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28
세계 최대 산별노조의 건설 경험
노동자는 단결을 생명처럼 여기며 끊임없는 자본의 축적과 착취에 대항하여 단결하고 투쟁해 왔다. 기업차원의 단결이 산업과 지역차원의 단결로 발전했으며, 다시 산업을 뛰어넘는 단결과 결집으로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조직을 발전시켰다. 또한 이러한 노동자들의 단결 역사는 세계 곳곳에서 고유한 자기색깔을 가지면서도 타지역의 교훈을 찾으며 새로운 단결의 상을 창조해왔다. 2007년 산별노조 건설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 노동운동 대오에게 독일 노동조합, 특히 초산업적인 최대산별노조 ‘베르디’건설의 경험은 어떤 교훈을 줄것인가.

업종을 넘어, 대등한 위치에서, 대승적 관점에서
독일 최초의 노동조합은 숙련노동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중소기업 노동자가 중심이 되었던 노동조합은 직업별, 업종별, 지역일반노조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가 2차세계대전을 계기로 큰 변화를 맞이한다. 독일노동운동이 정파별로 분열되었기데 나치즘을 막지 못했다는 반성이 들면서 산업별 단일노조로 단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16개 산별노조의 연합체인 독일노총(DGB)을 중심으로 상대적 안정을 이루던 독일의 산별노조도 1970년대 경제위기를 맞으며 또 다시 변화를 모색하게 된다.
1978년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경찰노조(GDP)가 독일노총에 가입한 일이나 인쇄,종이노조가 예술노조와 통합을 이룬 일은 모두 노동운동에 새로운 의의를 부여해준다. 독일노총 산하 공공운수누조가 소속 경찰조합원들을 독립된 경찰노조로 이적시켜 줌으로써 독립되어 존재했던 경찰노조는 독일노총에 가입하게 되었다. 또한 인쇄, 종이노조와 예술노조도 더 큰 하나의 조직을 구성하기 위해 스스로를 포기하고 대등한 위치에서 통합을 시도했다. 이렇듯 단위본위주의를 뛰어넘는 노력들이 독일 노동조합의 더 큰 통합을 이룬 기초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특권’이 아닌 ‘업종을 넘어, 대등한 위치에서, 대승적 관점에서’라는 기치가 더 큰 단결과 통합을 이루는 기초가 됨을 보여준 것이다.
씨줄과 날줄의 결합 그러나 느슨한 결합
1990년 본격화된 독일 노동조합의 통합과정은 자연스러운 진화과정이기보다 자본의 축적과 착취라는 외부요구에 의한 결다느이 과정이었다. 1994년 16개의 산별노조로 구성된 독일노총이 980만여명의 노동자로 35%의 조직률을 보인 반면 1998년에는 33%로 낮아졌다. 이렇게 조직률이 낮아진 데에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주된 원인이 있다. 제조업을 줄이고 서비스업, 정보산업을 확대하는 등의 산업구조 변화는 새로운 노동자층을 형성하고 수많은 비정규직과 실업자를 양산한다. 또한 신자유주의정책으로 인한 자본의 이동은 동유럽과 중국 등 저임금 노동시장과의 경쟁을 유도하면서 노동조합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동구몰락, 독일통일, 유럽통합 등의 배경은 노동조합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킨다. 노동조합의 관료적이고 경직된 문화 또한 독일 노동조합의 새로운 탄생을 요구한다. 이런 의미에서 50년간 유지되었던 산별노조의 구성을 깨고 초산업적인 단일노조로 건설된 ‘베르디’는 독일노동조합의 새로운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이태리 오페라작곡가 베르디(Verdi)를 연상시키는 공공서비스노조 베르디(Ver.di : Vereinte Dienstleistungsgewerkschaft)는 2001년 3월 공공부문 민영화에 따른 대응으로 독일노총 산하 4개 노조와 독립된 독일사무직노조가 모여 결성되었다. 초기 노동조합의 전망논의는 전략 및 정책과 조직개편 두측의 논의로 이루어졌으나 점점 조직개편 논의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복수노조 건설이 허용되는 독일에서 조직대상이 동일한 조직들이 살아남으며,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길은 통합 뿐이다. 1980년대 말부터 독일사무직노조와 독일노총 산하 상업은행보험노조를 비롯한 공공서비스영역의 노동조합들은 지역차원의 공동목표를 설정하고 공동활동과 공동파업을 진행하며, 대표자들로 협력회의를 구성한다.
드디어 1996년 2월 상업은행보험노조의 제안응로 서비스업종의 통합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년 간의 통합논의를 거쳐 1999년 11월 각 노조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베르디 창립조직이 만들어지고 통합노조의 정책기초, 핵심상, 중심내용 등이 인준된다.
30개의 업종, 1000개의 직종을 포괄하는 베르디는 13개의 전문영역에 기반한 수직 구조와 110개의 지역에 기반한 수평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노선과 정책에 대한 논의가 부재하다느 평가를 받는 통합이기에 조직체계가 개별노조와 내부집단들 간의 조정과 합의를 중시하는 등 느슨한 체계를 이루고 있다. 이미 개별노조 간에 기존의 지역구획수, 임단협수준, 정책 등의 차이가 존재했기에 최대산별노조 임에도 불구하고 조직이 느슨할 수밖에 없다.
베르디의 경험에서 배운다
조직이 건설되고 통합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원칙은 기틍의 활발한 논의와 공동실천일 것이다. 기층에서부터 다양한 논의가 기반이 되어 정치적 일치성을 높이고, 투쟁 속에서 그 일치성을 몸으로 체현해야 통합이 대중 자신의 요구가 되는 것이다. 특히 연맹 간에 지역구획수, 상근역량, 조직활동의 상이 비슷하고, 개별보다 전체 노동자들의 요구가 더 절실한 코리아(Corea) 이남의 사회조건에서 우리 노동운동대오의 산별노조는 베르디보다 더 질적, 양적으로 건설될 수 있다. 그러나 연맹간, 개별노조 간에 ‘특권의식’을 포기하고 공동의 대의를 위해 복무하지 않는다면 이는 불가능하다. ‘업종을 넘어 대등한 위치에서,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과감히 희생 또는 포기할 줄 아는 자세에서’ 산별노조를 건설하지 않는다면 ‘우리식 베르디’는 일장춘몽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대산별노조 ‘베르디’이 교훈이다.
김수정
진보적 시사월간 COREA21 2005.8월호
* 출처 및 링크 : 21세기코리아연구소 http://21corea.org/paper/cnt.asp?gnum=&sep=3&num=774&gop=5
* 관련 사이트 :
- 독일 베르디 노조 http://www.verdi.de/

* 참고자료 :
- 독일의 '베르디'를 아시나요? http://21corea.org/paper/cnt.asp?gnum=&sep=3&num=774&gop=5
- 독일통합서비스노조(Verdi)의 태동과 쟁점 http://policy.kdlp.org/gnuboard4/bbs/board.php?bo_table=05_1&wr_id=723&page=3
- 독일 베르디노조 소개 PPT www.fes.or.kr/index_kor/kpub/kpub/verdi1-Groef.p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