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꽂히는 게 있으면 그냥 주구장창 그것만 보는 스타일이다. 25일 률군의 5집이 발매된 이후, 내 귀는 률군의 에 전세를 내주었다. 당연한 일이다. 음악평론가도 아니지만, 이번 앨범은 "률스러운" 노래를 기다렸던 팬에게는 오아시스같은 앨범이다. 노래와 대화할 수 있는 앨범, 이건 요즘 음악세태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것이니까.
나는 전람회 시절부터 카니발, 그리고 솔로앨범 4집까지, 률군의 전 곡을 소장하고 있다. 물론, 가끔씩 센티멘털 우먼이 되고 싶을 때마다 률군 전곡을 반복 플레이 시켜놓고 음악을 핑계로 감성만빵 소녀(? 우웩~~ ㅡㅡ;)가 되곤 한다.
그런 내게, 앨범 제목처럼 자기고백적인 률군의 5집은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포스팅한다.
김동률 5집 monologue
1 출발
2 그건 말야
3 오래된 노래
4 Jump
5 아이처럼
6 The Concert
7 Nobody
8 뒷모습
9 다시 시작해보자
10 Melody
워낙 객관적일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난 률군을 편애한다. 률군의 전람회 시절 노래부터 내가 또 좋아하는 적군과 함께 프로젝트 팀 카니발을 구성하고 앨범을 냈을 때부터 주구장창 좋아했다. 그러나 률군을 규정하는 것은 률군이 솔로앨범을 낼 때부터다. 솔로앨범 이후 률군의 노래는 "현재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으로부터 버림 받은" 사람의 심정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며 "이건 경험해보지 않고는 절대 쓸 수 없는 노래야"라고 생각하지 않은 청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사랑을 안 해 본 사람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노래는 사랑 이후의 심경에 대해 솔직했고 적나라했다.
그랬던 률군이 수년만에 새 앨범을 냈다. 물론, 여전히 률군은 혼자다. 그래서 여전히 홀로 남겨진 외로움과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해졌을 옛사랑에 대한 기억, 그리움을 노래한다. 그런 점에서 그의 1~4집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 진부한 앨범이 바로 5집 다. 그러나 앨범 제목처럼 그는 혼자 모노드라마를 찍는다. 그리고 1집부터 5집까지 그가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옛사랑에 대한 률군의 태도와 입장이기도 하고, 사랑을 하든 옛사랑을 부여잡고 그리워하든 사랑에 대한 태도와 입장이기도 하다. 그의 태도와 입장 변화를 읽는 것이 바로 률군의 5집을 읽는 방법이다. 그 미묘한 변화를 읽어내는 것은 한 인간의 성장을 읽는 것이며, 또한 나의 성장과 변화를 읽는 것이다. 그래서 감동적이다. 솔직히 률군의 5집 노래들은 여전히 옛사랑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을 읊조리며, 조금 심하게 표현하자면 스토커스러운 집착을 그리고 있는 노래다. 헤어지기 전 빛났던 사랑을 회고하며 곱씹고 또 곱씹는, 조금만 심각하게 생각해면 스릴러 분위기가 물씬 날 법한 노래들이다. 그러나 그가 수년간 사랑의 상처로 괴로워했던 것을 그의 노래를 통해 함께 경험했던 이들은 알 수 있다. 5집에서 그가 그리워하는 옛사랑은 1집과는 다르다는 것을. 률군은 이십대에서 삼십대가 되었고, 사람과 세상에 대한 앎과 깊이가 생겼다. 그것을 보여주는 노래가 바로 세 번째 트랙 <오래된 노래>다.
오래된 노래 / 김동률 <EMBED style="FILTER: alpha(opacity=70 Style=3 FinishOpacity=2)gray()" src=http://mediafile.paran.com/MEDIA_2397878/BLOG/200801/1201453275_03.wma width=70 height=25 type="text/plain; charset=EUC-KR" invokeURLs="false" autostart="false" allowScriptAccess="never" allowNetworking="internal" volume="0" loop="7" EnableContextMenu="false">
우연히 찾아낸 낡은 테입속의 노랠 들었어
서투른 피아노 풋풋한 목소리
수많은 추억에 웃음 짓다
언젠가 너에게 생일 선물로 만들어준 노래
촌스런 반주에 가사도 없지만
넌 아이처럼 기뻐했었지
진심이 담겨서 나의 맘이 다 전해진다며
가끔 흥얼거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
오래된 테입 속에 그 때의 내가
참 부러워서 그리워서
울다가 웃다가 그저 하염없이
이 노랠 듣고만 있게 돼 바보처럼
널 떠나보내고 거짓말처럼 시간이 흘러서
너에게 그랬듯 사람들 앞에서
내 노랠 들려주게 되었지
참 사랑했다고 아팠다고 그리워한다고
우리 지난 추억에 기대어 노래할 때마다
네 맘이 어땠을까 라디오에서
길거리에서 들었을 때
부풀려진 맘과 꾸며진 말들로
행여 널 두 번 울렸을까 참 미안해
이렇게라도 다시 너에게 닿을까 모자란 마음에
모질게 뱉어냈던 말들에
그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오래된 테입속에 그 때의 내가
참 부러워서 그리워서
울다가 웃다가 그저 하염없이
이 노랠 듣고만 있게 돼 바보처럼
