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퍼 리브가 파란색 쫄쫄이 스판 유니폼위에 빨간 팬티와 망토를 입고 하늘을 휘저으며 날아다니던 슈퍼맨 시리즈를 기억하시는가? 지구인들의 영원한 친구~정의의 상징~이라는 이면에 미국 우월주의의 상징이라 불리던 슈퍼맨을 말이다. 어렸을적 누구나 한번쯤은 빰빠바~~빰 빠라라빠~~라며 익숙한 슈퍼맨의 주제곡을 흥얼대며 보자기 하나 목에 질끈 동여매고 나는 슈퍼맨이다~~라는 놀이를 해봤을 정도로 너무나 대중적인 영웅 캐릭터를 말아톤과 좋지 하니한가를 연출했던 정윤철 감독이 스크린으로 다시 불러 들였다.

하지만 이번에 돌아온 슈퍼맨은 브라이언 싱어가 다시금 스크린에 부활시키면서 멋지게 돌아온 슈퍼맨역의 브랜든 리우스가 보여줬던 멋진 쫄쫄이 스판 복장도 없이 우리 주변에서 너무도 흔히 볼수 있는 40대 초반의 덥수룩한 아저씨의 모습이란게 참 독특하다. 그래서 제목도 슈퍼맨이었던 사나이가 아니겠는가? 한때는 하늘을 누비며 렉스 루터의 음모에 맞서서 끊어지는 다리대신 열차를 몸으로 받아내거나 경기장으로 추락하는 보잉기를 몸으로 받아내고 거대한 호수를 얼려 그 얼음조각으로 화재를 진압해주던 슈퍼맨이었던 그는 악당의 음모에 빠져 머리에 클립토나이트가 박혀 초능력을 모두 잃어버렸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참 신선한 소재다. 과대망상이던 정말 슈퍼맨이었던 간에 자신이 슈퍼맨이라 우기는 한남자와 그 남자 주변을 둘러싼 에피소드들은 잘만 버무려 놓으면 아주 훌륭한 이야기로 만들어질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영화는 밋밋한 캐릭터들과 후반부로 갈수록 더해지는 주입식 교훈주기의 설정으로 인해 훌륭한 소재를 날려버린다.
이름없는 한 프로덕션에서 3년째 휴먼다큐를 찍고 있는 송수정PD(전지현분)는 홀현히 사표를 던지고 아프리카로 떠날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자 한다. 자신이 슈퍼맨이라며 남들을 도와주는 괴벽을 가진 사나이를 취재해 보자는 권유도 뿌리치고 거짓 동정심과 인간에 대한 실증을 느꼈다며 차라리 아프리카에서 사자나 찍어야 겠다며 밀린 월급대신 카메라를 어께에 둘러매고서 말이다. 그러나 먼저 아프리카에 가 있던 촬영팀이 인공적인 설정을 하며 사자를 찍다가 그만 물려버려 촬영이 취소되어 버렸다는 소식에 송수정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낙심하여 그만 지하철 벤치에서 잠든 송수정은 부스스하게 잠에서 깨어나지만 자신의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카메라 가방을 도둑맞은 것을 알아채고 범인의 뒤를 쫒아간다. 범인의 뒤를 쫒던 송수정이 트럭이 치일뻔한 순간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한 사나이가 그녀를 구해주고 수정의 카메라까지 찾아준다.

그가 바로 자신의 머리에 든 크립토나이트때문에 초능력을 잃어버린 자칭 슈퍼맨이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수정은 그에 대한 호기심에 촬영을 시작하게 되고 그의 머릿속에 정말로 무언가가 박혀있다는것을 알게 되면서 집중취재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과거를 마침내 알게되고 그를 이해하게 된다.
대략 이런 내용 전개를 보이는 이 영화는 개인의 작은 힘으로 세상을 변화 시킬수 있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여러차례 설파하려 한다. 바로 그 점이 이 영화의 최대 마이너스 요인이다. "커다란 철문을 여는것은 힘이 아니라 작은 열쇠" 라는 말로 그 점을 강조해가면서 말이다. 지하철 계단 오르는 할머니의 짐 들어주기, 초등학교 앞에 나타나는 바바리맨 혼내주기, 뺑소니 당하는 사람 들쳐매고 대로를 달리기, 버스 정지선 지키게 하기, 쓰레기 무단투기자 적발하기 등등으로 세상이 변할수 있을 것이라며 영화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허비한다. 때문에 정작 중요하게 다뤄야할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송수정이 슈퍼맨이라 우기는 이 남자에게 서서히 동화되어 다시 인간에 대한 신뢰를 찾는 과정을 소흘히 해 버린다.

