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화를 걸어온 그녀는 그럽니다
이랬다 저랬다해서 미안하다고
'미안하면 안그러면 되잖아'
나는 원망하며 숨을 멈춥니다
마음을 돌리라는 뜻이었지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침묵은 아니었는데
그녀는 낸 침묵을 잘못 이해했나봅니다
계속 혼자서 몇번이나 사과하더니 이번엔 또 기도를 하겠답니다
다음엔 나같은 사람 좋아하지 않길 빌께요
참 고맙기도 하다고 생각하면서 못된 말을 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확 나더니 그녀가 진짜로 미워집니다
'너같은 사람 또 있으면 내가 그 사람 좋아하면 되겠지
문제는 니가 딱 하나라는거지'
울음도 꿀꺽 삼킬 겸
뻣뻣해진 목이 툭 소리를 내며 꺽일것도 방지할 겸
그리고 이제 그만 말하라는 시늉까지 겸해서
나는 전화기 앞에서 크게 끄덕여보입니다
근데도 그녀는 아직도 혼자서 사과하고 그리고 또 뭘 기도한답니다
정말 미안하다고 다음엔 꼭 좋은사람 만나길 빌겠다고
'그게 말이 되냐?'
난 그렇게 딱 한마디만 쏘아 붙이고 싶어집니다
착한 사람도 세상엔 많고
훌륭한 사람도
예쁜 사람도 많지만
좋은 사람 너밖에 없는데, 넌 사랑하지 말라며..
그동안 가끔 내게 전화를 해주거나 나를 보면서 웃어주거나
같이 밥먹는데 젓가락을 챙겨줄 때면
나는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는게 좋았는데
지금은 누가 빨래를 짜듯 내 가슴께를 꽉 쥐었다 놓은 것처럼
소화가 안됩니다
병을 주더니 듣지도 않는 가짜 약이나 던져주고
전화가 끊어진 세상은 덩그러니 겨울이 된 거 같습니다
현실감은 하나도 없어집니다
끊어진 전화기에서 통화목록을 다시 확인해보니
나는 방금 정말로 그녀와 통화를 했었고
그걸 본 나는 당장 다시 전화를 걸어 말하고 싶어집니다
너도 다음엔 전화로 이러지 말라고
만나서 똑바로 쳐다보고 말하라고
안그러면 믿고 싶지 않아서
믿지 않기로 마음먹고 통화목록만 지우고
아무일도 없는 척 내일 또 전화를 걸고 싶어질 거라고
#사랑을 말하다_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