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미스테리 스릴러( 판타지는 일단 빼자, 이유는 리뷰에...)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은 개인적으로 완소해하는 영화 '판의 미로'의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라 하여 무척 기대가 컸던 작품이었다. 과장된 문구지만 나름대로 자신만만하게 '고품격 미스테리 스릴러(?)를 표방하는데다 기괴한 가면을 쓴 아이의 스틸컷을 보고 나서 그 기대는 더욱더 부풀었다.그런데 왠일! 극장에 앉아 영화의 팜플렛을 자세히 살펴보고서야 길예르모는 제작자였고, 정작 감독은 이름모를 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런데다 데뷔작이라니...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다행히도 기대를 안한 만큼 기대이상의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벽지를 찢어내는 오프닝 크레딧은 무언가 이면에 감추어진 비밀에 관한 영화라는 암시를 주고, 벽지를 뜯어내는 손이 아이들의 것인것으로 보아 아이들과 관련된 영화라는 추측을 가능케한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영화 시작장면에서 카메라가 훑듯이 보여준 주인공의 집의 벽지가 바로 그 오프닝 크레딧의 그 벽지인 것으로 보아 비밀이 감추어진 곳은 바로 이 집이다! 라고 말하는 듯한 기막힌 시작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고(중간에 등장한 기묘한 분위기의 심령술사는 바로 찰리 채플린의 딸이라고한다.호오...) 시각적인 자극에 의존하기보다 보일듯 말듯한 화면에 소리를 강조해 훨씬 더 오감을 자극하는 공포를 보여준다.(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극장용이다. 사운드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놀라움도 반감될듯)거기에다 괜히 좋은 그 언어! 나에게 뛰어난 언어능력이 있다면 일본어 다음으로 배우고 싶은게 스페인어다.음악을 들을 때와는 조금 다른 템포와 높낮이이긴 하나 그 우아한 발음의 매력은 변함없이 좋았다. 참말이지 멋진 언어가 아닌가! 누군가 영화가 끝나고 숫자세는게 이상하던데 어느나라 말이냐고 했었는데... 잘 생각해보면 '우노 도스 트레스 콰트로 (하나 둘 셋 넷)' 우리 귀에 무척이나 낯익은 그룹 쿨의 노래 시작에 나오기도 한다. 우노 도스 트레스 콰트로! 어느 날 우연히 그사람 본순간~♬
흠흠... 각설하고,
나처럼 '판의 미로'를 기대한 사람이라면 예상외로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화를 만나게 될것이다. 그러나 면밀히 살펴보면 두 영화의 공통된 부분을 찾을 수가 있다.바로 이 영화가 '판의미로'와 같이 현실과 환상이의 경계가 모호하고 그 장르가 심리극인지 환타지인지를 의심케하는 구석이 있다는 점이다. 원작이 원체 그런지 이것이 길예르모 스타일인지 모르겠다. 무슨말인가 하면 예를들어 '반지의 제왕'이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주요 작품처럼 이공간이 곧 현실인, 판타지 그 자체인 작품들이있고, '해리포터시리즈'나 '나니아 연대기'처럼 현실과 이공간이 공존하여 이를 오가는 설정의 작품들이 있다. 이들 영화속의 신비로운 공간은 누구나가 인지하듯이 실제로 존재한다.이것이 보통 판타지 영화의 정석이다. 그러나 '판의 미로'에 나오는 환타지는 조금 의심스럽다. 오필리아가 잃어버린 지하세계의 공주이며 세가지 시험을 통과하면 다시 자기의 나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설정은 고통에 찬 현실을 어린아이적 상상력으로 극복 하려했던 오필리아의 정신세계가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모든 현실의 고통이 공주를 시험하기 위한 장치이며 그 시험을 이기고 자신의 세계로 돌아간다는 판타지적 해석도 배제할 수 는 없다.전자라면 몽상적 심리 스릴러, 후자라면 잔혹한 성인판타지쯤 될까? 개인적으로는 전자쪽에 한표를 던지는 바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오퍼나지의 유령들 또한 의심스럽다. 