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이란 시간 동안 그들에게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2년이란 시간이 짧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결코 긴 시간도 아니다. 손민한은 여전히 롯데의 에이스이며 조웅천(SK)은 여전히 50경기 이상 마운드를 지켰다. 이범호(한화)는 변함없이 20홈런 이상을 때려냈고 전준호는 1992년에도, 2005년에도, 그리고 2007년에도 두 자릿 수 도루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아마추어 선수에서 프로로 거듭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2005년 9월. 인천 문학구장에서는 제 6회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가 열렸다. 한국은 일본 선발투수로 나선 쓰지우치 다카노부(요미우리)에게 두 차례 무릎을 꿇어 준우승에 그쳤다. 하지만 당시 대표선수 18명 중 상당수는 현재 어엿한 프로 1군 선수로 자리를 굳혔다.
▲ 류현진-김광현-한기주…올림픽 예선 예비 엔트리 선발
결과만을 놓고 보자면 제 6회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의 결과는 실패였다. 첫 경기에서 대만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지만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일본 선발투수로 나선 쓰지우치에게 9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뽑지 못하고 0-2로 패했다.
대만과의 준결승전에서는 연장 접전 끝에 5-4로 이긴 뒤 다시 한 번 결승전에서 일본과 만났지만 또다시 승리는 일본과 쓰지우치의 몫이었다. 한국은 선발투수 한기주(KIA)가 9회 1아웃까지 2점으로 일본 타선을 막아 4-2 승리를 눈 앞에 뒀지만 한기주가 동점 홈런, 이어 나온 김광현(SK)이 끝내기 홈런을 허용해 일본에게 우승을 내줬다. 쓰지우치는 다시 한 번 완투하며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대회 기간동안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선수들은 대부분 프로 1군 선수들로 성장했다. 특히 투수의 경우에는 1군은 물론이고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선수들로 이미 자리 잡았다.
그 중 현재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단연 류현진(한화). 비록 당시에는 한기주와 김광현에 가려져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 대회에서 자신의 실력을 맘껏 뽐냈다. 대만과의 예선에서 1⅓이닝 동안 무안타에 탈삼진 3개를 뽑아내며 몸을 가볍게 풀었던 류현진은 대만과의 준결승에서 6이닝 동안 4피안타 10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역투해 한국이 결승에 진출하는데 수훈갑이 됐다.
대표팀 18명 중 유일하게 2학년이었던 김광현은 한국의 승패를 모두 책임졌다. 대만과의 예선 첫 경기에는 중간계투로 등판해 3⅔이닝 동안 피안타없이 6탈삼진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다음 날 일본과의 경기에는 선발투수로 등판해 6이닝 동안 3안타만을 내주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자신이 내보낸 주자를 후속투수가 홈으로 불러들이는 바람에 패전의 멍에를 썼다.
대만과의 준결승에서는 마무리로 나선 한기주가 동점을 허용하자 또다시 등장, 1⅓이닝을 탈삼진 2개 포함해 퍼펙트로 막아내며 승리투수가 됐다.
김광현은 결승전에서도 한기주가 2개의 아웃카운트만을 남겨놓고 동점홈런을 허용하자 등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본 타자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결국 김광현은 한국팀이 대회에서 거둔 2승 2패를 모두를 기록하게 됐다. 비록 마지막 패배의 쓴 맛을 보기는 했지만 김광현은 4경기에서 11⅔이닝 동안 12개의 탈삼진, 평균자책점 2.33로 호투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펼쳤다.
