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슴푸레 어둠이 거치는 이른 아침
꽁꽁 얼었던 대지가 기지개를 켜는지 뿌연 안개를 피워 올리는 새벽공기를
큰 호흡으로 폐부깊이 빨았다 천천히 뱉어본다.
휴~우
찬 공기를 가르는 입김 또한 아직은 추워보이지만
어느새 가슴속은 새봄의 상쾌함이 온 몸에 알콜처럼 퍼진다.
멀리 보이는 산의 우윳빛 떡갈나무는 어느새 풍만한 젖가슴을 드러내고
병아리 같은 봄에 수유할 준비를 마쳤는지 만삭이다.
입춘이 지난지도 벌써 열흘이 훌쩍 지나 낼 모래면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이것만
가슴속에는 숭례문방화로, 꽁꽁 얼어붙은 실물경제로 춥기만 한데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 없는지
함박눈처럼 쏟아지는 햇볕은 아름답다기보다 황홀하기만하다.
옛날 같으면
정월한달, 이월한달 춘삼월이 되어야 농사일을 시작하곤 하였지만
요즘은 벌써 하우스의 고추모를 기르고 오이모를 기르기에 농부의 손은 쉴 시간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생활의 물적 풍요로움은 있을지 모르나
메말라 가는 정서는 가뭄의 논바닥 같이 된 것이 현실이 아니던가.
옛날 같으면 정월한달은 동네 어르신 친지 분들을 찾아뵙고 세배를 다니는 풍습에 바빴는데
근자에는 시골에서도 아예 세배문화는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그렇다고 그 시간만큼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 사람의 도리와 예절을 중시하는 삶이었다면
작금의 현실은 어떻한가?
돈의 노예가 되고 돈으로 사람의 가치가 결정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지를 않는가?
서글픈 현실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살지 않으면 낙오자가 된다거나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이 되기에 그릇됨을 알면서도 돈에 노예가 되고 시간의 굴레를
벗어버리지 못하는 비참한 현실이 아니던가.
하여 큰 마음 먹고 이번 구정에
상경하여 있는 몇몇 친구들이 모여 시골에 경노잔치를 하기로 하였다.
재정상 찬조를 받아서 충당하기로 하였지만 첫 행사인지라 많이 설레고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고향을 떠나 온지도 벌써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뀔 세월 30년이란 여백을
메울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자연과 벗을 하며 평생을 살아오신 시골에 계신 분들에게 단 하루만이라도
삶에 보람을 느끼게 해드렸으면 좋겠고 작은 정성이나마 적막한 세상에
따스한 기억의 온기로 남기를 희원하며
또 내가 잃어버렸던 동심의 그 아름다운 정서가
살아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다.
꽁꽁 얼어있던 저 산의 나목에서 뽀얀 봄기운이 피어나듯이
적막한 고향 노인정에 이 아침의 봄기운처럼
희망의 웃음꽃이 활짝 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