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피빌 1층에 위치한 초보경마교실/ 황교희
경마공원에서 최고의 명당은 결승지점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그래서 1988년에 세워진 해피빌 관람대가 신식건물인 럭키빌 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 되곤 한다. 그 가운데 해피빌 1층에 위치한 ‘초보경마교실’은 결승지점을 선으로 그었을 때 가장 맞닿는 곳이다. 그 만큼 명당 중에 명당에 놓여있다는 뜻이다.
왜 그런 명당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초보경마교실’을 놓았을 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가득 메워진 그곳을 보니 한국마사회(이하 KRA)의 전략(?)이 숨어 있었음이 느낄 수 있었다.
‘초보’를 위한 ‘초보경마교실’
초보(初步): ‘걸어갈 때의 첫 걸음’ 또는 ‘학문이나 기술 따위를 익힐 때의 그 처음 단계나 수준’
말 그대로 ‘초보 경마교실’은 처음 경마를 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매 경주 발권이 시작하는 동시에 문을 열어 약 15분에서 20분 안팍으로 경마를 위한 준비단계를 설명해 준다. 실제로 고객편의 일반팀에서 PA로 일하고 있는 김은하(27)씨는 마권 구매표 작성 요령과 함께 경마공원 내에 있는 시설물 위치, 이용 등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강의를 듣고 있는 80여명의 초보 경마 팬들의 표정은 입시전략 설명회를 방불케 했다. 마권표를 직접 들고 들어와 설명에 맞춰 표시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커플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서로의 이해를 도우며 설명을 따라가고 있었다. 자리가 모자라 양 쪽 벽면과 뒤를 메운 고객들 역시 열기를 함께 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 초보 경마 팬들에게는 '초보경마교실'이 인식 전환에 큰 역할을 줄 수 있다/ 황교희
건전한 배팅은 부정적 이미지 전환의 시작
이와 달리 경마장 밖의 시선은 겨울바람만큼이나 차갑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경마(배팅)에 대한 인식이다. 해외경마와는 달리 국내경마는 ‘폐가 망신의 지름길’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경마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초보 경마교실’의 역할은 중요하다. 건전한 배팅은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 놓을 수 있는 초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단승식(1등)이나 연승식(3등 안에 들어올 경우 배당금 지급)을 초보 경마 팬들에게 추천하고 있었다.
구매표 작성이나 배팅의 이해가 쉬워 초보 경마 팬들에게는 안성맞춤이라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비록 이 둘은 배당률은 낮지만 그 만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초보 경마 팬들도 즐길 수 있다”며 5만원이나 10만원이 아닌 2천원, 5천원으로 눈높이를 낮춰 보거나 배당률이 20~30배가 아닌 1.5배나 2.0배 안팍에 있는 말을 선택한다면 건전하면서도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경마라는 것이다.
경마공원 방문한 사람들 가운데 100원으로도 배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충분히 건전한 배팅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강의가 끝난 뒤 간단한 퀴즈를 통해 기념품을 주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황교희
초보 경마 팬들의 마음을 열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보 경마교실’은 초보 경마 팬들의 마음을 허전하게 만든 점이 보였다. 초보를 위한 설명이었다고 하지만 그 전개는 빠르다는 느낌을 들게 했고 마권 구매표 작성 요령과 배팅 전광판을 보는 방법이 끝난 뒤에는 곧 바로 강의를 끝냈다.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한 초보 경마 팬들을 위한 질의문답의 시간이 필요성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실제로 조영욱(26. 대학생)씨는 “처음으로 경마공원을 찾아 초보 경마교실을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상세한 설명이 아니었다”면서 “형식적인 설명 보다는 좀 더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초보 경마교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무기명을 부탁한 한 여성은 “단승식이나 연승식에 관한 설명은 좋았지만 (그것이)끝나고 난 뒤 곧 바로 나가라는 식으로 말해서 불쾌했다”며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으로 진행되는 지금의 강의에 대해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기존의 고객들은 표를 끊고 정문에 들어 서는 것이 시작이다. 하지만 경마의 첫 걸음을 떼는 그들의 시작은 ‘초보 경마교실’을 통해서라고 할 수 있다. 건전한 배팅 문화와 즐거움을 주고 나아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큰 힘이 돼 줄 수 있는 그곳이기에, 초보 경마 팬들에게 좀 더 다가 갈 수 있고 지금 보다 더 세심할 필요가 있다.
2007. 12.30- KRA 명예홍보위원, 황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