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사건도 있고 해서 솔직히 태어나서 한번도 들어가보지 않은 문화재청 홈페이지를 들어가봤습니다. 그런데 마침 문화재청장께서 쓰신 글이 올라와 있더군요. 내용은 대충 스스로 사직서를 이명박 대통령께 제출했다는 내용이고, 숭례문에 대한 큰 책임을 피해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는 식으로 써져있네요. 자세한 내용은 밑에..
국민 여러분께 엎드려 사죄드립니다.
ㅡ 문화재청장 직을 사직하면서 ㅡ
저는 오늘 숭례문 화재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문화재청장직을 사임하고자 대통령께 사직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숭례문 화재의 발생과 진화 과정에 있었던 책임소재와 문제점은 앞으로 명확히 규명되어 이후 이와 유사한 문화재 재앙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게 되겠지만, 온 국민을 참담한 심정으로 몰아넣은 국보 제 1호 숭례문의 소실에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그 책임은 당연히 문화재청장에게 있다는 생각에서 사직코자 한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엎드려 사죄드립니다.”
숭례문의 문루는 그렇게 소실되었지만 이를 다시 복원하여 옛날처럼 아름답고 장엄하게 복원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임무입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우리 시대의 문화능력을 총동원하여 오늘의 슬픔과 아픔을 극복하여야 합니다. 문화재청장을 사직한다고 제가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도, 또 제가 이 재앙에 대한 수습을 방기할 뜻은 전혀 아닙니다. 저는 이미 숭례문의 복원을 위하여 두 가지 조치를 하였습니다.
오늘 오후 2시에는 문화재위원회 건축 및 사적분과 합동회의를 소집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문화재 관계 최고 전문가 집단인 이 위원회에서는 앞으로 바람직한 복원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습니다.
아울러 저는 오늘 오세훈 서울시장과 숭례문의 성벽 석축 복원 문제를 협의하였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숭례문 양측의 성벽을 잘라내어 성곽의 문루가 지닌 당당한 모습을 잃어버린 채 외로운 섬처럼 고립되었던 것을 이번에 다시 살려내어 숭례문에 양 날개의 성벽을 달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원래보다 약 1.5미터 올라와 있는 지표를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일도 논의하였습니다. 오세훈 시장과 저는 이를 위하여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빠른 시일 내에 실무자 회의를 갖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3년 6개월간 수행했던 문화재청장 직을 물러나면서 “떠나는 자의 사심 없는 변”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이 자리를 빌어 이번 숭례문 화재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 대하여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숭례문 화재사건의 발생과 진화 과정의 문제점, 사전 예방 시스템의 미비점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소상히 규명될 것으로 믿으며 저는 보다 더 본질적이고 높은 차원의 문화재 행정 시스템의 보완 문제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숭례문 화재사건으로 많은 분들이 새삼 알게 된 사실입니다마는, 숭례문의 일차 관리 책임기관이 서울시 중구청에 있다는 현행 제도는 반드시 고쳐져야 합니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 시행 이후 당해 문화재는 해당 기초자치단체가 관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234개 지방자치단체 중 문화재과를 갖고 있는 곳은 불과 몇 곳에 불과합니다. 문화재청에서는 경복궁을 비롯한 조선시대 5대 궁궐과 조선시대 왕릉만을 직접 관리하고 있을 뿐입니다.
지방분권은 이 시대 행정의 추세인 것임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많은 인허가권을 대폭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것은 옳은 방향입니다. 그러나 지방으로 권한을 이양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감당하기 힘든 부분은 반대로 중앙정부가 떠맡아 주는 것이 지방분권의 뜻에 맞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문화재 행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재청은 반드시 ‘권역별 지방청’을 설립하여 일관된 문화재 관리체계를 갖추도록 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1만 건(3천 여 국가문화재와 약 7천 여 지방문화재)이 넘는 문화재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어 근본적으로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 장치가 될 것입니다.
저는 지금 숭례문 화재 사건에서 돌이킬 수 없는 책임을 느껴 문화재청장 직을 떠납니다마는 지난 3년 6개월간 문화재청장 직을 수행하면서 정말로 최선을 다해, 소신껏 일했습니다. 때로는 물의를 빚기도 했고,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제가 열정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이고 혁신적으로 문화재행정을 이끌어갔다는 점에서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나의 영원한 보람일 것이라는 생각도 했는데 이제 저는 청장 재직 시절에 국보 제1호 숭례문을 소실시켰다는 불명예, 어쩌면 죽은 후에도 지울 수 없는 아픔을 안고 떠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원래의 자리인 교수로 복귀하게 될 예정이었습니다. 저는 청장직을 마무리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문화재청을 위하여, 그리고 국가를 위하여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금년 7월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심사를 받게 될 <남해안 공룡발자국>과 <조선시대 왕릉>의 원만한 통과를 위하여 마쯔우라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프란체스코 반달린 유네스코 세계유산 연구소장과의 면담을 어렵게 성사시켜 유럽에 출장 갔었습니다.
그러나 숭례문 화재 소식을 보고받고 곧바로 귀국하는 바람에 모처럼의 문화외교 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청장 자리를 떠나면 저는 가장 먼저 다시 파리의 유네스코로 이 분들을 찾아가 제가 청장 시절 못다한 몫을 다할 것입니다.
저는 이제 문화재청장 직을 떠납니다. 그러나 저의 인생은 언제나 우리의 문화유산과 함께 할 것입니다. 문화재청장이 되기 전에 그랬듯이 배낭 하나 짊어지고 문화유산이 있는 곳에 달려가 저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를 나누며, 낱낱 문화유산에 서린 뜻을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문화유산의 전도사로서 살아갈 것입니다.
그동안 저를 믿고 문화재 행정의 혁신에 동참해 주셨던 문화재청 동료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음으로 양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너무도 많은 분들께 제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숭례문 화재 소실로 온 국민에게 아픔과 슬픔을 드린 죄인으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리며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2008년 2월 12일
문화재청장 유 홍 준
정말 한심하고 안타까운 일이죠, 숭례문 사건. 이렇게 맘대로 퍼서 올려도 될까 싶지만, 혹시나 알지 못하실까봐 여기 올립니다. 다들 길다고 스크롤 내리지 마시고 끝까지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