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기 앞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작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해외 축구팀
이다. 많은 한국인들은 조간 신문에서 맨유의 따끈따끈한 전날 경기 소식을
접하고, 그 기사에서 '박지성' 이라는 이름이 있나 없나 한번쯤 확인한다. 사
람들은 가슴팍에 AIG와 맨유 엠블럼이 박힌 맨유 트랙수트나 윈드브레이커
를 즐겨 입으며, 레플리카 또한 맨유 것이라면 항상 날개돋힌듯이 팔린다.
축구는 잘 몰라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등 맨유의 주요 선수들
의 이름이나 플레이 스타일은 알고 있으며, 퍼거슨 경 감독에 대해선 별다
른 아는 정보는 없더라도, 그가 딱 엄한 선생님 타입의 감독이라는 것을 알
고 있으며, 평소에는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 또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대해 호의적이고, 경기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굳이 그것에 대해 부인하면서, 축구에 대해 좀 아는 척 하지 않겠다. 나도 사실
1997년부터 축구를 접하면서 근 10년간 축구를 사랑한 팬이지만, 거기에 앞서
한국인임을 밝힌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이 맨유 같은 최고 명문 클럽
에서 뛰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맨유의 경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사실 유벤투스의 팬이지만, 최근에는 맨유 박지성 선수 레플리카를 잔뜩 구입
하곤 유벤투스를 외면하는 경향이 강해서, 이제는 나도 거기에 대해서 부정할
수가 없다.
확실히 맨유는 매력적인 구단임은 틀림없다. 정상급 플레이어들이 즐비하고,
맨유라는 클럽 자체가 역사가 화려하고 이야깃거리가 많기 때문에 굳이 우리
나라가 아니더라도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굉장하다. 물론 영국 맨체스터 도시
현지에서는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이 더 많다고 하지만 말이다. 맨유는 철저히
팬들을 위한 마케팅으로 사람들을 사로잡고, 그것은 곧 출중한 경기력으로 보
여준다. 그런데 이것이 예전부터 쭉 이어오던 맨유의 전통이었다. 세계 축구를
진두지휘했던 많은 영웅들 중 맨유 출신이 꽤나 많다는 것을 그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맨유 공화국인가
이렇게 축구 팬들에게 있어서 경외심의 대상이자 별들의 집합소 맨체스터 유
나이티드가, 대한민국에서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가장 손쉽게 정보를 구할 수 있는 클럽은 단연 맨유다.
현재 우리나라의 맨유 팬 구성도는 대략 이렇게 볼 수 있다. 박지성 선수가
맨유로 입단한 후부터 축구를 본 약 3년차 축구 팬, 축구는 관심이 없지만
박지성 선수가 좋아서, 그리고 맨유라는 구단에 매료되어서 마치 '유행처
럼' 그것을 받아들이는 팬, 마지막으로 예전부터 유럽 축구를 찾아보면서
맨유를 진정으로 응원했던 골수 팬이다. 이 세 가지로 구성되는 맨유 팬들
은 지금 하나로 뭉쳐서 서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형태를 띄고 있다.
예를 들자면, 박지성 선수가 입단한 후부터 본 축구 팬들이나 유행에 의해
서 맨유를 좋아하는 팬들은 간단히 박지성 선수의 경기력이나 소식을 체크
하고, 호날두, 루니 등 대표 선수들을 그 다음으로 알아보는 경향을 띈다.
