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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리마에서의 첫 걸음

이강섭 |2008.02.02 02:38
조회 84 |추천 0

'산 넘고 물 건너' 남미여행 (07.12.17~08.1.10)

 

12/18 : 리마에서의 첫 걸음

 

 

[5:30am]

 

페루 리마공항 터미널. 여기 시간으로 어젯밤 자정 무렵 도착했다.

오는 내내 기내가 너무 어두워 싫었는데, 그나마 밖으로 나오니

괜찮았다. 말로만 듣던 남미, 페루에 첫 발을 내딛은 오늘이다.

 

당초 우리는 리마 공항의 규모가 작고, 출구엔 '삐끼'들이 진을

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다소 걱정한 것이 사실이나

생각보다 분위기가 괜찮다. 주변에 보이는 사람들 모습만 봐서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아직까진 OK. 귀에는 온통 스페인어만

들린다. 모르겠다. 어쨌든 영어는 아니다. -_-; 페루 사람들은

생김새만 봐선 남미가 아니라 중동, 중앙아시아 같아 보인다. 여튼

걱정한 것보다 깔끔하고 잘 정돈된 공항에 만족이다. 문득 생각이

드는 건 나라의 국제공항은 세련되게 잘 지어야 한다는 점이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공항의 모습이 곧 그 나라의 첫 인상이 되기

때문이다. 아직 페루의 거리를 나가보지 않았지만 페루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좋은 편이다.

 

다행히 기내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분의 도움으로 여러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우리는 꾸스꼬까지 버스를 타고

가려 하는데 자꾸 비행기를 타라고 꼬신 점만 빼고는...ㅋㅋ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올 때는 출구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 모습에

꽤 놀랐다. 1층은 물론 2층 복도에까지 사람들이 올라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1명의 친구를 맞으러 동네 가족이 다 나온건가..;;

나는 혹시 우리가 타고 온 비행기에 연예인이 타고 있나 싶었다.

모든 것이 신기해보이는 페루의 첫 모습 중 하나였다.

 

새벽, 허기를 달래려 피자를 사 먹은 우리는 카드게임 등을 즐기며

밤을 지새웠다. 어느새 시간은 오전 6시 남짓. 이제 꾸스꼬행

티켓을 끊은 뒤 20여 시간의 '지옥의 버스투어'를 경험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아, 그 전에 페루의 수도 리마를 둘러보는 것도

오늘의 중요한 일. 여행만 오면 피곤한 몸도 체력만땅, 두 눈이

총총해 지는 것 같다.

 

 

[2:30pm]

 

공항을 나오니 리마의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자욱한 안개 속에

흐린 하늘이었다. 꾸스꼬행 버스티켓을 사러 터미널을 가야했던

우리는 공항 출구에서부터 달라붙던 택시기사들과 흥정을 하고

결국 센트럴 리마에 도착했다.

 

옛날 도요타 코롤라 모델의 택시를 타고 리마를 달렸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리마의 모습은 어제의 그것과 사뭇 달랐다. 사실

택시는 타는 순간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다. 낡아서 녹슬고

시끄러운 소음을 내는 택시는 달릴 때마다 시꺼먼 매연을 토했다.

공항을 지나 시내로 들어서자 마치 예전에 갔던 인도에 다시 온

느낌이었다. 오래된 건물들이 줄지어 붙어있는 가운데 거리에는

출근시간을 맞아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쉽게 노점상을

발견할 수 있고 도로엔 차들이 어지럽게 엉켜 있었다. 교통 신호에

의지하기보다 각자 알아서 운전하는 교통문화. 때문에 2차선

도로에는 차 3대가 지나가고 여기저기서 경적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무단횡단이 매우 자연스러웠으며 택시, 버스에

타려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어도

우리나라 7,80년대 수준과 비슷한 것 같았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나라 자동차가 꽤 많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티코 택시. 엄청난 수의 티코가 거리를 누비고 있는데

그 중에 멀쩡한 차는 별로 없다. 범퍼가 달랑달랑하거나 헤드라이트

깨진 차, 곳곳이 찌그러져 겉면이 울퉁불퉁한 차, 앞 유리가 금이 간

차 등등 티코 뿐 아니라 여기 차 대부분이 폐차 직전의 차들 같았다.

자연히 멀쩡한 차들은 눈에 확 들어올 수밖에 없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차의 모습이 여기서는 완전한 부의 상징처럼 보였다.

 

또 여기 있는 한국차 대부분이 아주 예전에 출시된 차들이다.

현대에서 만든 프레스토, 스텔라, 그레이스, 뉴소나타(소나타2

이전 모델), 엑셀, 엑센트, 포터 등이 보였다. 대우에서 만든 것

중에는 티코, 르망, 레이서, 씨에로, 다마스 등. 기아차는 베스타,

프라이드를 비롯해 드물게나마 소렌토, 옵티마 등이 발견됐다.

꼭 한국차만 그런게 아니라 여기 다니는 차들 모두 해외에서

오래된 차들을 들여와 사용하는 것 같았다. '과연 저게 굴러갈까'

싶은 차들이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으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리마의 모습은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리마가 어떤 도시인가.

그래도 명색이 페루의 수도 아닌가. 스페인의 남아메리카 정복

시절엔 이 일대의 수도 역할을 하던 곳이다. 그런데 도심의 모습은

그런 기대치를 밑돌았다. 도로는 물론 인도 곳곳이 훼손돼 온통

울퉁불퉁 천지고 기본적인 사회 인프라가 많이 부족해 보였다.

거리의 위생과 치안도 많이 부족한 듯 했다. 도시 중간엔 유명한

박물관이나 성당 등이 보였지만 그 외엔 허름한 시멘트 건물들만

늘어서 있고 다소 촌스러운 원색의 페인트칠이 건물을 꾸미고

있었다. 하지만 남미 전체적인 경제사정 등을 고려하면 이 정도도

양호한 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말로만 듣던 모습을 눈으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어쨌든 여행은 여행이고 먹어야 사는 법. 우리는 터미널에서

걷기를 시작해 어느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었다. 생양파의 매운

내음과 생소한 소스 맛에 힘들었지만 상큼한 생선요리와 더불어

짭잘하게 조리된 밥을 곁들여 맛있게 먹었다. 이후 꾸스꼬 가는

길에 먹을 간식과 물 등을 사고 은행에서 환전을 했다. 거리를

돌아다닐 때마다 매연과 먼지가 무척 심해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다. 그 와중에 조깅을 하는 사람이 보여 놀라울 따름이었다.

우리는 미리 준비해 간 마스크를 하나씩 꺼내야만 했다.

 

이제 오후 3시. 앞으로 거의 하루 종일 버스를 탄 채 꾸스꼬로

이동한다. 마냥 팔팔할 줄로 믿었던 우리 일행 셋은 오늘

오전부터 틈만 나면 '입신의 경지'에 들어가는 위기체 처해있는

상황. 일단 버스에서 최대한 편하게 간 뒤 꾸스꼬에 도착하면

푹 쉬기로 했다.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해야 이후의 일정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산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초반에

충분한 휴식과 수분섭취가 중요. 무조건 살아서 돌아가야한다..-_-;

 

일단 오늘 간단히 현지상황에 적응하였으니 내일부턴 제대로

부딪혀 봐야겠다. 버스 타기 전, 화장실부터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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