 하나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무능력자로 전락했을 때
'엄마의 본능' 으로 일본어를 무조건 열심히 암기하여
중년에 접어드는 나이에 크리스챤 디올의 작은 가게에서
젊은 여자들과 옷을 팔았댄다
그리고 곧 성실함을 인정받아
그럭저럭 아이들과 남편을 굶기지 않을 정도의 월급을 벌어왔다고 한다
멋지지 않은가?
친구도 마찬가지다
기쁘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 함께 축하해 주는건
지나가는 행인을 데려다가 시켜도 잘 할 수 있다
그러나 힘들때 다독여주고 힘이 되어주고
옆을 조용히 지켜주는 건 진짜 친구만 할 수 있는 거다
나도 진짜 친구가 될거다
그리고 진짜 남편이 되어야지
근데 진짜 아내도 구해야 할텐데..
hm.......by the way, can I be a chooser?
깜짝태그 : []
"내 늙은 아내"
내 늙은 아내는 아침저녁으로
내 담배 재떨이를 부시어다 주는데,
내가
"야 이건 양귀비 얼굴보다 곱네, 양귀비 얼굴엔
분때라도 묻었을 텐데?"
하면,
꼭 대여섯 살 먹은 계집아이처럼
좋아라고 소리쳐 웃는다.
그래 나는 천국이나 극락에 가더라도
그녀와 함께 가볼 생각이다.
-미당 서정주-
부인 방옥숙(方玉淑) 별세(2000.10)이후 곡기를 끊고 맥주로 연명하던 서정주 시인은 2000.12.24. 숙환으로 별세(85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