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uy~♥
너도 기억하겠지.
처음 만나던 날 이렇게 비가 온던 거.
비를 좋아하는냐는 내 물음에 너는 자꾸 고개를 내저었어.
비가 싫다고.. 눈은 좋은데, 비는 싫다고.
그래서 내가 그랬지.
"그럼 우리끼린 비를 눈이라고 부르죠, 뭐.
야, 눈 한번 시원하게 오네."
너는 그 싱거운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였고,
우린 그 때부터 비를 눈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지.
난.. 우리끼리 암호를 공유하게 된 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너한테 서둘러 전화를 하곤 했어.
"지금 밖에 눈 오는 거 알아요?
함박눈인데요? 펑펑 오는데요, 아주?"
옆에 있는 사람들이 날 미친 사람 보듯 해도
난 그순간이 그렇게 행복했어.
그 때 전화기 너머에서 깔깔거리던 너의 웃음소리..
난 지금까지 잊지 못하지.
눈이 온다. 주룩주룩 눈이 온다.
The Girl~♥
중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
앞머리를 내리면서부터
한참이나 비를 싫어했어.
넓은 이마를 가리려고 열심히 드라이를 해 봐도
비만 오믄 내 앞머리는 금새 제멋대로 꼬불거리곤 했으니까.
비를 싫어하지 않게 된 건 너를 만나면서부터였어.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이마가 넓어서 불만이라는 내 말에,
니가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튕기며 그랬거든.
"넌 이마가 제일 이뻐."
내 이마를 사랑해 주는 니가 있어서,
싫어하는 비를 눈이라고 불러 주는 니가 있어서,
난 더 이상 앞머리도 내리지 않았고 비도 싫지 않았어.
..눈이 오네.
너도 아직 가끔씩 비를 눈이라고 부르니?
한여름에 미친 사람처럼 눈이 온다고 중얼거리니?
보고 있니?
창 밖에 그리움 같은 눈이 오고 있는데..
아름다운 101가지 사랑이야기 (10. 나처럼, 너도, 그렇게 지내고 있을까?)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 / 이미나(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