여기서 더 깊이 진도를 나아가는 팬들은 호날두, 루니와 더불어 맨유 전체
선수단의 정보를 꿰뚫는다. 이렇게 표면적이거나 깊지만은 않은 정보력이
골수 팬과 차이를 만든다. 골수 팬들은 다르다. 맨유 선수단의 각 시즌별
포인트 기록을 꿰뚫고 있으며, 맨유의 역사에 굉장히 박식하다. 그리고
보비 찰튼 경과 재키 찰튼 형제의 애증적 관계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맨유 팬들은 이렇듯 한 울타리 안에서 각자의 터널로 들어가면서 길을
모색하고 있는데, 문제는 우리나라 전체가 너무 맨유라는 팀에 열광하
고 있는 기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 프리미어리그가 예전보
다 더 많은 대중적 사랑을 받으면서 전세계적으로 대세라고 해서, 프리
미어리그 소식이 언론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주로 맨유에게 그 관
심도가 집중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거의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
팀만큼, 쉽게 눈에 밟히는 것이 맨유 소식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포털 사이트들의 간판 뉴스에 맨유 소식은 홍수처럼
쏟아져나오고, 마치 맨유가 세계 축구에서 독재적으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특별한 존재 (Special One)' 인양 비춰지고 있다. 정말 축
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 유럽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축구팀밖에 없는 줄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맨유의 이야기는 축구 소식
코너의 다수를 점하고 있다. 06-07 챔피언스리그에서 맨유가 AS 로마
를 7-1로 대파한 소식은 대서특필되고, 그 대회에서 리버풀을 꺾고 우
승한 AC 밀란의 소식은 쥐꼬리만하다.
어쩔 수 없는 '맨유에게로의 스포트라이트'
이것은 분명 심각한 문제임은 틀림없다. 물론 맨유의 대중화로 인해서,
많은 한국인들이 유럽 축구에 귀기울이는 좋은 현상이 일어났지만, 결
과론적으로 너무 맨유 인기가 포화되어서 부작용을 안고 있다. 맨유가
이긴 경기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광적으로 열광하며, 언론은 마치 국
가대표 축구팀이 이긴 것처럼 선정적인 문구로 그들을 부추긴다. 맨유
와 대전하게될 상대 클럽은 필승해야할 적군으로 분류되고, 그 팀에게
패배하게 되면 다같이 분노한다.
하지만 왜 이렇게 일이 벌어졌는지 잘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할 수 있다.
내 개인적인 사례를 들어서 한번 풀어보겠다. 나는 최근에 지정희 선수
라는 여자 배구 스타 덕분에 여자 프로 배구에 맛을 들이게 되었고, 더
불어 자연스럽게 그녀의 소속팀인 대전 KT&G 아리엘즈를 좋아하게 되
었다. KT&G의 컬러가 들어가있는 주황색 응원용 저지도 서포터즈를 가
입하게 되면서 받게 되었고, 그것을 입고 열띤 응원을 펼친다. 그리고 K
T&G의 경기 결과를 항상 체크하며, 선수단의 에피소드까지 관심을 뻗
게 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KT&G 아리엘즈 구단 외에는 다른 여자 배구팀에는
관심이 잘 가지 않고, 배구를 보는 시각이 KT&G로 편중된다. KT&G의
리그 우승이 곧 나의 행복이 되는 것이고, 상대팀은 반드시 꺾어야할
적군으로 보인다. 이 현상은 곧 내가 배구에 대해 그렇게 관심을 가지
지 않는다는 증거이고, 이것이 곧 배구를 잘 모른다는 것과도 일맥상
통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구단 중 하나인 KT&G를 응원하
게 되는 것이고, 그 팀 위주로 시각이 바뀐 것이다.
그래도 그 누가 나에게 있어서 "왜 KT&G만 좋아하느냐" 고 반문할 수
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각자의 취향이기 때문이다. 나는 전체를 100
퍼센트로 쳤을 때, 아직까진 배구를 약 40퍼센트 정도 좋아하는 것 같
다. 블로킹, 디그, 속공, 서브 등 주요 용어를 조금씩 익히고 있고, 경기
보는 법 또한 차차 배우고 있기 때문에 지금 막 출발하는 배구 새내기
이고, 사실 축구보다는 덜 열광적으로 보는 것이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맨유를 좋아하는 팬들 중에는 대다수가 축구라는 스포츠
에 열광적으로 접하지 않는 사람들일 것이다. 단지 맨유라는 구단이 굉
장히 매력적이고, 그 팀에 박지성 선수라는 대한민국 국적의 플레이어
가 있기 때문에 맨유에게로 애정을 마구 퍼붓는 것일게다.