모든 심령현상이 아들을 잃은 로라의 자책감과 심리적 강박관념이 불러낸 환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극락도 살인사건에서 약에 중독된 마을 사람들이 극도의 혼란과 공포속에서 살인의 원인을 공통적으로 열녀의 저주라고 인지함과 동시에 열녀귀신을 보게되는 상황과 비슷하다.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귀신이 실제하냐 주인공의 환상이냐 그것이 문제라는 것! 어찌되었든 '판의 미로'가 스페인 내전이라는 잔혹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상당히 노골적으로 주인공이 환상이었다는 해석을 유도했던 반면 '오퍼나지'는 판타지 쪽을 보다 강조하려는 듯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놀람의 강도라던가 왠지 맥박을 떨어트릴듯한 싸늘한 공포며 긴장감이 '식스센스'를 닮았고, 집을 소재로 하는 공간적 배경과 연약한듯 강인한 여주인공이 극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디아더스'를 떠올리게도 한다.그러나 스릴과 서스펜스, 미스테리한 면에서는 뒤지지 않으나 반전이 머리를 띵하고 친순간 그 간결하게 정리되는 깔끔한 뒷마무리는 식스센스에 미치지 못하는듯 하다. 한번 본 것으론 이해가 잘 안되고 곱씹을수록 하나하나 알아가는 맛이 있어 오랫만에 정말 미스테리 다운 미스테리 영화를 본듯한 느낌이었다.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아하...그랬구나!' 라던가 "아니 그런데 잠깐..."을 연발했다.
<여기부터 100%스포일러>
어찌하다 보니 줄거리가 상세해져 버려서 여기서부터는 영화를 본 사람만 읽어주기 바래야겠다. 또한 영화를 본지 한참후에야 정리하게 되어서 앞뒤 순서가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이 점 역시 양해해주길...
주인공 로라는 장애아들을 돌보는 사업을 위해 가족과 함께 어릴적 자신이 입양되기전까지 지냈던 보호시설로 이사 온다. 그런데 그곳에 살게 되면서 아들 시몬은 집안에 친구들이 있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가 하면, 해변가에 산책을 나가서는 아무도 없는 동굴에서 친구를 만났다며 그 친구를 위해 조개껍질로 집을 안내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찾아온 한 노파. 자신을 베니그나라는 사회복지사라 소개한 그 노파는 시몬의 입양사실과 에이즈라는 병에 관해 들먹이고, 로라는 불쾌해하며 그녀를 돌려 보낸다. 그날 밤,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깬 로라는 그 소리의 발원지인 집앞 창고에서 숨어든 그 베니그나를 발견 하지만 그녀는 의문만 남긴채 도망쳐버린다.한편 아들 시몬은 보이지 않는 친구들에게 배운 놀이라며 로라와 함께 보물찾기를 하자고 하는데, 그 보물찾기 끝에 그들이 다다른 곳은 시몬의 비밀이 담겨진 서류가 든 서랍. 당황한 로라에게 시몬은 자신이 진짜 아들이 아니며 곧 죽게 된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들었다며 그 사실을 숨긴 로라에게 화를 낸다.
그리고 문제의 날, 사업에 관련된 것으로 여겨지는 가면 파티가 열린다. 준비에 바쁜 로라에게 시몬은 토마스의 집을 보러가자고 조르고 화가 난 로라는 시몬을 때리고 만다. 시몬을 방에 둔체 파티로 돌아가지만 이내 걱정되어 집으로 돌아온 로라는 복도에서 흉측한 가면을 쓴 아이를 만난다.시몬이 분장한 것이라 여긴 로라가 가면을 벗기려하고 한 순간 아이는 로라를 밀어 화장실에 가두어 버린다.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에서 빠져나온 로라가 시몬을 찾기 시작했지만 집안 어디에도 시몬은 없었다. 이끌리듯 바닷가 동굴로 뛰처나간 로라가 동굴에서 사라지는 아이의 모습을 보지만 아무리 수색해도 시몬의 시체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경찰을 통해 베니그나라는 사회복지사는 없다는 사실을 듣게되고,시몬을 납치한 것이 그녀가 아닐까 의심하지만 베니그나도 시몬도 찾지 못한채 시간이 흐른다.