영화는 내내 슈퍼맨이라며 괴벽을 일삼는 남자의 원맨쇼로 흘러간다. 전작인 좋지 아니한가에서 다양한 가족의 캐릭터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던 정윤철 감독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연출을 한 걸까?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평면적인 캐릭터들만 보일뿐이다. 약봉지를 통해 슈퍼맨의 진실을 알게 되는 수정이 이 남자에게 급호감으로 돌아서게 된다는 설정이나 느닷없이 등장하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코드는 의아함을 넘어 당혹스럽기 까지 하다. 물론 송수정의 에피소드들이 편집을 통해 잘려나가 버렸다고는 하지만 급변하는 감정코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황정민이 왜 그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후반부에 그저 눈물 흘리는 전지현의 얼굴을 오버랩 시킨다고 해서 관객들이 수정의 심리 변화에 동의 할꺼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영화에는 단 한명의 이야기만이 존재한다는 점에 있다. 물론 영화 제목을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로 내 걸었으니 그 사나이의 이야기에 집중하는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그 한사람의 이야기 만으로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대해 완벽하게 설명해낼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러나 이 영화의 어디에도 그 주변의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아니 더 정확히 말 하자면 주변의 이야기들은 나오려다 만다. 한 명의 이야기만 집중하려면 그 한명의 이야기가 미칠듯이 재밌거나 슬프기라도 해야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는 거다. 그 때문에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초반을 제외하면 영화 내내 지루함을 느낄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황정민의 광인(?) 연기 - 물론 훌륭했다. - 도 그 지루함을 덜어 내지는 못한다. 말아톤에서는 초원의 원맨쇼에 의지하기는 하지만 그 밖의 다른 인물들 - 지체아를 둔 엄마의 아픈 마음, 지체아 형을 둔 동생의 마음, 지체아를 가르치는 예전에 잘나갔던 육상 코치 등등 - 의 이야기도 스크린으로 끌어 냈던 감독의 연출력은 어디론가 가버렸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단지 두시간 남짓되는 러닝타임동안 관객들은 황정민의 원맨쇼와 그 주변을 지켜보는 전지현만 보게 될 뿐이다, 바로 이점이 지루한 이야기의 핵심 원인이다.
공익광고협의회에서 만든것 처럼 영화내내 자원봉사로 세상을 바꾸자!! 작은 힘이 세상을 바꾼다!! 며 설교 해도 좋다. 재미있게만 만든다면 말이다. 허나 유감스럽게도 영화는 너무 지루하다. 심지어 영화의 하이라이트며 감정의 폭발점인 가스 폭발 사고 씬에서도 하품이 나왔다면 뭔가 문제가 있지 않은가?
정말 지루했다. 미쳐버릴 정도로... 아무리 전지현이 화장기 없는 얼굴로 열연을 하고 황정민이 실감나는 연기를 했더라도 말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마음은 결코 배우만의 힘으로 열수 있는 것이 아니다. 관객의 마음을 여는 것은 작더라도 잘 구성된 이야기의 힘이다. 바로 이점을 이 영화를 연출한 정윤철 감독은 관객에게 주입식 교훈을 주려하기 이전에 먼저 자신이 알아야 하고 느껴야 할 것이다. "너나 잘하세요~~" 이말이 나오지 않게 말이다.
여담이지만... 각 포털 싸이트 영화 게시판의 평점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 영화를 통해 더 확실하게 느낄수 있었다. 과연 평점 알바가 존재 할 것인가? 이 의문이 이 영화보단 훨씬 재밌고 흥미진진하지 않는가? (확실히 평점 10점만점을 준 사람들의 90%는 이 영화에만 평점을 남겼으며 통상적인 근무시간이 지난 밤시간대에는 그러한 평점 10점짜리가 거의 없다라는 점이 더욱 평점 조작에 대한 의심을 가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