률군의 5집을 처음 들었을 때 이 노래에 제일 먼저 꽂혔고, 트랙을 몇 번씩 돌려 들은 뒤에도 가슴에 남는 노래가 바로 이 노래다. 이 노래는 률군이 처음 가수가 됐을 때부터 지금까지를 낡은 테잎 속 노래를 매개로 솔직히 고백한 고해성사와 같은 노래다. 그가 지금 그리워하고 부러워하는 오래된 테잎 속 자신은 률군이 솔로 앨범을 통해 노래했던 사랑 이후의 회한과 그리움에 대한 부정이다. 그는 첫사랑(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의 설레임을 그리워하고 부러워하는 듯하지만, 이미 수년의 세월 동안 회한과 그리움, 후회와 원망을 거쳐온 률군이 다시 잡은 오래된 테잎 속 노래는 처음 사랑과는 다른, 그러나 헤어진 연인을 원망하고 후회하는 수준을 넘어선 다른 차원의 사랑이다. 하기에 이 노래를 부르는 률군은 10년 전 사랑에 빠져 헤헤거리던 20대 률군과는 또 다른 존재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가슴을 울린다. 사람과 사랑에 대한 깊이가 전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이 노래를 통해 정-반-합, 부정의 부정의 법칙을 깨닫는다. (그래, 나 오버한다. ㅡㅡ;) 후렴구, 오래된 테입 속의 그때의 내가 참 부러워서, 그리워서... 이 부분에 가면 나도 모를 부러움과 그리움에 울다가 웃다가 그저 하염없이 이 노랠 듣고만 있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률군 노래의 백미는 "짝사랑"이다. 난 심지어 률군이 천재라고 생각한다. (그래, 나 률빠다. ㅡㅡ; 인순이 때문에 완전 대중적 노래가 된 <거위의 꿈>을 수년간 들어본 사람은 안다. 적군의 날카로운 감수성과 률군의 부드럽지만 지독한 감성이 만났을 때 얼마나 큰 시너지가 생길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노래라는 걸.) 아무튼, 률군의 감수성이 최고봉에 다다르는 것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 하여 혼자서 애타는 짝사랑의 위치에 노래의 화자가 세워졌을 때이다. 률군 솔로앨범의 숱한 노래 중 대중적으로 뜬 몇몇 노래보다 최고라고 나 혼자서 엄지손가락 높이 치켜드는 노래는 <사랑하지 않으니까요>다. 이건, 혼자사랑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솔직한 경험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노래다. 그런 노래가사와 멜로디가 예술적으로 결합된 노래다. 지금껏 짝사랑을 다룬 숱한 노래를 들었으나 률군의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이상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 5집에서 만났다. 그건 바로 다. 어흑... ㅠㅠ
Nobody / 김동률 <EMBED style="FILTER: alpha(opacity=70 Style=3 FinishOpacity=2)gray()" src=http://mediafile.paran.com/MEDIA_2397878/BLOG/200801/1201453275_07.wma width=70 height=25 type="text/plain; charset=EUC-KR" EnableContextMenu="false" loop="7" volume="0" allowNetworking="internal" allowScriptAccess="never" autostart="false" invokeURLs="false">
난 아무도 아니죠
그대에 일상에 수많은 사람 중에 하나일 뿐이죠
가끔씩 길에서 우연히 만나면 인사를 잘 하는
편안한 인상에 한 남자일 뿐이죠
어떤 날에는 농담도 건넸죠
또 어느 날엔 차갑게 굴면서 무심한 척도 했죠
하지만 그댄 늘 똑같은 눈 인사와
늘 같은 만큼의 미소로 내 곁을 바쁘게 스쳐갔죠
알 턱이 없겠죠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나 설레여 하는 걸, 애태워 하는 걸
그러던 어느 날 한 술자리에서
오랜만인 내 친구와 함께온 그녀를 보았을 때,
무너진 가슴에 한없이 나를 탓해도 그녀(ㄴ)
조금 놀란 척 웃으며 술잔을 기울일 뿐
너무 세상이 좁아서 아무개 보다는 조금 나은
친구의 친구란 이름을 얻게 됐지만
차라리 아무도 아닐 걸 그랬어
젠장, 짝사랑이란 그런 거다. 혼자 사랑하는 건. 률군보다 "사랑 이후"를 제대로 노래할 수 있는 가수는 률군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도 없을 것 같다. (네, 저 률빠 맞습니다, 맞고요... ㅡㅡ;)
률군의 5집을 들으며 더욱 탄복했던 것은 각 노래에 따른 악기 사용이다. 률군의 과거-현재-미래를 보여주는 <오래된 노래>는 단순한 기타 멜로디로 시작해서 2절부터 피아노와 현악기가 들어간다. 담백하기 그지없다. 사실 거의 모든 노래에 건반, 혹은 기타가 주를 이루고 나머지 다른 악기들은 아예 들어가지 않든지 후렴구에서 보조적으로 들어가는 수준이다. 노래의 집중점이 가사에 찍혀 있다. 그래서 률군 특유의 지독한 감성이 더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청자로 하여금 그의 독백을 제대로 들어달라는 듯, 반주에 기교가 전혀 없다.
물론, 률군 특유의 오케스트라&코러스 만빵인 노래도 있긴 하다. 헌데, 그 노래들은 < The Concert>와 두 곡뿐이다. 이 노래들은 률군의 노래사(史)를 담은 노래들이다. 웅장한 코러스와 오케스트라 반주는 률군이 음악에 가진 애정을 보여주는 효과적 역할을 해낸다. 이런 영악한 앨범을 보았나. (네, 률빠 맞다니까욧! ㅡㅡ;)
지난 1~4집까지의 앨범과 그다지 달라보이지 않는 률군의 5집 에 대해 쓸데없이 오버하며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담백하게 가사로 이야기하는 노래는 가사로, 오케스트라와 코러스 웅장한 노래는 노래쟁이의 애정으로 봐달라고, 률빠로서 부탁하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