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달아 터지는 '서브프라임 폭탄'… 가계·기업까지 '빨간불'
피해 1000억 달러… 4000억 달러… 1조 달러… 서브프라임 충격, 어디까지?
우량주택담보·신용카드·자동차 할부 대출까지 확산 조짐
"미국 집값 2년내 30% 하락" 전망… 손실 갈수록 커질 듯
작년 초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출발한 미국 금융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사태가 터진 지 1년이 넘었지만 부실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금융회사 부실 규모는 자고 나면 커지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G7(선진 7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손실이 40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예측이 나왔다. 이는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1460억 달러나 미 연방준비 제도이사회(FRB)가 예측한 1000억~1500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규모이다.
하지만 4000억 달러조차 너무 낙관적 예측이란 주장도 있다. FT 칼럼니스트인 볼프강 문차우(Munchau)는 "서브프라임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이번 금융 쇼크로 인한 전체 손실 규모는 1조 달러에 가깝다"고 추정했다. 주택시장 부진이 서브프라임 쇼크를 부른 데 이어 신용시장 경색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다시 전혀 새로운 분야들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예를 들어 프라임 모기지라든지, 신용카드 대출, 자동차 할부 대출,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분야로 쇼크가 전이될 조짐이고, 투자은행에 이어 AIG 등 보험사가 거액의 부실자산 상각(償却·키워드) 대열에 합류했다. 세입이 줄어든 미국 주정부들도 신용 등급 강등 위기에 처했다.
미 연준(FRB)이 금융회사의 대출 담당자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신용카드 대출 및 다른 소비자대출의 질(quality)이 떨어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와코비아은행은 작년 4분기 수익이 5100만달러로 전년 동기(23억 달러)의 45분의 1로 줄었는데, 이는 상업용 부동산 및 자동차 관련 대출의 손실이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문제들이 아직은 우려 수준이라면 모노라인(monoline·채권보증업체·키워드)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예전에 모노라인은 주로 미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권을 보증했으나, 최근 수년 사이에 금융회사의 각종 파생금융상품 보증업무에까지 손을 대면서 서브프라임 쇼크를 확대재생산하는 악역으로 등장했다.
서브프라임 문제에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미국 주택 경기이다. 그런데 최근 주택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높아져 우려를 더하고 있다.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Rosenberg) 이코노미스트는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2년 이내에 미국 집값이 25~30% 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S&P는 미국의 주택가격이 올해 13% 하락할 것이며, 2009년 초에도 하락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주택가격은 2006년 7월부터 2007년 말까지 1년 반 동안 이미 9.5% 하락했다.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질 경우 미국의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증시의 거품이 꺼지는 경우보다 휠씬 심각하다. 고용과 민간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2007년 4분기에 주택 건설이 전년 동기에 비해 24% 감소했는데, 이는 미국 GDP 성장률을 1.2%p 낮추는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가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면 경기 부진과 금융 부실이 서로를 확대재생산하며 악영향을 키우게 된다. 금융 부실이 커지면 대출 여력이 줄어든 금융회사들이 돈줄을 조이면서 기업이나 가계는 주름살이 깊어지고,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금융회사의 부실이 커진다. 서브프라임 쇼크로 기업들이 어떤 타격을 받는지 살펴보자. 예를 들어 미국 기업들이 M&A(인수·합병)할 때 인수 대상 기업 자산 등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는 LBO(Leveraged Buyout·차입매수거래)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결국 M&A를 통한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기업 부도에 따른 고용 감소와 신용 경색이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충격파가 크다고 해도 미국이 사전적 의미의 경기침체(recession)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많은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이다(사전적 의미의 경기 침체란 GDP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사후에 경기침체 여부를 공식 판정한다). 작년 4분기 미국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긴 했으나 여전히 0.6% 성장했으며, 수출과 고용 지표는 탄탄하다.
퍼스트트러스트어드바이저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브라이언 웨스베리(Wesbury)는 포천(Fortune)과의 인터뷰에서"FRB가 금리를 현재의 3% 혹은 그 이하로 유지할 경우 경기 침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 뒤에 닥칠 수 있다. 즉 FRB가 경기 부양에 온 신경을 쏟는 동안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09~2010년쯤이면 FRB가 금리를 공격적으로 높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경기 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MKM파트너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다르다(Darda)가 경고했다. 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