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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안녕-토이"Thank You"

한경순 |2008.03.01 00:11
조회 155 |추천 0


토이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사실, 복잡한 음악적 분석이 필요 없다. 그를 '음악 엘리트'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의 작법이 퓨전재즈와 클래식 감성에 밀착한다 할지라도 적어도 음악만큼은 어렵지가 않다. 여성의 감수성을 건드릴만한 깨끗한 선율, 예쁜 소품가게에 들어선 것 같은 아기자기한 감각, 웬만한 악기 구성과 코드워크는 간단하게 마무리하는 그 간결함은 (감정적인) 촌스러움에 깊게 호흡한다. 10년을 훌쩍 넘긴 긴 여정동안 이어온 그의 감성을 우리는 '토이 감성'이라고 부른다.

토이의 음악작가 유희열은 놓칠 수 없는 유지와 도전해야만 하는 변화 사이에서 힘겨운 줄다리기를 해야 했다. 그리고 통산 6집이 되는 신작에서 그는 이 중 하나를 과감히 버렸다. 소박함과 단순함의 미학, 한 시절 유행가를 향한 관록 있는 자의 '정면 돌파' 쯤으로 해석해두자. 1980년대의 뉴 웨이브, 신디사이저의 팔색조 연출이 빛나는 복고적 사운드 '뜨거운 안녕'이 그의 이런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었다.

결국은 사운드에 대한 고민이고 이것을 표면화시킨 것이 신보이다. 원더걸스의 'Tell me'가 그랬듯 가장 원초적인 즐거움을 자극하는 것, 시종 울리는 디스코적인 베이스 진행이 그가 늘 애정을 품어왔던 일렉트로니카 향연과 어우러져 아주 조금은 코믹함까지 갖췄다. 그가 버리려 한 '토이 감성'은 곡 초반부터 점층적으로 쌓아올려 훅에서 터뜨리는 좋은 멜로디들의 결합, 좋은 가요가 되기 위한 선율적인 접근이었음이 타이틀곡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아직까지도 히트의 방법론을 택하는 것에 대한 선배 뮤지션의 부끄러움일 수 있고, 이름만으로 무게감을 주는 작곡가의 여유일 수도 있다. 단, 토이 감성의 정점에 있었던 곡의 악센트가 보이지 않는다. 전작의 타이틀곡 '좋은 사람'의 속편 격인 '크리스마스 카드'를 들어본다면 정확하다. 아무리 기다려도 번쩍였던 그 선율의 임팩트는 끝내 나오지 않는다.

아마 그도 신보에서 이 부분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을 것이다. 지금껏 잘해왔던 대로 그렇게 가야하는가, 아니면 음악적 확장에 대한 발현을 위해 멜로디를 희생시켜야 하는가의 고민을. 조금 솔직히 말해 여기에 대한 그의 대안이 그리 과단하지는 못했다. 선율에 대한 부담 탓에 여러 가지 테마를 자꾸 붙이다보니 기승전결의 깔끔한 구조를 놓치고 있다. ('크리스마스 카드',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혹 의도적일지도 모르지만 이 두 곡에서 같은 멜로디 라인을 찾을 수 있듯, 그가 고민 끝에 찾아낸 선율이 계속 같은 곳에서만 맴돌고 있다는 것도 조금 아쉽다.

물론 꼭 한번 확실히 터져주는 '한 방'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떤 날'의 감성을 오롯이 담아낸 데뷔작의 '햇빛비추는 날'이 그랬듯, 그 서정성만으로 분명 평가받을 수 있는 수작이 있다. 보사노바, 재즈를 마음대로 버무렸던 그의 손맛이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의 흡인력을 닮지 못하고, '좋은 사람'의 명료함을 안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의도적인 접근이라 하기에는 설득력이 조금 약하다는 얘기다.

루시드 폴의 '투명 인간'도 이규호의 '나는 달'에서도 결국은 선율과 사운드의 조율이 걸리고 만다. 선율의 느낌상으로는 분명 그의 주 무기인 피아노와 예쁘장한 편곡이 어우러져야 할 것 같은데 시종 울리는 베이스와 힘겹게 좇는 리듬, 전자음이 자꾸만 흩어져 편안히 안착하지 못하는 것이다. 단지 편곡과 악기 하나에 '일렉트로니카'라는 요소만을 한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토이'를 사랑한 팬들이라면 언뜻언뜻 비춰지는 '토이 감성'에는 여전히 반가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소박한 하루 일상을 덤덤하게 풀어내는 듯한 '해피엔드'. 구성 뿐 아니라 선율 감각 면에서도 다분히 윤상표 분위기를 내는 조원선의 'Bon Voyage'도 세련된 감각을 거느린다. 무엇보다 음악작가의 예리한 눈으로 포착해낸 신예 '윤하'의 목소리는 정확했다.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에서 들려주는 중음대의 보이스 컬러는 온기를 가득 담은 듯 풍성하다.

주지하듯, 6년만에의 뮤지션의 귀환에 팬들은 빛나는 판매 성적으로 반기고 있다. 몇 주 만에 오프라인을 점령해버린 파괴력도, 여러 뮤지션들의 동경 어린 헌사도 정당하다. 그러나 그는 '토이'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그 감성을 기억하는 이들을 포박하는 것에만 만족하려한다. 그가 가장 잘 하고 자신 있는 것까지 냉정하게 내칠 필요는 없었다. 변화를 위한 성급한 준비가 아쉬운 토이의 신작이다.

-수록곡-
1. You ...intro
2. Bon voyage
3. 나는 달 (written by 이규호)
4. 해피엔드
5. 뜨거운 안녕 (composed with 김태훈)
6.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7. 스치다 ...interlude
8. 크리스마스 카드
9. 딸에게 보내는 노래
10. 그대, 모든 짐은 내게 (written by 루시드 폴)
11. 프랑지파니
12. 투명인간 (written by 루시드 폴)
13. 안녕 스무살
14. 인사
15. You

Produced & directed by 유희열

  2007/12 조이슬 (esbow@hanmail.net)

토이 - 뜨거운 안녕 (Vocal 이지형)

 

조금 더 볼륨을 높여줘 비트에 날 숨기게
오늘은 모른 척 해줘 혹시 내가 울어도
친구여 그렇게 보지마 맘껏 취하고 싶어

 

밤 새도록 노랠 부르자 이 밤이 지나면 잊을게
너의 말처럼 잘 지낼게 가끔 들리는 안부에
모진 가슴 될 수 있길 어떤 아픔도 견딜 수 있게

 

소중했던 내 사람아 이젠 안녕 찬란하게 반짝이던 눈동자여
사랑했던 날들이여 이젠 안녕 달빛 아래 타오르던 붉은 입술
떠난다면 보내드리리 뜨겁게 뜨겁게 안녕

 

너를 품에 꼭 안고서 처음 밤을 새던 날
이대로 이 세상 모든게 멈췄으면 좋겠어
수줍은 너의 목소리 따뜻한 너의 체온

 

이 순간이여 영원하라 이 밤이 지나면 잊을게
너의 말처럼 잘 지낼게 앞만 보고 달려가자
바보처럼 울지 말자 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소중했던 내 사람아 이젠 안녕 찬란하게 반짝이던 눈동자여
사랑했던 날들이여 이젠 안녕 달빛 아래 타오르던 붉은 입술
떠난다면 보내드리리 뜨겁게 뜨겁게 안녕

 

부디 행복한 모습이길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도
모른 척 스쳐갈 수 있게 멋있게 살아줘
뜨겁게 뜨겁게 널 보낸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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