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의 정치 세력화 움직임을 보고 해묵은 논쟁 한번 다시 꺼내 봅시다.
군 가산점.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도입니다.
우선 먼저 짚고 넘어갈게 군 가산점 문제로 왜 화를 내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예전, 군 가산점 제도가 폐지될 때 수많은 예비역이나 현역들이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그 의미를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폐지론자들이나 옹호론자들이나 그걸 단순히 공무원이라는 '직업' 을 가지는데 좀더 유리한 조건을 준다는 단. 순. 한. 경제적 의미로만 이해하고 취.직.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데
만약 그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 였다면 그렇게까지 미친듯이 화를 내지는 않았을 겁니다.
소위 가산점제도라는 건 단순히 취직을 쉽게 해준다거나 호봉을 좀 더쳐준다거나 하는 경제적인 의미만을 가지는게 아닙니다.
그건 자존심과 긍지의 문제이고 신뢰의 문제입니다.
가산점이 뭘 위한 가산점인지 한번 생각해 봅시다.
바로 공무원이라는 국가 공권력의 대행자를 뽑는 시험에 대한 가산점입니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한 겁니다.
사기업이 아닌 공무원이라는 점.
비록 말단이라고 하나 국민이 맡긴 국가권력을 작으나마 관리하는 사람을 뽑는 시험이라는 점 말입니다.
즉 군필자에게 주어지는 가산점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는 겁니다.
'당신은 국가가 요구하는 국민의 의무를 피하지 않고 성실히 수행한 사람입니다.
때문에 대한민국과 그 국민은 당신이 공권력의 대행자로서 국민이 정부에 위탁한 국가 권력의 관리를 믿고 맡겨도 좋을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그 신뢰의 정도만큼 좀더 공직에 접근하기 쉬운 위치를 허락합니다.'
바로 이겁니다.
국민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자에 대한 국가의 신뢰.
다른 국가들과 달리 전역자에 대한 사회적 예우나 인센티브가 전무한 대한민국에서 가산점 제도는 국가가 조국을 지키기 위하여 무기를 든 자들에게 보내는 신뢰와 감사를 표시하는 거의 유일한 표현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취직하기 어렵다고 칭얼거리는 몇몇 사람의 투정을 들어주기 위해서 대한민국은 이 유일한 존경과 신뢰의 표현을 없애버린 겁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수많은 전역자들과 현역 병사들이 광분하는 겁니다.
그건 단순히 제대 후에 취직이 그만큼 힘들어 졌다거나 2년 동안 허송했다거나 하는 간단하고 경제적인 문제도 아니고 여성계가 말하는 소위 평등의 문제도 아닙니다.
내가 조국을 사랑하는 만큼 조국 역시 나를 사랑하고 신뢰하고 있다고 믿어왔던 젊은이들에게 어느날 갑자기 대한민국은 너희들을 전혀 신뢰하고 있지도 않고 너희들이 그동안 조국을 위해 해온 일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사나 존경을 표할 가치도 없는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정부기관이 공식적으로 공언해 버린 겁니다.
어떻게 그들이 충격을 받지 않고 분노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정말로 사명감에 불타서 자원입대를 했던 아니면 소위 말하는 빽없고 돈 없어서 끌려왔던 군복을 걸친 순간 결과적으로 그들은 2년간 그들의 자유와 모든 인권 심지어 생물로서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 마저도 조국이란 이름 앞에 내놓은 사람들입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전쟁이 나면 죽을껄 뻔히 알면서도 돌격 구령에 따라 기관총 탄이 빗발치는 참호 밖으로 뛰어나가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생명을 담보로한 너희들의 충성보다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몇몇 사람들의 취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공식적으로 공언하고나서 그들이 분노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솔직히 너무 뻔뻔한 생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한 해에도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입대하고 전역합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다 장래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생각이라서 가산점 폐지에 그렇게 분노하겠습니까?
이제 예비군은 물론이고 민방위까지 끝난 40대 가장들이 잘다니던 직장 때려치우고 올해부터 공무원 시험 칠 생각이라서 그렇게 욕을 하겠습니까?
공원에서 햇볕을 쪼이시는 할아버지들이, 평생 군대라고는 처녀시절 애인 면회갈 때 빼고 근처에도 가본적이 없는 아주머니들이 이건 아니라고 고개를 흔드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우리의 조국이,우리를 위해서 펜 대신 무기를 들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책을 펼칠 시기에 조국을 위해 군복을 입은 수많은 이 땅의 젊은이들을 배신했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배신이라는 말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니냐고 할 수 도 있습니다. 여성을 비롯해서 군에 가지 않은 사람들도 국민인데 그들의 권리도 생각해야만 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여성계에서 말하는 것 처럼 남녀 평등을 들먹일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여성에게도 공직에 취임할 수 있는 기회는 당연히 주어져야 하고 그를 위해서는 가산점이라는 제도는 꽤 높은 장벽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꼭 그렇게 모욕적인 방법으로 없애야만 하겠습니까?
만일 군 가산점이 여성들의 공직취임 기회에 그렇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면 전역자들에게 가산점을 빼앗을 것이 아니라 여성들 역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할 생각은 한 번도 안해봤습니까?
누가 말하는 것 처럼 여자들도 군대를 가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실 여성의 군입대는 여성들에게나 군에게나 그다지 매력적인 이야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여성계가 말하는 것 처럼 단순히 군 입대만이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정부가 인정하는 기관에서 2년간 봉사활동 경력을 쌓으면 남성들이 2년간 군 입대한 것과 같이 가산점을 부여한다던가 찾아보면 여성들 역시 사회에 봉사했음을 근거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겁니다.
진정 남녀의 평들을 원한다면 그런식으로 남녀 모두가 사회와 국가에 봉사함을 근거로 가산점을 함께 받을 수 있는 윈윈 전략도 얼마든지 가능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지식만이 아닌 인성을 갖춘 공무원을 뽑는데 좀더 적합한 방법이었을 겁니다.
만일 그렇게 했더라도 군 가산점이 폐지 될 당시
그 수많은 이 땅의 젊은이들이 그렇게 분노했을까요?
설혹 군 가산점을 폐지하더라도 대신 그들의 상처받은 명예와 자존심을 치유할 수 있는 작은 배려라도 있었다면 사태가 이에 이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비록 그게 단순한 종이조각이나 양철조각이라 할 지라도 대한민국 정부의 이름으로 된 감사장 하나라도 들려서 전역을 시킨다거나 감사 메달이라도 하나씩 걸어줬다면 전역자들이 느낀 배신감이 이정도로 크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가산점 제도를 폐지하면서 이 땅의 수많은 장병들이 느낄 허탈감과 박탈감을 치유할 어떠한 노력도, 시도조차도 하지않았습니다. 아니 아예 생각조차 하지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건 배신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대한민국에게, 내 사랑하는 조국에게 진정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청원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꼭 가산점제도를 부활 시키지 않아도 좋습니다.
단지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내일도 새로이 군복을 입어야 할 수많은 우리의 동생 조카 아들들이 자신들이 돈없고 빽없어서 끌려온 무장 노예병들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조국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든 자랑스런 전사들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들이 긍지와 명예를 가지고 당신을 위해 제복을 입고 무기를 들 수 있도록 작은 관심이라도 보여 주십시오.
그들에게 조국이 결코 그들을 잊지 않았음을, 대한민국이 그들의 충성과 희생을 하찮다 생각하고 있지않음을, 우리들이 그들을 존경하고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비록 그게 경제적으로 하등 가치없는 단지 허례뿐인 작은 제도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최소한의 제도라도 만들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