우리나라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2004 아테네 올림픽, 2006년 독
일 월드컵에서도 봤듯이, 세계적으로 권위적인 축구 대회 및 선수권 대
회에서는 모두 붉은 색 옷을 입고 거리에 나와 열띤 응원전을 펼친다.
하지만 이 대회들이 막을 내리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그 열기가
싹 사라진다. 그것은 곧 아무리 축구가 범세계적인 전인류의 스포츠
라고 해도, 축구라는 스포츠는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진 마니아층의 종
목이라는 방증이다. (국가대표 경기 제외)
그렇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축구를 깊이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그나
마 그 축구라는 스포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맨유라는 구단에 2002
월드컵 스타 박지성 선수가 입단했기 때문에, 관심이 그 쪽으로 많이 쏠
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간단히 정의해서 우리나라 대부분 국민들은 축
구라는 스포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것 자체가 자랑스러운 일임에는 틀
림없기 때문에, 그리고 그 팀 자체가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하고 전통적
인 명문 클럽이라서 그 두 요소가 절묘하게 맞물려 맨유 인기가 이뤄진
다는 것이다.
맨유 인기와 더불어 축구가 좀 더 대중적으로 변하는 효과가 일어나길
맨유에 대한 열광적인 인기는 그렇기 때문에 당연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축구 골수 팬들이 거기에 실망하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낸다고 해서 어떻
게 바뀔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자연스럽게 좋은 방향으로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언론매체들이 맨유 기사를 많이 쓰되, 이에 더불어서 다른 유럽 빅리그
축구 소식들을 잘 분배해서 그 뉴스를 읽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축구 소식에 대해서도 눈길을 주게끔 만들어야 하겠다. 프리미어리그
나 맨유를 제외한 타 리그나 타 명문 클럽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대중들을 그 쪽으로 잘 이끌어야 하겠다.
이렇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굳이 언론매체의 역할 하나만 지
정한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축구라는 스포츠만큼은 뉴스의 역할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스포츠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축구 소식에 의해서
국민들이 소식을 얻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고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론매체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을 향
해 일갈했던 어느 가수의 말처럼, '펜대' 로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
도 있다. 언론매체의 펜대가 결국 대한민국을 맨유 공화국으로 만드느
냐, 아니면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로 만드느냐 좌지우지한다.
또한 맨유 팬들은 자연스럽게 타 리그의 소식이나 정보들을 넓게 수용
하면서 포용할 줄 아는 행동을 선보여야할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
이게 되면, 프리미어리그보다 더 재미있는 유럽 축구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고, 맨유라는 축구팀 외에도 이보다 더 뛰어나고 인기가 많은 클
럽을 알 수 있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맨유만큼이나 폭발적인 지지도
를 얻고 있는 이탈리아 최고 명문 AC 밀란, 전세계인이 다 아는 세계 최
고의 부자 명문 구단 레알 마드리드 등, 지구에는 맨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클럽들이 존재한다. 어쩌면 앞서 언급한 구단들이 맨유보다 더 강
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일지도 모른다.
일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폭발적인 국민적 인기 덕분에 유럽 축구의
단면적인 부분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중요 관심사에 발을 한발짝 올려놓
은 상태다. 아니, 어쩌면 맨유라는 구단에 관심 집중도가 몰려서 그런지
몰라도, 표현을 제대로 하자면 엄지발가락 하나 정도를 올려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정도로 진보한 것은 분명 축구 팬들에게 있어서 좋은 현상
이다. 이제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언론매체의 올바른 기사 작성, 그리고
맨유 팬들의 포괄적인 시각이 유럽 축구를 더욱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