6개월 후,여전히 로라는 시몬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로라는 차안에서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는 베니그나를 발견한다.다급히 차에서 내려 그녀를 부르는 순간 베니그나는 트럭에 치이고, 그 자리에서 죽고만다.유모차 안에는 누더기 인형만 있을 뿐 시몬의 흔척은 없었다. 또 다시 시몬의 행방을 찾기 위한 로라의 희망은 절망으로 변한다. 그런데 경찰을 통해 로라는 베니그나가 어린시절 그 시설에서 일하던 보모였고 그녀에게 흉측한 얼굴때문에 늘 가면을 쓰고 다니던 토마스라는 아들이 한명 있었는데, 로라가 시설을 떠난 직 후, 가면을 벗기려는 아이들의 장난때문에 토마스가 동굴에서 죽게된 사실을 알게된다. 사진속의 토마스의 가면은 시몬이 실종되던 날 시몬이라고 여긴 아이가 쓰고 있던 바로 그 가면이었고 로라는 그동안 집안에서 보이고 들렸던 모든 수상한 사건들과 시몬의 실종이 토마스와 관계된 것이라 확신하게 된다. 시몬을 되찾을 방법을 찾던 로라는 유명한 심령술사를 집으로 불러 강령회를 열게되는데, 심령술사는 집안에 고통받는 아이들의 원혼이 있다고 말한다. 귀신의 존재에 점점 확신을 가지는 로라와 달리 남편은 지쳐가기 시작한다.그러던 어느날 시몬을 찾게 해달라는 로라의 애원에 응답하듯 우연히 깨어진 창밑에서 로라는 상자를 발견한다.나란히 놓인 인형중 한 자리가 빠져있는 걸 본 로라는 시몬이 실종된후 방에서 발견된 인형을 그자리에 놓는다. 그러자 언젠가 시몬이 말했던 아이들의 보물찾기 놀이가 시작된다. 힌트를 찾아 헤맨 끝에 집앞 창고(언젠가 베니그나가 숨어들었던...)에서 로라는 아이들의 시체를 발견한다. 아마도 토마스가 죽자 베니그나가 아이들을 모두 죽여 그 창고에 숨기고,로라가 돌아오자 발각될 것이 두려워 사회복지사를 가장한채 집으로 찾아왔던 것이리라...
이제 퍼즐은 모두 맞춰졌다. 모든 사건이 아이들의 원혼 때문이라는 확신을 갖게된 로라! (이쯤되니 로라의 집착은 가히 광기에 가까워져 왠지 '그 여자가 무서워' 라는 티비 드라마 제목이 떠올랐다.)남편은 결국 그 집을 떠나기로 하고 로라는 이틀간 혼자 남기로 한다.남겨진 로라는 집안의 모습을 옛날처럼 돌려놓은채 아이들의 원혼과 정면으로 맞서고자한다.어린시절 모습을 재연하고 어릴적 함께 놀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놀이의 술래가 되어 놀이를 시작하자 하나둘 모습을 나타나는 아이들... 술래인 로라의 등을 때린 아이들을 좇아 들어간 곳은 공사도구가 남겨진 창고방.그곳에 숨겨진 문을 발견해 열고 들어가자 숨겨진 비밀의 계단이 나타난다. 그곳은 바로 토마스가 어릴적 숨어지내던 방이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로라는 잠들어있는 시몬을 발견하고 아이를 끌어안고 공포와 혼돈속에서 빠져나오려 애쓴다.점차 아이들의 발소리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비로소 공포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로라가 맞딱드린 것은 공포보다 잔혹한 현실이었다. 로라가 끌어않은 것은 담요였을 뿐이었고,비로소 바닥에 놓여진 시몬의 진짜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부서진 난간과 거기에서 떨어진 듯한 시몬의 시체를 본 순간 로라는 모든 사실을 깨닫게된다. 파티의 날, 시몬은 혼자 비밀의계단방에 들어갔고 시몬을 찾던 로라가 바깥문을 열었다가 공사자재를 실수로 넘어뜨린후 다시 세워놓자 시몬은 계단방에 갇혀버린것이었다. 로라가 벽에서 들었던 쿵쿵거리는 소리와 큰 파열음은 구원을 요청하던 시몬이 결국 난간에 부셔저 떨어진 소리였던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깊은 슬픔과 절망에 빠진 로라는 결국 약을 먹고 죽음을 선택한다. 그것은 아마도 시몬과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평면적으로 보여지는 오퍼나지의 줄거리이다.
