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2차대전에 미군으로 참전한 바가 있고
전쟁 도중 포로가 되어서
미국이 평화 수호의 이름으로
드레스덴에 폭격을 날리는 현장에서
직접 폭격을 목격함.
아군 적군 가리지 않는 무참한 살육의 광경을 보고 난 뒤에
보네거트는 성경 속의 폭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됨.
폭력 제제수단으로써의 폭력은
행사하지 않는 것보다
더욱 못한 일이라는 것임.
'제5 도살장'의 일부에는 소담과 고모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등장함.
기드온 성서 이르길,
"롯이 소알에 들어가자 대지 위로 해가 솟았다. 그때 주께서 손수 하늘에서 유황과 불을 소돔과 고모라에 비같이 퍼부으시어 그 도시들과 모든 들과 도시의 모든 주인과 땅에 돋아난 푸성귀까지 모조리 엎어 멸하셨다."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유황과 불을 잘 보시길.
결국 소돔과 고모라에 도덕적 훈계를 목적으로 떨어진 유황불은
미군이 드레스덴에 평화를 유지하겠답시고 뿌린 폭탄들과
무엇이 다르지?
여기에 드레스덴 폭격과의 동일성이
한가지 더 있음.
소돔과 고모라에 유황불이 떨어질 때
하느님은 "돌아보는 자는 천벌을 받을 지어다"라고 선고함.
이 때 아이를 안고 있는 한 여자가 불에 타서 없어지는
소돔과 고모라를 돌아보다가
소금기둥이 되어버림.
여자는 아이를 갖고 있었으므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있었을 것이 분명함.
살육 속의 비극에 공감한 댓가가
천벌을 받는 것이라니?
아무리 사악한 자들이고 타락한 자들이라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알거나
죽음의 비극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죽음이란
얼마나 고통스럽고 잔혹한 짓인가를 잘 알고 있음.
그리고 성경은 그 조심스런 공감을
소금기둥으로 무참히 짓밟음.
그래서 국교가 기독교인 미국은
드레스덴에 폭탄을 떨궜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피와 살점이 튀기고
그나마 온전한 신체는 시꺼멓게 익은
드레스덴, 포화의 잔재 속에서
커트 보네거트는
성경이 전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됨.
평화와 박애를 기초로 하는 성경의 기본 자세는
전혀 잘못된 게 아님.
그러나 그 어설픈 이야기 솜씨 때문에
얼떨결에 폭력을 끌어들이게 된 것일 뿐이라고.
복수와 폭력을 끌어들였고
반 기독교인들을 섬멸하겠다는
무시무시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 저변에는 기독교적 정신으로
이땅에 소수종교를 향한 박해를 거두고
평화를 뿌리내리겠다는 메시지가 있다.
그래서 커트 보네거트는
성경의 이야기를 새롭게 꾸미게 됨.
제5도살장에는 새롭게 쓰여진
성경의 내용 일부가 나와있음.
"예수는 아주 보잘 것 없는 지도자였다. 그가 이끄는 종교 역시 신도도 몇 없었고, 기적을 부린답시고 행한 일들은 사기극에 불과했다. 그러나 예수는 바른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 하고 다녔다. 그래서 세력이 있는 자들의 눈에 들게 되어버렸다. 그들은 예수를 잡아가서 십자가형에 처했다. 예수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이어서 그냥 끌려가고 말았다.
그때 하늘이 열리며 천둥번개가 쳤다. 하늘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지금부터 부랑자 예수를 '신'의 양아들로 삼겠으며 우주 창조자의 아들이 누릴 모든 권리와 특권을 주겠다. 지금부터 힘 없는 부랑자를 괴롭히는 자는, 누구든 무서운 벌로 다스리겠노라!"
약간의 냉소주의가 곁들긴 했어도
이야기 자체는 같다.
보잘 것 없어서 탄압받던 종교가
진정한 신의 종교가 된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에는 기독교가 탄압받던 종교라는 사실을
기독교의 비호에만 사용하지 않고
기독교와 다르다는 이유로 눈에 난 다른 소수종교 역시
차별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기독교가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지상의 빵과 현란한 춤동작 따위에 매료되기 쉬운
지독히도 평범한 사람들이 기독교를 믿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곡해의 가능성이 큰 성경은
범인들의 근시안적 해석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