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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치어 으깨어진 고양이 사체를 치우는 청년

권병렬 |2007.12.08 11:27
조회 37,635 |추천 462

오늘 자정이 좀 넘은 시간에 일어난 사고였다.

 

계산을 마친 아가씨 손님 둘이서 편의점내 유리문에 달라붙어 밖을 내다보며... 

"아~ 어떡해~ 어떡해~" 하면서 오두방정을 떨고 있다.

 

 

`계산 마쳤으면 그만 나가 볼 것이지... 문을 가로 막고 둘이서 뭐하는거야?'

무슨일일까 궁금해 밖을 내다 봤지만 어두운 밤이라 잘 안보인다.

때문에 나 역시 카운터 쪽 유리에 달라붙어 자세히 밖을 살피기 시작했다.   

 

 

 

점포 바로 앞 횡단보도에 방금 차에 치인 듯한 어떠한 동물의 사체가 보인다.

고양이다.

내장이 몸 밖으로 다 나와있고... 체액은 사방으로 튀어 있다.  

 

그런 것에 비위가 꽤 약한 나로서는... `우욱~' 함과 동시에...

못볼 것을 봤다는 생각에 기분이 확 상해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새벽까지 몇시간동안이나 예민한 나를 괴롭혔다.

 

라디오를 들어도... 책을 읽어도... 그것에 신경이 쓰여서 도무지 머리에 들어오질 않는다.

10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동물의 사체가 있고... 가끔 쌩쌩 지나가는 차들이 그걸 밟고 있으니...

오독오독... 그 뼈 으깨어지는 소리가 계속 귓가에 들려오는 것만 같다. 

 

 

주 5일제가 철저히 지켜지는 이 동네는 주말새벽시간에 거리의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

바람까지 불어 가로수 낙엽이 떨어지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상황...

그 가운데... 죽은 고양이와 나... 단 둘 뿐이다.

최악이다.

 

 

그래도 내가 희망을 걸고 있는 한 군데가 있었으니...

 

`4시가 되면...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이 오시겠지... 아마 깨끗히 치워주고 가실꺼야~

아... 그러고보니... 그분들은 참... 저런일까지 하셔야 하겠구나... 역시 쉽지 않은 직업이다...' 

라는...

 

 

그러나 희망은 깨졌다...

환경미화원 아저씨께선... 그냥 낙엽만 쓸고... 그건 놔둔 채 가셨다... -_-;

 

 

아침이 다가옴에 따라...

이제 그것은 고양이인지 강아지인지 형체를 알 수 없는 팥죽이 되어 가고 있었다.

 

난 밖으로 나가 점포 앞을 청소하면서...

공기를 통해 내 코로 들어올지도 모르는 그것의 미세분자를 걱정하며 숨쉬기를 참았고...

행여나 지나가는 차들의 바퀴에 의해 내 몸에 튈지도 모르는 그것의 살점들을 걱정했다.

 

 

어느 새 동은 터오고... 사람들이 깨어나 활동할 시간...

이제 곧 횡단보도를 건너며 아침부터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어떠한 표정을 짓게 될까...

난 얼렁 교대하고 집에나 가야지... 라는 생각 뿐이었다.

   

...

 

 

 

 

한 남자손님이 들어왔다.

페딩점퍼에 카고바지를 입은 멀쩡한 얼굴의 청년...

내 나이 정도나 됐을까... 아니면 조금 더 어릴까... 

 

나 : 어서오세요~

 

손님 : 저... 검은색 비닐봉지 있으면 한 장만 주실 수 있나요?

 

나 : 아... 예.... 얼마나한 크기로 드릴까요?

 

손님 : 밖에 저것 좀 치우려고 하는데요... 좀 큰 걸로 주세요.

 

나 :  예?????? (켁!! 니가 왜??)

 

난 잠시 멍하게 있다가... 봉지를 건내어 주면서 그 손님께 물어봤다...

 

나 : 아... 근데... 저걸 왜 손님께서 치우려고 하시는데요...?

 

손님 : 사람들이 지나가다 보면 더럽잖아요... ^^

 

 

 

뭐 다른 이유의 말도 없었다...

그냥... "사람들이 지나가다 보면 더럽잖아요" 이거  한 마디...

봉지를 받아 들고는 바로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정말로 그 사람...

그걸 비닐봉지로 싸서 치우기 시작했다...

 

 

...

 

 

 

대체 뭐지 저 사람...

별종인가...?

아니... 그렇게는 안보인다.

평범하고 인상좋은 사람이다...

 

내가 가까이 접근하기조차 싫어했던 그것을....

누군가 치워주기만을 바라고 있었고...

그냥 도망가려고만 했던 그 더러운 일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 사람... 자진해서 직접 자기 손으로 하고 있다...

그에겐 그러할 의무도 없는데 말이다...

 

사실 누군가 꼭 해야만 했다면...

가장 오랜 시간 그것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바로 나...

더욱이 우리 점포 앞이 아닌가... 

 

난 뭔가 크게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 남자의 행동은...

길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자진해서 줍는 정도의 일과는 분명 차원이 다른 선행이다.

그 피범벅 오장육부가 다 튀어나와있는 동물의 사체를 봉지에 담아 청소한다는 것은...

댓가를 주고 시킨다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꺼려할 일일 것이다  (아마도 99.9%의 사람들이...)

 

몇개월 간... 편의점 야간알바를 하면서 정말 별별 종류의 사람들을 다 봐왔지만...

오늘 이 남자의 경우는 많이 특별하다.

 

가끔 이러한 0.1%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진실로 고개가 숙여지는 건...

똑똑하거나 잘난 사람들이 아닌... 

그리고 저 벽보에 붙어 미소짓고 있는 분들이 아닌...

바로 이러한 사람들에게다. 

 

 

그저 남에게 피해주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나...

댓가 없이도 이타적인 생각으로 살아가는 그러한 사람들...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일을 끝내고 가던 길을 가는 그 청년을 보면서... `남자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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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생명존중사상에 대해 토론해보자고 이 얘기를 한 것이 아닙니다.

 

이 글은 그저... 

남들을 위해 혐오스러운 일을 자청한 보기드문 한 청년을 칭찬하고자 했던 것임을

알아주셨으면 하네요.   

 

 

추천수462
반대수0
베플김현철|2007.12.08 13:15
아니 왜 더럽다에 주목을 하시는지...글쓴분이 얘기하고 싶은건 그게 아니잖아요..불쌍한건 불쌍한거고 일단 외관상으로는 혐오스러운것도 사실인데..고양일 딱히 본인이 치울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다른사람을 위해서 처리를 했다는게 보기 좋았다는걸...그남자분 대단하시네요
베플정동욱|2007.12.08 22:05
전경아씨글 내리고 싶다 도아주세요
베플임승택|2007.12.08 20:46
그 남자분은 "사람들이 지나가다 보면 유쾌하지 않잖아요." 를 표현하고 싶었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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