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책을 읽고싶은 당신들에게.
가끔, 내게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는 친구들이 있다.
왠만하면 친구들의 부탁은 다 들어주려고 하지만,
책을 추천해달라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부탁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조금 난감해져서 말끝을 흐린다.
"글쎄.. 내가 좋아하는 책은 네가 좋아하지 않을 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친구들은 말한다.
"그래도 괜찮으니까, 추천해줘 - "
하지만 역시나, 나는 끝까지 그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다.
최근에 인기가 많은 책들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는 있어도,
그 친구에게 지금 꼭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친구들의 소소한 근황까지 알고 있다 해도,
그 친구들의 마음 속 숨겨진 욕구까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을 고르는 방법을 추천해 주는 건 어떨까?
그 역시도 물론 쉬운 것은 아니지만
좋은 책을 추천하는 것보다는 수월할 것 같다. ^ ^;
오늘은
[나에게 맞는 책]을 찾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써봐야겠다.
전제가 되어야 할 중요한 사실은,
「나를 부르는 책」을 사야한다는 것이다.
( 물론 돈이 많다면 아무 책이나 여러권 살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요즘 책값은 너무나 비싸다;; )
돈을 지불하고 소유하는 것이 '나'이기 때문에 착각하기 쉽겠지만,
내가 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 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일단 서점에 들어가면, 입구에서부터 베스트셀러 서적들이
우리를 맞아준다. 사람들 역시 그 쪽에 가장 많다.
나에게 맞는 책을 찾기 위해서
절.대.로. 베스트 셀러 목록에서만 책을 고르지 말라.
베스트 셀러 서적이라고 당신에게 베스트가 되리란 법은 없다.
베스트 셀러라는 말을 잘 살펴보라.
베스트 셀러는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는 뜻이다.
당신에게 가장 좋은 책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쩌면, 당신이 베스트셀러 서적에 한눈을 파는 사이,
당신의 책이 그 옆에서 안타깝게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 어떻게 나를 부르는 책을 찾을까?
약간의 인내심과 육체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서점 구석구석을 거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책 중에 대체 뭘 읽어야 하지?'
라는 걱정을 접고
천천히, 깊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거닐어 보자.
마치 식물원에 와 있는 것 처럼.
푸르른 나무들 사이를 지나칠 때마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물소리가
들리는가?
그 순간처럼, 책들 사이사이를 지나치며 어디에서 나를 부르나 집중해보자.
단지 책의 제목만 보면서 거닐어도 좋다.
그곳엔 너무나 많은 책이 있기 때문에,
혹시 눈에 띄지 않아서 놓치는 책이 있을 지도 모른다.
책장의 맨 처음과 맨 마지막에 꽂힌 책이 무엇인지도 살펴보라.
책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책은,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책이 부르는 소리는 마음이 듣는다.
'유명한 책이 좋은 책'이라는 관념을 버리고 마음을 열어두라.
어느 순간, 당신의 책이 당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수많은 책들 중에서 유독 당신의 마음을 확, 끄는 제목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책의 주제가 뭐가 되었든, 누가 썼든, 어떤 모습의 책이던간에
당신이 일단 10초이상 주시하고 있는 제목이라면 눈여겨 보라.
책의 제목은 상당히 중요하다.
마치, 첫만남에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며 짓는 표정이
우리의 첫인상과 그 이후의 모습을 결정짓는 것처럼.
(마음을 확 끄는 제목은 사실은 자신이 요즘 고민하고 있는 일이나 아니면 지금 간절히 바라고 있는 희망을 표현하는 것일 경우가 많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머리의 말을 듣고 그저 덮어두었던 일들, 소소한 것이라 판단되어 차마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었던 생각들, 그런 것들이 사실은 당신의 마음을 잡아두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나를 부르는 책이 맞나 확신을 갖길 원하면
그 책에 1분을 더 소요해보라.
책의 맨 앞 장, 저자의 말을 읽어보는 것이다.
서문은 길어봐야 1장 반 정도이다.
그 1분이면,
이 책이 나를 위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만약 '나의 책'이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는,
주저없이 그 책을 들고 계산대로 가야한다.
마음이 택한 책은 절대로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사고 돌아온 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제대로 한번 읽지 못했다고
"책을 잘못샀나보다."라고 후회할 필요가 전혀 없다.
어차피 당신의 마음을 한번 울린 책은,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그 가치를 발휘하기 마련이다.
그 책이 필요한 때가 있다.
고이고이 모셔뒀다가,
어느 순간 그 책을 다시 집어들 때가 분명 올 것이다.
그리고 확실히 해둘 것이 있다.
이 세상에 '좋은 책'이라는 것은 없다.
아니,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지극히 상대적인 것이다.
'좋은 책'을 찾으려하지 말고 '내게 맞는 책'을 찾으려고 해보자.
다른 사람이 아무리 맛있게 먹은 음식이라도,
나 자신은 별다른 감흥을 못느끼고 제대로 소화조차 시키지 못한다면 그것은 당신을 위한 음식이 아니다.
한가지 더,
책을 고르기 전에 자신의 마음부터 살펴보자.
내 마음이 지금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말이다.
의외로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
정말 아주 아주 많다.
책이 전해주는 소중한 이야기들을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하려면
일단 내 마음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음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책과 내가 일심동체가 되어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방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길게 썼다.
너무 늦어져서 끝을 제대로 맺지 못했지만
아무튼 혹시라도 누군가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꼭 당신에게 맞는 책을 찾게되길. ^ ^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1시를 향해가는 이 시점에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내일도 13시간 일해야 하는데 말이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