그러나 이 평면적인 이야기를 전환하여 앞서 말한대로 이 모든 것들을 로라의 환상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자.
우선 로라는 어린시절 자신만 혼자 입양된 사실에 무의식중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여겨진다.그것은 아이를 입양하고 복지사업을 시작하고, 사업의 장소를 어린시절 보호시설로 결졍한것으로 추측가능하다. 또한 토마스의 이상한 행동은 낯선곳에 친구없이 지내던 아이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숨겨진 아이들의 흔적을 찾아내고(비밀 계단방에서 아이들의 이름과 모습을 알았을 것이다.) 그 아이들을 친구처럼 여겼다는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전에도 시몬은 인형인지 무엇인지 모르지만 사람이 아닌 친구를 의인화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가족의 대화를 통해 알수 있다.
병에 걸린사실과 입양 사실을 아이들이 알려주었다는 것은 엿들은 것에 대한 핑계로 지어낸 거짓말이었을 것이고, 감당하기 힘든 사실을 접하게 된 아이의 불안과 분노가 비뚤어진 형태로 나타나 파티의 날 로라를 화장실로 밀어버린것도 그 분노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로라가 집안에서 이상한 소리와 이상한 기운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은 토마스가 없어진 직후부터였다는 점도 이 가설에 주요 포인트이다. 영화의 후반부에 로라는 언제부터 먹었는지 알수없는 안정제로 추측되는 약을 계속 먹는데 아마도 그러한 약또한 로라의 환상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이 추측에서 설명되지 않는 점이 있다. 집앞에 놓여있던 조개껍질들과 로라가 마지막에 보물찾기를 통해 시몬의 흔적을 발견하는 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중 로라가 약을 먹는 모습이 떠오르며 퍼뜩 든 생각은 바로,
이 모든것이 로라의 심리적불안을 이용한 남편의 음모가 아니었을까 하는 점이다. 로라가 포기하지 않도록 시몬을 찾는 것을 적당히 도우면서도 로라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심리적으로 그녀를 압박하고,경찰 심리학자를 통해 미끼를 던지고, 심령술사를 고용해 로라의 환상을 더욱 부추기는 것이다.(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심령술사는 아이들의 영혼이 고통받고 있다고 했는데, 마지막에 로라가 본 아이들은 웃고 떠들고 있지 않았나, 이점은 이해가,,,-.-)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 그녀의 심리상태가 가장 고조되었을 시기에 적당한 힌트를 주고 그녀를 혼자 집에 혼자 남겨두고 떠남으로써 시몬을 발견한 그녀가 스스로 죽음에 이르도록 철저한 각본을 쓴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경찰심리학자라는 여자와 친밀한 모습을 보이는 점이 수상했고, 생각해보니 애잔하다고 생각했던 마지막 장면에서의 미소도 의심스럽다.너무 억지스러울 수 있지만 쓰다보니 왠지 더 의심스럽다-.-; 그런데 이 남편! 가장 미스테리한 점은 도대체 베니그나의 어디에다 마우스투마우스를 한것이냐는 점이다 ㅠㅠ
여기까지가 영화를 본 직후부터 내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든 오랫만의 흥미진진한 영화 '오퍼나지-비밀의 계단'에 관한 나의 감상과 추측이다. 순전히 주관적인 생각이니 말도안된다고 너무 질타는 마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