이 대회에서 가장 아쉬움을 남긴 선수는 한기주. KIA와 계약금 10억원에 계약을 맺고 이미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그는 쓰지우치와의 맞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다. 대만과의 준결승에서 구원등판해 아웃카운트 한 개도 잡지 못한 채 3피안타 2실점으로 부진했던 한기주는 결승에서 선발로 나와 줄곧 호투했지만 아웃카운트 2개를 남기고 4-4 동점을 허용해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프로에 데뷔한 후에도 자신의 이름을 팬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류현진은 데뷔 첫 해부터 MVP와 신인왕을 휩쓸었고, 한기주는 데뷔 초반 부진을 딛고 지난 해 마무리투수로 연착륙했다. 2007년 입단한 김광현은 데뷔 초 쓴 맛을 봤지만 시즌 후반기부터 살아난 뒤 한국시리즈와 코나미컵에서 맹활약하며 대반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3월 열리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예선 예비 엔트리에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 민병헌-김현수, 기대 이상의 활약…나승현은 아쉬움
류현진, 한기주, 김광현 뿐만 아니라 당시 멤버였던 다른 선수들도 프로에서 활약하고 있다. 투고타저 시대답게 특히 투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잠수함' 손영민(KIA)은 첫 시즌인 2006년 2경기 출장에 불과했지만 2007시즌에는 54경기 출장 3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하며 주축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반면 당시 투수 '빅3'로 주목받았던 나승현(롯데)은 첫 시즌 성적(51경기 3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3.48)에 비해 지난 해 부진한 성적(26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4.07)을 남겨 아쉬움을 남겼다. 당시 투수 엔트리 7명 가운데 아직 프로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선수는 김성훈(전 SK)과 양승진(한화) 뿐이다.
타자의 경우에는 하위타순이었거나 벤치멤버였던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들이 민병헌과 김현수(두산). 당시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던 민병헌은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8번타자, 일본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 7번 타자로 출장했다. 하지만 연일 매서운 타격을 선보인 덕분에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2번 타자로 활약했다. 민병헌은 2006시즌 대주자로 주로 활동한 후 지난 시즌에는 주전 자리를 꿰찼다.
당시 17명의 3학년 선수들 중 유일하게 프로에 지명되지 못했던 김현수 역시 반전 드라마를 이뤄냈다.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타격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프로 미지명 선수라는 아픔을 겪었던 김현수는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뒤 지난해 99경기 출장 타율 .273, 5홈런, 32타점의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당시 김현수의 성적은 2경기 출장에 4타수 1안타. 장준환(전 삼성)과 지명타자 자리를 나눠 맡았고 타순은 8번과 9번 타자이었다.
주전자리를 굳힌 민병헌과 김현수 외에 이재원(SK)과 손용석(롯데)도 자신의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이재원은 지난해 타율 .327의 맹타와 함께 좌완투수 킬러로 이름을 떨쳤고, 손용석 역시 많은 타석(79타석)은 아니었지만 .342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손용석의 경우에는 어깨수술로 인해 올시즌 출장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이들과 달리 대표팀 4경기 중 3경기에서 4번 타자를 쳤던 강정호(현대)의 경우에는 2006시즌 초반 당시 김재박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2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5번 타자로 출장했던 황선일(LG)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경우.
투수의 경우에는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란 사자성어가, 타자의 경우에는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떠오르는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 그 후 2년이다.
▲ 주요선수 당시 아시아 청소년 대회 성적
류현진(한화)- 3경기(1선발) 승패없음 8⅓이닝 5피안타 14탈삼진 1실점(비자책) 평균자책점 0.00
한기주(KIA)- 3경기(1선발) 승패없음 8⅔이닝 10피안타 5탈삼진 6자책 평균자책점 6.28
김광현(SK)- 4경기(1선발) 2승 2패 11⅔이닝 5피안타 12탈삼진 3자책 평균자책점 2.33
나승현(롯데)- 3경기 승패없음 4⅓이닝 2피안타 4탈삼진 1자책 평균자책점 2.09
김문호(롯데)- 15타수 6안타 타율 .400 3득점 도루 1
손용석(롯데)- 16타수 4안타 타율 .250 1타점 3득점
최주환(두산)- 17타수 6안타 타율 .353 1타점 2득점 도루 1
이재원(SK)- 12타수 4안타 타율 .333 1타점 1득점 도루 1
황선일(LG)- 12타수 3안타 타율 .250 2타점
강정호(현대)- 16타수 6안타 타율 .375 1득점
민병헌(두산)- 14타수 3안타 타율 .214 도루 2
김현수(두산)- 4타수 1안타 타율 .250
[2005년 청소년 대회 당시 라이벌로 주목받았던 일본 쓰지우치(왼쪽)와 한국 한기주(사진 위). 청소년 대회 당시 좌완 듀오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류현진과 김광현(사진 아래). 사진=대한야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