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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인으로서 이 나라의 태권도를 비판한다

경주현 |2008.01.23 16:06
조회 209 |추천 3

저는 올해 대학교에 가는 스무살 학생입니다.

 

다들 태권도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들이 많은데, 이들 중 대부분은 태권도를 익혀본 적도 없이 단지 남들 하는 말 따라 욕하는 사람이거나 자신이 태권도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옹호하는 사람입니다.

 

결국에는 자기 생각만 뱉어낼 뿐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10여년간 태권도를 직접 수련해온 사람으로서 이 나라의 태권도에 대해 논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이 나라의 태권도가 어떤 상태인지 수련자들 자신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하기에 현재 대한민국 WTF(스포츠 중심의 태권도 정부)의 문제에 대해 지적하겠습니다.

 

1. 태권도 역사에 대한 논쟁

 

대한 태권도 연맹을 비롯하여 WTF 단체들은 태권도가 한반도 내에서 자연히 발생하였으며 이미 삼국시대부터 내려져 오는 정통성 있는 무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국기원의 이종우 부원장님께서 이미 밝힌 바 있으나 기사가 잘 알려지지 않아 또다시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에 일본으로 유학을 갔던 이들이 일본의 공수도를 익혀왔고 해방 후에 강덕원, 무덕관, 송무관, 오도관,  정도관, 지도관, 창무관, 청도관, 한무관으로 각자 무도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가진 9개의 공수도 도장이 생겨납니다.

 

이때 오도관 관장이었던 창헌류(지금의 ITF) 창시자 최홍희 총재께서 자주적인 이름을 내세우며 태권도라는 명칭을 만듬으로써 한국의 태권도 역사가 시작됩니다. 위에 말했듯이 국기원 부원장님께서도 이를 밝혔습니다.

 

2. 개나 소나 돈만 주면 검은 띠를 허리에 두를 수 있는 종주국

 

해외의 태권도 사범들이 무도인으로서 큰 기대를 걸고 대한민국의 태권도를 체험할 때 느끼게 된다는 실망감, 한국인으로서는 차마 보이기 조차 부끄러운 이 나라의 심사제도.

 

초등학교 때라도 심사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기억하겠지만 큰 체육관 건물 하나에 아이들이 모여들면 한번에 10여명, 20여명의 아이들이 줄을 서 품새를 한 두가지 하고 겨루기를 한번 하고 나면 심사가 끝이납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태권도 심사는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겠지만 외국에서 온 사범들의 눈에는 기이한 장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외국의 경우 검은 띠를 따기 위해서 한 사람당 한시간 이상을 걸쳐 이론 및 실기, 면접을 보아야합니다. 고수의 반열에 올랐음을 의미하는 검은띠를 결코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앞서 말한 ITF의 경우 1단을 획득한 뒤에 2단을 따기 위해서는 1.5년, 3단을 위해서 몇년, 다시 4단을 위해서 몇년이라는 최소 기간이 철저합니다. 4단을 따기 위해서는 1단 이후 빨라도 10년 이상이 걸리게 되는데, 이것은 단순히 경력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도가로서 무술실력뿐 아니라 인생의 경험을 통해 좀더 성숙된 사람만이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현재 WTF의 경우를 보면 이미 초등학교 때에 유품자라는 이름으로 한 지역에서 한해 심사에만 수십, 수백명씩 예비 유단자가 양산되며 나이만 차면 누구든(심지어 운동을 그만둔지 수년이 지난 사람이라도) 별도의 요금을 지불하고 사범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무도가로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인지 돈을 내고 검은띠를 사는 것인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3. 스포츠 기술 발전에 비례해가는 실전성의 저하

 

태권도인들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이미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선수 보호를 위해 지르기를 몸통에 한정시킨 것도 훌륭한 방법이었고 점수제 도입은 발차기를 발전시켰으며 태권도를 세계에 알리는데 분명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스포츠계에서나 통하는 이야기.

 

태권도는 본질적으로 무술입니다. 태권도를 가지고 실전을 이야기 하려 하면 정신적인 수련을 위한 것이라느니 싸움기술이 아니라느니 하면서 비난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말들은 무도가로서 평화를 사랑하고 선공을 취하지 않는 다는 정신을 뜻하는 것이지 덤벼드는 상대를 두고 그저 맞기만 하는 무술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한국의 태권도가 WTF 한 단체에 의해 주도되면서 이 나라의 태권도 도장은 대부분 스포츠 교육원으로 탈바꿈했고 대한민국에서 태권도인임을 자처하는 사람의 99퍼센트는 이 스포츠 태권도를 배우게 됩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스포츠 이외의 격투술, 예술로써의 태권도가 이 나라의 태권도 발전 역사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는 사실입니다.

 

스포츠태권도 선수들 중에서 싸움을 잘한다는 사람들도 분명 있지만 그것은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체력과 기량, 혹은 자신의 재능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태권도의 힘이라고 하기에는 타당치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폴란드의 경우 태권도 사범들이 단순히 스포츠 경기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킥복싱, MMA 등 다양한 규칙을 통해 태권도를 강화시켜가고 있습니다. 폴란드 뿐이 아닙니다. 해외의 태권도 도장에서는 발차기만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주먹으로 얼굴을 치는 법, 땅에 누운 상태에서 싸우는 법 등 현실적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에서 일본인 선수가  태권도의 강함을 증명하겠다며 K-1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 이 나라의 태권도는 스포츠라는 틀 안에서 안으로의 발전만을 반복하고있습니다.

 

 

 

종주국의 태권도가 세계의 존경을 받을 수 있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진실로 세계적인 무도의 메카로서 자리를 잡으려면 이제부터라도 변화해야합니다.

 

부끄러운 역사라고 해서 숨길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더 우리다운 방식으로 발전시켜가면 되는 것입니다. 무술이라는 것은 어느 나라이든 역사적인 흐름이 있고 이에 따라 새로운 무술이 생겨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중국의 당수가 오키나와에 정착하여 지금의 공수도 형태를 얻는데 300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일본의 공수도가 현재의 태권도로 굳어지는데 걸린 시간, 단 50년 뿐입니다. 우리가 부끄러워야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돈을 벌기 위해 검은띠를 파는 짓을 멈추어야합니다. 지금의 태권도는 물살이 잔뜩찐 가짜 천하장사의 꼴을 하고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는 언젠가 온갖 병에 걸려 쓰러지고 맙니다. 실력과 경험, 인격을 갖춘 진짜 유단자들을 양성하는 것이야 말로 장기적으로 이 나라의 태권도가 살아나갈 길이며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의 시작입니다.

 

화려한 쇼를 보여주기 위한 아름다운 무술, 그것도 좋지만 전부가 아닙니다. 무 라는 본연의 의미를 지켜가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수련자의 인성함양은 분명 무의 시작이며 폭력으로 부터 자신과 타인을 보호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은 무의 결론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결론이 없는 무도로 남아있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저는 태권도를 수련하는 사람으로서 태권도를 사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지금의 태권도를 비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태권도가 좀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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