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연플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 우연히 TV광고를 보게 되었다.
T의 영상통화 완전정복인가? 그런 광고를 두개 봤는데,
첫 번째 CF는, 시험 전날 어떤 여자 아이가 밤새서 공부를 하고 있
다가, 친구에게 영상전화가 오니 갑자기 침대로 뛰어들어서 여태껏
공부 안하고 잠을 자고 있던 것처럼 친구를 속이는 것이다. 그러고
서 친구 잘 속였다며 좋아하고 다시 공부 열심히 하는 내용이다.
두 번째 내용은, 베개로 서로를 치며 부부싸움을 하고 있던 어느 신
혼부부가 남편 전화에 영상통화가 오니 핸드폰을 얼짱 각도로 치켜
드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 사이좋은 척 애교를 부리고 통화 상대방
화면에선 보이지 않는 발로만 계속해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원래 남이 이루어 놓은 무언가에 대해 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건 좀 욕이 나온다.
영상 통화라는 기술을 개발한 것 까지는 좋은데, 광고를 왜 이런 식
으로 만든 것일까? 도대체 뭘 정복하자는 거지? 통화 상대를 잘 속
이면 속일수록 상대를 정복한 것인가? 좀 더 거짓말을 완성도 있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기술이 영상통화야? 그리고 그 신기술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CF로 완전정복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고?
그렇다면 나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상대일수록 더 잘 속여야 하는
것 아닌가? 부부싸움 하는 모습을 들키면 안 되는 거니까 현재 부부
관계가 어떻든 상관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고, 함께
공부하는 친구일수록 나 공부 안하는 척 더 잘 속여야 하는 거고?
그렇게 속이고서 좋아할 것이면 친구는 무엇 하러 사귀지?
두 번째 CF 내용을 좀 더 확장해서 그 뒤를 상상해 볼 수 있다고
본다. CF 주인공 부부는 싸움을 해서 냉전 상태이지만, 이미 통화상
대에겐 이미지 관리가 되어있다. 밖에 나갔을 때, 같이 통화했던
누군가가 회식자리 같은 곳에서 "누구네 집은 아주 부부사이가 좋
아~ 깨가 쏟아지나봐. 부럽네. 부러워."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면
그 상황에서, "아니 저희가 그 때 사이가 좀 안 좋았는데, 영상통화
를 통해선 그런 모습을 보여드를 수가 없었어요." 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아 예, 저희가 사이 좀 좋죠." 이런 식의 긍정적인 대답을
하게 된다고 본다. 이미 영상통화를 통해 상대방에게 왜곡된 나의
이미지를 심어 주었는데 그것을 굳이 바꾸는 것은, 처음에 영상통화
시 자신의 모습을 꾸미지 않는 것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에서 예를 든 것 처럼 회식자리에서
이런 대화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면, 이미 통화 주인공 부부의 사이
가 좋다는 사회적 인식이 회식 참석자들 사이에서 시나브로 퍼지게
된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부부 사이가 안 좋은 것에 대해 누군가에
게 말할 수 있을까? 이미 영상통화를 통해 관리되고, 남들 보기 좋
아 보이는 모습으로의 연기를 다 끝마친 후인데. 아주 극단적으로
상상해보면, 사태가 더 이상 치유할 수 없는 수준으로 곪아서
이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때가선 이제 영상통화를 통해서도 마
음껏 말할 수 있겠지? 뭐, 완전정복의 CF가 어떻게 울어야 더 슬퍼
보이는 지도 알려주리라 생각한다. "사실, 처음 영상통화를 할 때부
터 사이가 안 좋았어요. 차라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그때 사람
들에게 솔직히 말했다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돼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인 문제는 절대 밖으로 드러내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완전정
복 시켜주는 방식의 이런 CF가 과연 재밌게 볼만한 내용인가? 상대
를 속이는 문화를 당당하게 조장하는 이러한 방식의 CF가 과연 유
쾌한가? 도대체 뭘 정복하는 건데? 집안에서조차 남들 눈 의식하게
만들고, 남들을 잘 속이면 속일수록 상대방을 정복한 것이고 나의
사회적 인품이 올라가는 것이고? T의 영상통화는 그를 위한 아주
획기적인 수단이야?
물론 CF 감독은 CF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소비
자님들의 마음속에 T라는 상표는 각인되었습니다. 좋게 기억되든
나쁘게 기억되는 얼마 안 가 광고의 기분 나빴던 이미지는 사라지고
T라는 메이커만 기억에 남게 될 것입니다. 충분히 광고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뭐 이런 식으로? 그것도 광고기법의 일종이라고 자랑스
러워 할 수도 있겠지.
난 핸드폰을 바꾸더라도 T는 안 쓸 생각이다. 이런 식으로 광고하는
사람을 CF광고 감독으로 삼고 계속해서 시리즈 제작하게 만드는 제
품은 안 산다. 차라리 삐삐를 샀으면 샀지. 내가 사나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